라이프/ 트레블

전문)
한 번도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는 여행지, 바로 섬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닿지 못한 천상의 자연에 손타지 않은 광경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 섬으로 떠나는 여행을 추천한다. 출항 전부터 가슴 설레게 하는 그곳. 올여름 여행은 닥치고, 섬이다.

본문)
올여름 닥치고 떠나볼 섬, 여행 3선
한국의 갈라파고스 굴업도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며 순도 높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섬 굴업도. 인천항을 떠나 덕적도에서 배를 한 번 갈아타야 함에도 섬으로 향하는 백패커와 여행객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는다.
굴업도는 탁월한 랜드마크를 가지고 있다. 섬의 남서쪽에 있는 개머리언덕이라 부르는 지형으로 바다를 향해 길게 뻗어 난 초지와 그 너머로 막힘 없이 펼쳐지는 낙조가 일품이다.
섬에는 단 하나의 마을이 있다. 얼마 되지 않는 가구들은 민박을 운영하며 여행객들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제공한다. 배 시간이 되면 1톤 트럭이나 승합차가 선착장에 나가 내 손님, 네 손님, 가릴 것 없이 마을로 태워 온다. 마을 앞에는 이국적 정취가 물씬한 해변이 펼쳐져 있다.
투명한 바닷속으로 부드럽게 잠기는 단정한 백사장, 게다가 화장실 등의 제반시설도 깨끗하고 또 해송 숲의 그늘이 짙고 깊으니 더운 계절에도 걱정이 없다.
섬에서의 여정은 마을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일반 여행객들은 홀가분한 차림으로, 백패커들은 무거운 배낭을 지고 개머리언덕을 향해 걷는다. 백패커들은 그곳에 남고 여행객들은 금빛 해넘이를 두 눈과 카메라에 담고 다시 마을로 돌아온다.
선착장에서 바라보면 우측으로 연평산과 덕물산이란 이름의 모래 산이 솟아 있고 그곳까지 목기미해변이 바다를 가르고 이어진다. 연평산 해안으로 사빈, 사주, 사구 등 다양한 모래 지형이 늘어서고 절묘한 해식애가 모습을 뽐낸다. 거대한 코끼리바위와 해안사구도 바람과 파도를 앞세워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다.
굴업도는 사슴들의 천국이다. 붉은 모래해변을 열을 지어 달음박질하는가 하면, 개머리언덕 위 길갱이밭 사이에서 불쑥 얼굴을 내밀기도 한다. 과거 주민들이 소득을 올리기 위해 방목했던 사슴들은 시간이 지나며 환경에 의해 야생화됐고 현재는 그 개체 수만도 200마리에 달한다. 사슴은 굴업도를 초자연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데는 적지 않은 공헌을 했지만 섬 전역의 식물들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바람에 계륵과 같은 존재가 됐다.
굴업도 면적의 대부분은 대기업의 소유지만 환경단체와 주민의 일부가 개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연 1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굴업도를 찾는다. 향후 어떻게 변화될지 예측할 수 없는 섬, 굴업도. 일단 마음에 두었으면 올여름 닥치고 떠나볼 일이다.

info.
▶여객선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 → 덕적도(1일 2회 08:30, 09:10)
덕적도 → 굴업도(1일 1회 11:20)

※tip
-.인천항에서 아침 8시 30분, 9시 10분 여객선을 타야 굴업도행 여객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다
-.홀숫날 출발하면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의 시간이 단축된다(홀숫날 1시간, 짝숫날 2시간).

▶ 머물기
개머리언덕에는 그늘이 없다. 이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송림이 울창한 굴업도 해수욕장과 쾌적한 민박들이 인기가 있다. 현재 7곳의 민박, 펜션이 운영 중이다.
굴업도 민박의 섬 밥상(9000원)은 여행자들 사이에 맛있기로 유명하다. 매운탕을 중심으로 게장, 해초무침, 나물 등이 정성스레 버무려져 상에 오른다. 모자란 밥과 반찬도 추가 비용 없이 더 먹을 수 있으니 넉넉한 인심 또한 굴업도 밥상의 자랑이다.
올여름 닥치고 떠나볼 섬, 여행 3선
외국같은 휴양지 우이도
“외국 같은 멋진 해수욕장이 있고 한적하게 여름휴가를 보낼 수 있는 섬이 있나요?”
모 방송국 라디오프로그램에 청취자가 던진 질문이다. 진행자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물어왔다.
“그런 데가 없겠죠?”
하지만 없을 것 같은 그런 섬이 우리나라에 있다. 목포에서 여객선을 타고 3시간 40분을 가면 그 섬이 나온다. 바로 우이도다. 우이도에는 세 개의 마을이 있다. 여행객들은 대부분 2구 돈목마을에 내려 여장을 푼다.
한때 동양 최대 규모였던 풍성사구가 이곳 돈목해변에 있다. 최근에는 모래가 유실돼 다소 왜소해졌지만, 한적한 해변과 어우러진 모습은 여전히 근사하다. 풍성사구 너머 있는 성촌해변은 또 다른 분위기다. 돈목해변이 해안을 따라 부드럽게 만입돼 작고 온화한 느낌이라면 성촌은 바다를 향해 거침없이 모습을 펼쳐 보이는 대형 해변이다. 우이도에는 두 곳 말고도 '띠밭너머해변'을 포함해 크고 작은 백사장이 해안을 따라 즐비하다.
돈목해변과 성촌해변을 갈라놓은 어귀에 성촌이라는 아주 작은 마을이 있다. 우이도가 최근 일반 대중에 많이 알려진 것은 <섬총사>란 tvN 예능 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성촌마을에 가면 지금도 촬영 당시 김희선과 정용화가 머물렀던 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돈목마을에서 1구 진리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산길을 따라 2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면적 10.7km²의 우이도에는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가 없다. 산길을 따라 걷다보면 집터와 돌담 등 거주의 흔적을 만나게 된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대초리마을 터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 사람이 살았지만 세월은 그들의 자취를 무상하게 지워버렸다.
진리는 도초면 사무소 우이도 출장소와 치안센터가 있는 제법 큰 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들어서면 돌담으로 둘러싸인 밭과 밭 사이 정약전 유배지란 팻말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아쉽게도 전해져 내려오는 것은 집터가 전부다.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로 유배를 떠난 정약전은 우이도에서 마지막 생을 보냈다. 영산포로 홍어를 팔기 위해 떠났다가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난징 베이징을 돌아 4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홍어장수표류기(표해시말)의 주인공 문순득의 생가도 이곳에 있다. '우이선창'이란 이름을 가진 옛 선창은 지어진 지 300년을 훌쩍 넘었다. 형태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국내 유일의 전통 포구 시설이다.
우이도가 비교적 육지와 멀리 있고 교통편이 불편한 것이 때론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곳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해변들이 인위적인 치장 없이 민낯으로 남겨져 있는 까닭이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닥치고 떠나볼 섬이다.

