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득환 미래에셋생명 변액운용팀장

“투자는 긴 게임입니다. 한두 번의 행운으로 게임의 뒷부분을 망쳐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위득환 변액운용팀장은 미래에셋생명이 변액보험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를 ‘흔들리지 않는 일관된 원칙’으로 설명한다. 안정적인 투자 수익은 결국 10년 뒤를 바라보는 장기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special]“높은 수익률 비결은 타이밍 아닌 장기적 시각”
“저희가 시장에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길게 보자’, ‘자산 배분을 하자’, 그리고 ‘본질에 집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점점 이런 원칙이 시장에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 1분기 변액보험 신계약 초회보험료 점유율 60% 이상을 기록하며 국내 변액보험 최강자 자리를 지킨 미래에셋생명. 긴 호흡으로 자산을 운용하며 고객과의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비결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전성기를 함께한 위득환 변액운용팀장을 직접 만나 자산 운용의 본질에 대해 들어봤다.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 속에서도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은 높은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저희 수익률이 좋은 이유가 매매 타이밍을 굉장히 잘 잡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생각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저희가 가장 지양하려고 하는 게 시장 타이밍을 맞추려는 투자예요. 철저하게 장기 경쟁력에 의해 자산을 고른다는 게 저희가 가진 원칙입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2013년부터 미국의 혁신 기업이 주도하는 시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혁신적인 기업 대부분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데다, 해외에 나갔던 공장을 다시 들여오는 ‘리쇼어링(reshoring)’이 시작되는 상황에서 미국 시장을 놓치는 것은 너무 큰 실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시만 해도 ‘미국 주식은 비싸다’는 논리적 도전을 많이 받았어요. 당시 아마존 주식을 두고 ‘얼마 전까지는 1000달러였는데 벌써 1600달러잖아. 너무 비싸’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었죠. 그런데 지금 아마존 주식은 어떻게 됐죠? 3600~3700달러까지 올랐습니다.

단기적 렌즈로 시장을 바라보고 자산을 운용하는 분들에게는 이런 게 잘 안 보여요. 누구나 볼 수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저희는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운용 회의를 할 때마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봅니다. 단기적으로 매매 타이밍을 잘 맞추려는 투자를 하면 시간을 적으로 돌리게 됩니다. 시간이 우리 편인지 판단하는 게 중요해요.”

수년 뒤의 과실을 바라보고 자산을 운용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시장의 변동성 때문에 멀미가 나면 안 된다는 점이죠. 흔히 ‘변동성이 크면 위험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세요. 그런데 그게 왜 위험할까요. 변동성이 멀미를 일으켜서 저점에 팔고 싶은 심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변동성을 낮추고 길게 투자하기 위해 자산을 배분해야 하는 거고요.

2020년은 자산을 운용하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어려운 시장이었습니다. 시장의 조정이 굉장히 깊게 일어났는데, 또 회복은 2개월 만에 일어나는 식이었거든요. 그 회복 기간을 놓친 기관투자가들은 성장의 과실 대부분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은 꼭 지난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시장의 역사를 보면 주식시장은 채권처럼 따박따박 수익을 주지 않았어요. 아주 특정한 기간에 큰 수익을 안겨주고, 이후 아주 오랜 기간을 쉬어 가는 패턴이었죠. 그렇기 때문에 타이밍이 어려운 겁니다. 소수의 기간을 놓치면 장기 수익률의 상당 부분을 잃어버리게 되거든요.

정말 중요한 건 좋은 자산에 머물러 있는 것 그 자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단기 매매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초과 수익률은 없다는 게 증명됐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계속해서 그런 방향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뭔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하지만 한두 번의 우연한 성공이 그 뒤의 수많은 실패를 만들어냅니다. 투자는 굉장히 긴 게임이에요.”

