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도 업그레이드가 되는 것 같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인화에 실용(實用)을 더해 자산 규모만 123조에 이르는 LG의 과감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구광모 LG 회장, 오너십 평가서 3년 연속 국내 1위 올라
LG그룹은 올해 베스트 오너십 조사에서 경영 전문성과 자질평가 부문에서 3.93점을 받았다.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책임성 평가에서는 4.02점을 획득했다. 윤리경영평가에서는 4.05점을 받았다. 각 항목을 더해 100점으로 환산한 수치에서 80점을 받았다. 80점이 넘은 기업은 이번 조사에 포함된 기업 중 LG가 유일하다.
그룹을 이끄는 구광모 회장은 LG만의 전통적인 경영 스타일에 자신만의 실용주의 리더십을 얹어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내부 인재 육성뿐만 아니라 외부 인사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순혈주의를 넘어 시장 변화를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현실에 안주하기 쉬운 경향이 있는 전통적인 대기업 문화에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복안으로도 풀이된다. 과감한 선택과 집중, 미래 성장 준비 차곡차곡
구 대표는 취임 후, 미래 준비를 위한 지주회사 대표로서의 역할에 고민을 거듭했다. 2018년 8월에 열린 첫 사장단 협의회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기회와 위협 요인을 내다보고 선제적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및 인재 확보에 보다 많은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지향점을 밝혔다. 이후 LG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속도감 있게 진행했다.
우선, 성장에 저해가 될 수 있는 비핵심·부진 사업 10여 개를 과감히 정리했다. 2019년 2월 LG전자는 연료전지 사업을 청산했고, 같은 해 9월에는 수처리 사업을 매각했다.
LG디스플레이의 조명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2019년 4월), LG유플러스 전자결제 사업(2019년 12월), LG화학 편광판 사업(2020년 6월) 등도 정리하거나 매각했다. 올 4월에는 LG전자가 2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휴대전화 사업(MC사업부) 철수를 발표하고 5월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OLED·전장 등 집중 육성…시장 지배력·실적 쌍끌이
LG는 사업 정비를 통해 얻은 여력을 미래를 위해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구 대표 취임 이후, LG는 인수·합병(M&A), 합작법인(JV) 설립, 신규 공장 설립 다양한 방법으로, 특히 OLED, 전장 사업 중심으로 경쟁력 제고와 시장 수요 대응을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LG는 OLED의 양적·질적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오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의 OLED 대세화를 진전시키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공장과 파주 공장 이원화(two track) 생산 체제를 가동하고 생산 수율을 높여 지난해 450만 대 수준이었던 OLED TV 패널 생산량을 올해 800만 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LG전자의 OLED TV는 지난 6월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미국의 컨슈머 리포트가 글로벌 230개 TV를 평가한 ‘세계 TV 평가’에서 압도적 차이로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성장 사업인 전장 분야는 M&A와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7월 글로벌 3위 자동차부품 업체인 캐나다 마그나 인터내셔널과 함께 약 1조 원을 투자해 전기자동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장치) 분야의 합작법인인 ‘LG마그나 이파워트레인’을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LG전자는 인포테인먼트(VS사업부), 파워트레인(마그나 JV), 인포램프(ZKW) 등을 3대 축으로 전장 사업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인재 발굴·디지털 경쟁력 강화 등 성장 토대 마련
그룹의 미래 성장을 위해 구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 중 하나는 인재를 육성하고 확보하는 일이다. 젊은 사업가들을 체계적으로 집중 육성하고, 해마다 인사를 통해 젊은 인재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변화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로 LG는 2019년 잠재력 있는 젊은 인재를 발굴해 미래 사업가로 육성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미래 사업 분야에 경쟁력을 갖춘 젊은 인재들에게 충분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기존 관성을 깨고 혁신을 거듭하며 성장하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LG는 최근 3년간의 인사에서 최고경영자(CEO) 및 사업본부장급 최고경영진 21명을 새로 선임했다. 구 대표 취임 첫 해인 2018년 LG는 134명의 역대 최대 신규 임원을 선임했다.
내부 육성뿐 아니라 외부 영입을 통해서도 빠르게 인재를 확보했다. 취임 후 첫 경영진 인사에서 LG화학의 1947년 창립 이래 역사상 첫 외부 출신 CEO로 신학철 3M 부회장을 선임한 것을 비롯해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으로 허성우 BP코리아 대표, LG화학 엔지니어링소재사업부장 전무로 김 스티븐 헨켈코리아 대표를 선임하는 등 3년간 총 50여 명의 임원급 외부 인재를 영입하며 순혈주의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조직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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