info.
▶여객선
목포항 여객선 터미널 → 우이 2구(1일 1회 11:40 )

※ tip
우이도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1구 돈목에서 산길을 이용 2구 진리로 넘어와 목포에서 들어오는 오후 배(오후 2시 40분경 진리 도착)를 타고 다시 돈목으로 돌아가는 방법이 좋다. 도중에 가장 높은 봉우리(산상봉 361m)를 경유하고 진리마을을 천천히 탐방하기를 원한다면 최소한 오전 10시 이전에 서둘러 출발해야 한다.

▶ 머물기
세 개 마을에 15곳이 넘는 민박이 있다. 휴가철 가족과 함께 계획한 여행이라면 해변이 코앞에 있는 성촌마을과 돈목마을에 숙소를 잡는 것이 유리하다. 우이도 민박의 밥상은 먼 섬의 특성상 해산물을 주재료로 한다. 고기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가짓수도 많고 맛이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
올여름 닥치고 떠나볼 섬, 여행 3선
두 개의 심장을 가진 신도
소개하려는 섬은 신안군 하의면에 딸린 작은 섬 신도다. 우리나라에는 신도라는 이름을 가진 섬이 많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다른 신도와 구별하기 위해 하의신도라 부른다.
여행을 좀 다녔다는 사람들조차 듣도 보도 못한 이 섬에는 국토해양부(국토교통부의 전신) 시절 ‘우리나라 아름다운 해수욕장 15선’에 뽑힐 만큼 탁월한 뷰를 자랑하는 해변이 있다. 입자가 곱고 단단한 모래로 이뤄진 백사장은 밀물 때도 위축되지 않을 만큼 광활하다. 마치 동해를 방불케 하는 수질에 언덕 위로 울창한 송림이 형성돼 있어 가족 휴양지로 더할 나위가 없다.
1.6km²의 작은 섬, 길이라고는 선착장에서 해변을 잇는 차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길 따라 펼쳐지는 섬 풍경은 오래전에 멈춰진 듯 현대식 건물 하나 들이지 못했다. 흔한 식당, 펜션, 슈퍼 하나 없고, 민박도 몇 집이 여름 한 철 슬그머니 열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접고 만다.
하의신도를 가장 슬기롭게 여행하는 방법은 캠핑이다. 먹을 음식도 미리 준비해야 하며 목포항에서 여객선에 올라 하의도 웅곡항에 내리고, 대기하고 있는 낙도보조선으로 갈아타는 불편한 여정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해변 뒤편으로 이어진 신우대 숲, 물이 들면 또 다른 섬이 됐다가 물이 빠지면 백사장과 연결되는 무인도 항도, 인생 노을, 그리고 한여름 휴가철에도 온 해변을 독차지할 만큼의 여유로움이 그 불편함을 넘치도록 보상한다.
하의신도는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했던 동화 속 그 섬을 닮았다. 일상이 발목을 잡거나 시간의 여유가 없어 닥치고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문득 그리워질 날에 꼭 한번 꺼내볼 섬이 되기를.

info.
▶여객선
목포항 → 하의도 웅곡항(1일 2회 05:30, 06:10)
하의도 웅곡항 → 신도(1일 2회 08:00, 12:10 )

※ tip
목포항에서 신의면 상태도로 들어가 공용버스를 타고 다리를 건너 하의도 웅곡항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 머물기
해변 좌측 끝 언덕에 민박이 한 곳 있다. 하의초등학교 신도분교 행정실 주사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박동일 선생이 주인이다. 섬에 들어온 지 43년이 됐지만, 신도가 좋아 퇴직금으로 민박을 마련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해변을 청소하고 섬을 찾아오는 여행자들에게 안내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민수 여행작가는...
자칭 타칭 섬여행가, 캠핑여행가로 우리나라 200개 섬을 여행했다.
저서로는 <섬,이라니 좋잖아요>, <섬에서의 하룻밤>이 있다.
현재도 여전히 섬 여행 중이며 대한민국 100섬 가이드북을 집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