미래에셋생명은 고객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고객들은 저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모르면 더 불안해하세요. 시장은 시끄러운데 보고서 하나 받아보지 못한다면 이 상품을 계속 가지고 있어야 할지, 혹은 팔아야 할지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없죠. 저희는 변액보험 MVP 보고서 등을 통해 저희의 생각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그렇게 해야 고객이나 판매인들이 앞으로의 방향을 예측할 수 있잖아요. 저희의 생각에 동의한다면 상품을 그대로 유지하면 되고, 동의하지 않는다면 투자 규모를 조금 줄인 뒤 본인이 생각하는 투자 쪽으로 가셔도 되는 거예요.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으면 고객들의 투자 수익은 더 좋아져요. 펀드 수익률이 좋다고 해서 고객의 계좌 수익률이 꼭 좋은 건 아니거든요. 펀드를 버스에 비유해볼까요. 승객은 이 버스에 탑승했다가도 다시 내릴 수 있죠. 그런데 도로가 정체됐을 때 탑승했다가, 정체가 뚫리기 직전에 내려버린 승객들은 막혔을 때의 속도만 체험하게 되는 거예요. 변동성이 크니까요.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하고 중간에 내리는 사람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 걸까요. 버스기사님이 어떻게 운전할지 안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희가 보고서와 현장교육, 인터뷰를 통해 고객과 신뢰를 쌓으려는 이유도 이런 맥락 때문입니다. 저희 변액보험 상품은 그동안 75% 이상의 누적수익률이 났거든요. 고객들이 이 수익률을 오랫동안 모두 가져가실 수 있도록 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최근 주목하고 있는 투자 부문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초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의 서비스들은 이미 나온 지 10년이 훨씬 넘었어요. 그런데 이런 기업이 다 커버하지 못하는 서비스가 아직 너무 많거든요. 새로운 혁신이 소비자들에게 아주 빠르게 다가가고 있기 때문에 이런 흐름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따라서 혁신적인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도 요즘 많이 관심을 갖고 있죠.

두 번째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트렌드입니다. ESG가 자본시장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 같고요. 기업의 경쟁력을 ESG 관점에서 보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도 ESG 펀드를 만들었고요.”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것도 미래에셋생명 변액보험의 특징인데요.
“사실 저희 변액보험의 해외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은 목적이 아니라 결과에 가깝습니다. 혁신적이고 경쟁력 있는 펀드를 찾다 보면 결국에는 글로벌 관점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국내 주식도 물론 좋지만,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는 2.5%에 불과하거든요. 향후 10년을 내다봤을 때 한국 주식시장과 전 세계 혁신적인 투자처 중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을까요. 확률적으로 후자일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해외 투자 비중이 높으면 고객 입장에서도 포트폴리오를 DIY 할 때 선택의 여지가 많습니다. 골프로 비유하자면, 어떤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골프클럽을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물론 국내 주식시장은 비과세 혜택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내 투자는 오히려 상장지수펀드(ETF)를 하시는 게 나아요. 변액보험의 비과세 효과를 제대로 누리려면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하는 쪽이 좋습니다.”

변액보험 시장의 전망은 어떻게 보시나요.
“변액보험 시장 자체는 주식시장과 궤를 같이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래왔어요. 그런데 최근 중요한 촉매제가 생겼다고 봅니다. 해외 투자를 전혀 안 하던 우리나라 국민들이 2020년을 지나면서 하게 됐고, 투자 수익에 대한 세금도 경험했죠. 최근 젊은 직장인들이 해외 투자에 대해 공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있어요. 퇴직연금은 길게 보고 가야 하는 자산이니 최대한 성장주 중심으로 투자하자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너무나 건전한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들이 변액보험 시장을 앞으로 성장시킬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즉, 공부하는 투자자들이 이 상품의 가치를 몰라볼 리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변액보험은 단순히 주식시장에 연동된다는 인식이 컸지만, 앞으로는 현명한 투자자들이 변액보험을 ‘필수적으로 가져가야 하는 상품’으로 여기면서 더 안정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변액보험 상품을 선택할 때 도움이 될 만한 기준을 제시해주신다면요.
“펀드의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펀드가 있는지가 중요해요. 또한 자세한 포트폴리오 보고서가 제공되는지를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보통은 변액보험 포트폴리오의 근거, 즉 ‘왜(why)’에 대해 설명해주는 회사가 잘 없습니다. 그런데 ‘왜’가 빠진 자산 배분은 시장이 힘들 때 투자자들이 기댈 곳을 잃게 만들어요. 따라서 상품을 운용하는 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채널이 있는지도 확인해보시는 게 좋겠죠.”

글 정초원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