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림 다미아니코리아 지사장

1924년 탄생한 이탈리아 하이 주얼리 브랜드 다미아니는 올해에만 147%의 성장을 기록했다. 한 술 더 떠 매달 최고 매출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도대체 무엇이 한국인을 다미아니에 열광하게 하는 걸까. 김동림 다미아니코리아 지사장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CEO Interview] “하이 주얼리의 매력은 변하지 않는 가치”
이력이 독특하다. 에디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대를 온전히 잡지와 함께 보냈다. 잡지의 기본은 트렌드 파악이다. 또 잡지는 기자가 아닌 ‘에디터’로 불린다. 신문이나 방송 기자에게 붙는 ‘저널리스트’와는 다른 개념이다. 에디터는 기획부터 구성, 디자인, 스태프 및 장소 선택, 이미지, 원고 등 잡지 제작과 관련한 모든 일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맡은 칼럼이 단 한 페이지일지언정 에디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급변하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빨리 포착하는 점, 구성원과의 소통 방식, 업무에 대한 책임감 등 리더에게 필요한 부분들이 잡지 에디터 생활을 통해 저절로 학습됐다고나 할까.”

그러다 화장품 브랜드 홍보 담당으로 이직했는데.
“남편이 권유했다. 솔직히 처음엔 ‘에디터가 무슨 홍보냐’며 ‘부심’을 하기도 했다.(웃음) 그런데 차분히 생각해보니 기획 기사를 만드는 것이나 행사 기획 등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겠더라. 반면 도저히 못할 것 같은 일도 있었는데, 입사 후 첫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에만 한 달씩 걸렸다. 이후 ‘부족한 부분은 시간으로 메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남보다 2배, 3배 더 열심히 했다.”

이후의 이력도 화려하다. 전 세계 1, 2위를 다투는 명품 패션 브랜드 마케팅 헤드로 일한 것은 물론 화장품과 시계, 패션 등을 넘나들며 경력을 쌓았다.
“지금 생각하면 참 감사하다. 특히 마케팅과 리테일을 둘 다 경험해본 것이 현재 다미아니코리아를 이끄는 데 원동력이 되고 있다. 요즘은 소위 ‘멀티 감각’이 중요한 시대 아닌가. 다미아니보다 훨씬 규모가 큰 패션 브랜드와 화장품 브랜드에서 배운 시스템을 어떻게 다미아니에 접목할지 항상 고민한다.”

다미아니에서 처음 지사장직을 제안받았을 때를 떠올려본다면.
“한마디로 ‘심쿵’했다. 다미아니의 대표 컬렉션 ‘벨에포크’는 꽤 오랫동안 내 위시 리스트의 상단을 차지하던 제품이다. 본사 회장님과 면접할 때 ‘지사장이 되면 벨에포크 하나 주실 거냐’고 물을 정도였으니까.(웃음) 갖고 싶고 좋아하는 제품을 비즈니스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일까. 최근 다미아니코리아의 성장세가 무섭다.
“2021년 6월까지 전년 대비 14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매달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는 중이기도 하다. 감사하게도 내가 부임하면서 엄청난 성장세를 이뤘다. 내가 잘했기보다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하이 주얼리 브랜드 대표로서 주얼리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변하지 않는 가치. 옷과 가방은 닳거나 해지지만, 주얼리는 닳지 않는다. 특히 명품 시계나 보석은 세월이 흘러 가격이 더 오르는 경우도 다반사다. 무엇보다 자녀에게 대물림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아이템 중 하나다. 이것이야말로 주얼리의 진정한 매력이 아닐까.”

다미아니에 있어 한국 시장은 어떠한가.
“단언컨대,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요즘은 매출 규모가 톱5 안에 랭크될 정도다. 특히 남성 고객이 많아졌다. 이탈리아 본사에서도 한국의 성장 속도를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의미가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렵지는 않았나.
“주얼리 시장은 오히려 성장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하이 주얼리 브랜드는 크게 성장한 반면, 준명품 브랜드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이다. 얼마 전 ‘아쿠아마린’이라는 수천만 원짜리 목걸이가 판매됐는데, 남편 분이 캐럿 수를 따져보고 부인에게 선물하더라.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고객의 소비 패턴이 자산 가치가 있는 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이동한 것 같다.”
[CEO Interview] “하이 주얼리의 매력은 변하지 않는 가치”
지사장이 돼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직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준 것. 앞서 말했듯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에도 한국 시장은 오히려 크게 성장했는데, 이탈리아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제품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것이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는 하이 주얼리 제품도 포함되는데,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30여 가지 마스터피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다. 고객의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주얼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하다. 그중 다미아니만의 ‘강점’이 있다면.
“우선 장인정신을 꼽을 수 있다. 다미아니의 모든 제품은 수작업을 통해 제작된다. 다미아니 본사가 위치한 이탈리아 발렌차(Valenza)는 유럽에서 금세공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다미아니는 100여 년째 공방을 운영 중이다. 거대 패션 브랜드 소속인 경쟁 업체와 달리 3대째 오너 패밀리가 직접 운영하는 것도 다미아니의 자랑이다. 그만큼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잘 지키고 있음은 물론, 오랜 시간 쌓아 온 노하우를 통해 확실한 퀄리티를 보장한다. 다미아니는 아주 작은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이어링일지라도 GIA(Gemological Institute Of America: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석 감별 기관) 증명서를 제공한다. 다미아니만의 특별한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다미아니는 세계적 주얼리 디자인 시상식 ‘드비어스 다이아몬드 인터내셔널 어워드’에서 오스카상을 18회나 수상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직접 디자인해 제작해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고객은 다미아니를 일컬어 주얼리계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라 부른다.”

솔직히 하이 주얼리는 남성의 관심 대상은 아니었다.
“다미아니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선입견일 뿐이었다. 지사장으로 취임한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국의 행사를 찾아다니며 VIP 고객을 직접 만난 것이다.
의외로 다미아니를 사랑하는 중년 남성 고객이 많다. 부를 드러내는 방법이 남에게 과시하는 것에서 자기만족으로 바뀌면서 생긴 변화가 아닌가 싶다. 특히 다미아니의 디자인은 과하지 않기에 셔츠나 니트, 심지어 스웨트셔츠나 티셔츠에도 잘 어울린다. 그래서 남성 고객이 우리 제품을 유독 선호하는 것 같다.”

다미아니 컬렉션 중 남성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대표 컬렉션인 벨에포크(Belle Époque)를 추천한다. ‘벨에포크’는 프랑스어로 ‘좋은 시대’를 뜻한다. 19세기 말부터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유럽은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고 문화예술도 번성했다. 오늘 생각한 것이 내일 실현되는 ‘꿈같은’ 시대였다. 다미아니 창립자 ‘엔리코 다미아니’는 이 시대에서 영감을 받아 벨에포크 컬렉션을 탄생시켰다. 이런 스토리와 함께 한경 머니의 남성 독자들에게 벨에포크 컬렉션의 네크리스를 추천한다. ‘좋은 시대’를 맞이하라는 의미를 담아서.”

마지막으로, 다미아니를 어떻게 이끌 생각인가.
“경쟁 브랜드들은 30년, 40년 넘게 한국에서 자리 잡아 왔다. 반면 다미아니는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것이 고작 7년 전이다(그 전에는 10년가량 세일즈 에이전트가 관리했다). 그 간극을 메우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또 지금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 있는 다미아니 재팬 빌딩 같은 다미아니코리아 사옥을 세우는 것이 꿈이다.(웃음)”

글 이승률 프리랜서 | 사진 이수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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