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지구력, 균형감각, 스태미나, 속도 등 열 가지 영역의 육체 능력을 골고루 극대화하는 이 운동은 자신의 체력에 맞게 강도 조절이 가능하며, 매일 와드(Workout of the Day, WOD: 크로스핏의 하루 운동) 프로그램이 변경돼 지루함 없이 꾸준히 운동할 수 있어 빠르게 대중화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소방관이나 군인, 격투기 선수들이 주로 애용할 정도로 거칠고, 운동 강도가 높다.
그러나 크로스핏의 핵심은 특수한 목적의 기교가 아닌, 모두를 위한 지속적이고 다양한 기능적 움직임에 있다. 실제로 크로스핏 창립자 그렉 글래스맨은 초창기 선언문에서 “엉덩이 근육을 키우면 야구 선수의 송구에 도움이 되고, 할아버지가 욕조에서 넘어지는 일을 줄여주기도 한다”고 명시했다.
즉, 크로스핏은 그저 해병대에게 뒤로 공중제비를 돌아 서거나 미식축구 선수에게 물구나무서서 걷기를 가르치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갑자기 도로로 달려드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순간적인 뛰어듦, 친구들과 하이킹을 즐길 수 있는 심폐와 스태미나, 무거운 가구를 옮겨야 하는 이웃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 등 실생활 속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크로스핏 전문 유튜버 까로, 강형욱 씨도 인터뷰 내내 그 점을 강조했다.
9년 차 크로스핏 코치인 강 씨는 명실공히 현재 국내에서 가장 핫한 ‘크로스핏 피플’ 중 한 사람이다. 2019년부터 유튜버 채널 ‘까로’(현재 구독자 수 15만8000명)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영상을 통해 크로스핏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운동 방법을 소개한다.
익살스럽고 친근한 말투와 흥미로운 운동 콘텐츠, 그리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수행하는 그의 진심이 담기면서 그의 채널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5년여 전까지만 해도 다소 주춤했던 국내 크로스핏에 대한 관심도 다시 높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누구보다 크로스핏을 좋아하는 강 씨지만 크로스핏이 그저 다이어트를 위한, 혹은 극한의 체력 단련 도구로만 그려지는 편견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동시에 향후 크로스핏 등 피트니스 사업의 전망과 올바른 운동 루틴에 대해서도 이야길 나눠봤다.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원래 몸이 왜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운동을 한 시기와 계기, 입문 과정이 궁금합니다.
“크로스핏을 시작하기 전 저는 이렇다 할 캐릭터가 없는 사람이었어요. 외모도, 공부도, 직업도 딱히 내세울 만한 무기가 없었죠. 뭔가 나만의 무기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갑자기 기울어진 가세도 문제였어요. 과거 집이 좀 괜찮게 살았을 때 미국에서 골프를 배웠거든요. 2010년부터 1년 반 정도 머물며 준비했는데 집안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그만두게 됐죠. 한국에 돌아와 당장 생계를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 당시 레스토랑에서 일을 했는데 그때 만난 친구가 지금 제가 속해 있는 크로스핏 박스(체육관) 라임라잇의 매니저예요. 그 친구가 운동을 좋아하던 제게 ‘이런 운동도 있다’며 소개해준 게 크로스핏이었죠. 흥미가 생겨서 서울 한남동의 한 박스 내 인포데스크에서 열쇠와 수건을 주는 일을 한 달간 하다가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크로스핏 코치들이 너무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아, 나도 저 일을 정말 해보고 싶다’ 싶었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인턴생활을 하면서 3~6개월 동안 사수코치로부터 크로스핏 큐잉(cueing: 소리나 몸짓 등을 통해 회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접촉 지도 방식)도 배우고, 동작들을 연마하면서 크로스핏 레벨1 자격증과 생활체육지도자 3급 자격증을 취득해 현재까지 크로스핏과 개인 트레이닝(PT)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크로스핏의 어떤 매력에 빠지셨나요.
“크로스핏을 하다 보면 매 순간마다 경쟁이 있어서 재밌어요. 동시에 소속감도 느낄 수 있고요. 가령 이런 거죠. 처음 크로스핏을 할 때는 오롯이 자기 자신한테만 집중하게 돼요. 다양한 동작을 익히고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거든요.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 몸에 익숙해지면 슬슬 박스 내 자신과 비슷한 레벨의 사람이 눈에 들어와요. 그러다 보면 ‘저 사람만큼, 혹은 조금 더 잘해보자’는 짧은 목표들이 생기면서 경쟁의식도 생기고, 절대 못할 것 같던 동작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짜릿한 재미를 느끼기도 해요. 또한 함께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운동하면서 인사도 하고, 서로 격려도 해주는 과정에서 일종의 소속감이 생기는 것도 같습니다.”
