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업계를 뒤흔든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
미술품 구매는 전통적 투자 방식 중 하나다. 미술품 거래 규모는 날이 갈수록 커지더니 최근에는 이른바 MZ세대라 불리는 20~30대 젊은 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고전적인 미술품 재테크가 최근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바로 암호화폐 기술과 결합한 디지털 예술 ‘NFT 아트’의 등장이다. 투자자들은 이 낯선 유형의 예술 작품에 열띤 관심을 보이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그런데 NFT 아트가 대체 뭐기에 이리 화제일까.
NFT는 ‘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약자다. 대체 불가능하다는 말은 세상에 유일무이하다는 뜻인것 같다. 그럼 토큰은 무엇인가? 여기부터 암호화폐의 기술적 설명이 등장한다. 토큰은 ‘코인’과 엄밀히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암호화폐라는 대분류에 속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널리 알려진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내가 가진 비트코인 1개와 친구가 가진 비트코인 1개는 가치가 같고 상호 교환도 가능하다. 하지만 NFT는 각각의 가치도 다르고, 서로 교환할 수도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초로 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유사하지만, 별도의 고유한 인식값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어렵다. 무한 ‘복붙’이 가능한 사이버 세계에서 ‘원본’이라 할 수 있는 소유권에 대한 유일무이한 디지털 증명서 구실을 하는 암호화폐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러한 NFT의 기술은 다방면에 적용돼 디지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데, 특히 ‘아트’라는 콘텐츠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다가오고 있다. 아티스트들은 자신의 작품에 NFT 기술을 적용해 플랫폼에서 쉽게 기회를 얻고, 구매자들은 온라인 쇼핑을 하듯 플랫폼에서 예술품을 구매하고 거래하게 된다. 미술관에 가야만 만날 수 있었던 미술품을 웹에서 거래하고 소유하게 된다니 여태껏 상상도 못한 일이다.
디지털 아트+암호화폐 NFT 기술=유일무이한 정품
NFT에는 음악, 그림, 영상 등의 콘텐츠를 입힐 수 있다. 정확히는 실제 작품이 덧입혀진 것이 아니라 작품명, 작가명, 작품 및 계약의 세부 내용, 이미지 저장 위치URL 등 작품에 대한 메타데이터가 저장될 뿐이다. 이렇게 NFT에 입힌 콘텐츠가 ‘작품’이라고 할 만한 예술적 가치가 있다면 그때 NFT는 ‘아트’로 격상된다. 내가 NFT 미술 작품을 하나 구매했다면 NFT에 입힌 디지털 미술 작품의 소유권을 유일하게 얻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그 작품이 인터넷 세상에서 복사되어온 지구로 퍼져나가도 그림의 원본 파일이 나만의 것이라는 사실은 블록체인 기술이 증명해줄 수 있다. 한 마디로 NFT 아트는 ‘디지털 아트+암호화폐 NFT 기술=유일무이한 정품임을 인증받은 디지털 아트 영수증’인 셈이다.하지만 NFT 아트가 주목받은 진짜 이유는 이런 기술적 독창성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3월 세계적 미술품 경매 회사 크리스티에서는 300Mb의 이미지 파일 하나가 무려 6,930만 달러에 낙찰됐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이 NFT로 만든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라는 작품이다.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하는 예술가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격에 팔린 것이라고 한다. 한화로는 약 785억원이다.
그뿐 아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가 약 33억원에 팔리고,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그라임스의 NFT 미술 ‘워 님프War Nymph’도 경매 개시 20분만에 약 65억원에 낙찰됐다. 엄청난 인기다.
높아지는 관심, 해결해야 할 문제 NFT 아트에 대한 열풍은 비단 외국의 현상만은 아니다. 국내에서도 최근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며 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해 NFT 작품에 대한 경매와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구매 방법도 기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새로워졌다. 플랫폼에서 작품을 고른 뒤 전자지갑을 이용해 지불할 수 있고, 자신이 만든 디지털 작품을 NFT로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발 빠른 사람들은 이미 세계 최대 NFT 플랫폼이라는 ‘오픈시OpenSea’, ‘슈퍼레어SuperRare’, ‘니프티 게이트웨이Nifty Gateway’ 등 해외 유명 NFT 거래소에서 작품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기업의 행보도 금세 이어졌다.
지난 3월 말에는 삼성전자의 해외투자 전문 자회사 삼성넥스트Samsung NEXT가 미국의 NFT 거래 플랫폼 업체 ‘슈퍼레어’에서 모집한 900만 달러약 102억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에 투자자로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곧이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코빗Korbit’이 NFT 아트 마켓을 열었고, 전통적 방식의 미술품 경매 회사 서울옥션도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를 통해 NFT 콘텐츠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앞으로 더 많은 플랫폼이 나타날 것이고, 플랫폼들은 더욱 다양하고 색다른 방법으로 디지털 아트를 경험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렇듯 NFT 아트는 암호화폐 시장과 미술품 거래 시장이 만나는 교집합으로서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주도권의 안마당이 되었다.
다만 높아지는 관심에 따라 주의할 점도 있다. 예를 들어 ‘이중섭·김환기·박수근의 NFT 작품 경매 취소’에 대한 일이다. 경매 소식이 알려지자 원화의 진위와 동시에 저작권 침해라는 문제가 떠올랐다. 아직 저작권 보호 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박수근·김환기 작품의 경우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작품의 NFT화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결국 주최 측은 경매를 취소했다. 이렇듯 아직 저작권에 대한 문제는 조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NFT 아트,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투자자들이 말하는 NFT 아트의 최고 매력은 ‘원본성’ 이라고 한다. 원본성에 대한 이런 강렬한 열망은 뱅크시의 작품 ‘멍청이들Morons’을 1억원에 구매한 후 NFT로 전환하고, 곧이어 원화를 불태운 미국 블록체인 기업 ‘인젝티브 프로토콜Injective Protocol’의 퍼포먼스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났다.
실물이 존재하는 한 가상의 가치는 실물의 그것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화를 물리적으로 없애 실물의 가치를 온전히 가상의 NFT로 옮기겠다는 의도에서 이루어진 의식이었다. 퍼포먼스 이후 ‘멍청이들’ NFT의 가격은 4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낙찰가로만 따지자면 그토록 열망하던 원본성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다만 저작권자 뱅크시의 허락도 없이 민팅Minting(화폐 발행)한 NFT라는점에서 불씨는 남아 있다.
이처럼 NFT 아트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법리적·제도적 발전 단계에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나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투자처라는 뜻이다. 점차 더욱 많은 사람이 디지털 아이템을 소비하는 시대다. 위·변조가 불가능한 디지털 아트의 공급과 수요가 올바르게 정립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글. 백세희(변호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 저자)
출처. 미래에셋증권 매거진(바로가기_click)
박혜원 기자 phw06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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