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메타버스가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무는 이 공간에 사람들은 왜 열광할까.
[special]메타버스 투자, '독' 아닌 '득' 되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되면서 기존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새로운 유형의 공간이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meta)과 현실(universe)의 합성어로 외연은 가상세계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적 환경이 오롯이 재현된다.

가령, 지난해 4월 23일 미국 유명 래퍼 트레비스 스콧은 싱글 ‘더 스코츠(THE SCOTTS)’ 발매 기념으로 콘서트를 했는데 그 장소가 좀 특별했다. 바로, 1인칭 슈팅(FPS) 게임인 포트나이트(Fortnite)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내세워 공연한 것.

이날 콘서트의 동시 접속자는 무려 1230만 명에 달했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건 단순히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슈 외에도 이미 포트나이트라는 게임이 소셜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트나이트 게임 내에는 3차원(3D) 소셜 공간 ‘파티로얄’ 모드가 있다. ‘파티로얄 무비 나이트’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을 상영하고, 방탄소년단(BTS)은 파티로얄 메인 스테이지에서 ‘다이너마이트(Dynamite)’ 안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이 게임 속에서 자기 아바타를 꾸미고,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시작은 게임이었지만 소셜 플랫폼이자 메타버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나이키, 마블 등의 캐릭터 상품을 팔기도 하고, 사용자들은 다양한 문화 이벤트, 커뮤니티 활동을 게임 안에서 즐기고 있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중심엔 Z세대(1995~2000년생)가 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게임의 주요 연령층만 봐도 이 같은 사실이 잘 드러나 있다. 네이버제트가 제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인 제페토(누적 가입자 수 2억 명)의 10대 이용자 비중은 80%다. 로블록스는 미국 16세 미만의 55%가 가입했다.
[special]메타버스 투자, '독' 아닌 '득' 되려면
이들은 이미 디지털 기기 활용과 가상세계에서의 활동에 익숙하다. 여기에 현실세계의 고단한 비용(돈, 감정)들을 고려하면 젊은 세대들에게 메타버스 공간은 더욱 매력적인 만남의 장소이자 ‘자아실현’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게임마니아 26세 프리랜서 작가 A씨는 “또래친구들 가운데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가상공간에서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는 걸 즐기는 경우가 많다”며 “대개 외출을 하려면 외출비용과 시간이 소모되는데 가상공간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경제적이고, 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Z세대 B씨도 “어릴 때부터 디지털 세상을 접해서 그런지 가상공간에서의 자아가 현실세계의 자아만큼이나 중요하게 느껴진다”며 “현실에서는 소유하기 힘든 물건이나 체험 등을 가상세계 내에서라도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기꺼이 가상세계 속 내 아바타를 위해 소비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도 이 점을 파고들며, 제품 홍보에 메타버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실례로 명품 브랜드 ‘구찌’는 제페토 내에 가상 매장 ‘구찌빌라’를 짓고 신상품을 선보였다. 프랑스 패션 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도 제페토에 주력 브랜드인 ‘크리스찬 디올’의 메이크업 세트 판매에 나섰으며, 나이키, 컨버스, 노스페이스 등이 제페토에 입점해 협업 중이다.

금융권, 메타버스 열풍에 잰걸음
메타버스의 활용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교육, 공연, 업무 환경, 사적 모임 등 사회 전반에 적용되고 있다. 금융권 역시 메타버스 열풍에 앞 다퉈 나서는 모양새다. KB국민은행은 게더(Gather) 플랫폼을 활용해 가상 사무실부터 가동하고 있다. 재택근무자와 사무실 근무 직원이 가상 사무실 내에서 근무를 하다가 업무 논의를 위해 이동하면 즉시 화상으로 연결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신한은행은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SK텔레콤의 ‘이프랜드’ 등 기존 전문 플랫폼이 아닌 자체 플랫폼에서 다양한 금융·비금융 콘텐츠를 선보이겠다는 포부다.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전담 조직인 ‘디지털 혁신 태스크포스(TF)’를 디지털경험본부에 신설했고, 우리은행도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하는 등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거품이냐 vs 옥석 가리기냐
메타버스가 신흥 미래 먹거리로 부각되면서 관련 금융상품도 증가하는 추세다. 자산운용 업계는 이미 메타버스 관련 펀드를 출시하며 투자자들을 유치 중이다. KB자산운용과 삼성증권이 지난 6월 ‘KB글로벌메타버스경제펀드’와 ‘삼성글로벌메타버스펀드’를 각각 출시했다.

메타버스 주식투자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지난 6월 해외 주식 중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1위는 로블록스(8153만 달러)였다. 또한 최근 상장된 증강현실(AR) 플랫폼 국내 기업 맥스트는 역대 세 번째로 ‘따상상상(공모가 2배에서 시초가가 형성된 후 사흘 연속 상한가)’에 성공했으며, 국내 메타버스 대장주로 꼽히는 자이언트스텝 역시 지난 3월 24일 상장한 날 따상을 기록했다. 특히 자이언트스텝은 상장한 지 반년도 안 된 지난 7월 주가가 한때 11만30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8월 20일 현재 자이언트스텝 주가는 8만1700원으로 떨어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관련 주가가 단기간 너무 빠르게 올랐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주가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주가 하락 시 그 폭이 크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에 비해 아직까지 가시적인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점도 투자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

한 금융업 관계자는 “현재 메타버스 관련 국내 상장사(주요 해외 종목 및 국내 종목 중 네이버 등 메타버스 외 본업 비중이 큰 대형주는 제외)들 상당수가 과열 구간으로 판단되기는 한다”며 “향후 투자자의 기대(메타버스 산업 내 핵심 기술 보유 여부, 매출 성장 상회, 수익성 가시화)를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는 현재의 높은 밸류에이션 설명이 불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래도 메타버스 섹터가 초기 산업 특성상, 시장이 매우 파편화돼 있다. 각 업체가 보유한 메타버스 산업향 전개 사업의 향후 성장성 및 실적 가시성에 대한 예측이 필요하다”며 “향후 관련 업체 실적 및 뉴스에 따른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통해 ‘메타버스 산업의 옥석’을 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메타버스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콘텐츠의 고도화가 전제조건이 돼야 한다”며 “그것이 곧 구매력을 갖춘 성인의 유입(침투율 상승)이 추가 성장 재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