크로스핏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다이어트를 빼놓을 순 없죠. 워낙 고강도 운동이기 때문에 체지방 감량에 정말 도움이 되는 운동이에요. 무엇보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중장년들의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가령, 나이가 들면 남자들의 경우 발기부전 같은 것들이 오잖아요. 저는 그게 혈액순환과 상관관계가 크다고 봐요. 늘 일터에서 앉아 생활하고, 잦은 음주, 흡연 습관, 스트레스 등으로 신체 순환이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크로스핏은 하시다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발가락부터 머리끝까지 마치 피가 역류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혈액순환이 활발해져요. 그래선지 종종 회원님들 가운데 늦둥이를 얻는 경우도 적잖아요. 단지 몸매를 가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전반(스타일)을 건강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렇게 살아왔고요.”
크로스핏에 대한 오해도 많은 것 같아요. 실상은 어떤가요.
“가장 대표적인 오해가 ‘부상위험이 정말 크다’는 거죠.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모든 스포츠들이 부상 위험이 아예 없을 순 없어요. 축구든 농구든 어떻게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그 정도가 갈리죠. 되레 제 주위에는 다른 운동을 하다가 더 크게 다친 경우가 더 많기도 해요. 그런데 마치 크로스핏이 그중 유독 위험한 운동처럼 호도되는 경향이 좀 있어요. 아무래도 국내 대중매체에서 크로스핏에 대한 이미지가 다소 거칠고, 선정적으로 광고된 부분이 큰 것 같아요.
실제로 그랬거든요. 크로스핏 하면 ‘악마의 운동’처럼 극한의 운동을 부각시켰던 사례가 많았어요. 물론, 지금은 어느 박스를 가도 코치들의 수준이 상향평준화 됐지만 과거에는 박스마다 기복이 좀 있었어요.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코치들이 크로스핏을 무리한 강도로 운동을 시키다가 부상을 입는 경우가 자주 발생했어요. 그렇다 보니 크로스핏을 그런 방식으로 접한 사람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기기도 했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5년 전부터 국내 크로스핏 비즈니스가 위기에 직면했던 것도 관련 업계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크로스핏 포함 피트니스 비즈니스가 여전히 핫합니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가 되려면 어떻게 돼야 할까요.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거예요. 그때마다 솔직한 제 대답은 ‘쉽지 않다’입니다. 아시다시피 피트니스 산업이 워낙 레드오션이잖아요. 파이도 크지만 경쟁도 만만치 않죠. 그런데 크로스핏은 그 파이가 현저히 더 작아요. 그 작은 밥그릇을 서로 나누려고 하니 정말 강한 자만이 살아남은 시장이죠.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웬만하면 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어요. 사실 제 경우도 9년이라는 긴 시간과 저만의 방대한 운동 노하우와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기에 제 브랜드를 구축할 수 있었거든요.
단지, ‘지금 크로스핏 잘되니까 창업 한번 해볼까’란 식의 접근은 위험한 생각 같아요. 또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크로스핏이 메가트렌드로 정착하는 것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이에요. 이건 문화적 차이에서도 기인해요. 크로스핏이 워낙 미국적이고, 다소 마초적인 경향도 크게 때문에 이게 완전히 대중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동시에 아직까지 국내에서 이 분야를 독점해서 컨트롤할 만한 사람이나 기관 등 구심점이 없는 것도 한계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과 미용을 이유로 끊임없이 다이어트에 도전하지만 늘 실패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일까요.
“아마 제일 큰 이유는 성급한 기대감 때문인 것 같아요.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와 흡사해요. 예를 들면, 지금이 5월인데 7월에 수영장에 가려면 빨리 살을 빼겠다고 극단의 다이어트를 하는 사례를 자주 목격하잖아요. 헬스장에서도 그런 심리를 이용해 ‘단기간 다이어트’를 강조한 마케팅을 쏟아내고요. 그런데 그런 단기간 다이어트는 위험하기도 하고, 실현 가능성도 적어요. 저는 모든 결과에는 그에 합당한 시간과 노력이 반드시 비례해서 투자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물론, 거기에 운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겠지요. 그런데 의외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그런 노력 없이 무조건 결과에 대한 기대치만 높은 경우가 많아요. 당연히 실패로 이어질 확률이 높죠. 건강한 다이어트와 운동 루틴을 얻기 위해서는 그러한 조급증을 버리셔야 해요.”
수많은 수행 동작이 있겠지만 까로 님이 초보자에게도 추천하는 칼로리 폭탄 크로스핏 루틴을 소개해주신다면요.
“크로스핏 공식 와드 중에 ‘엔지(angie)’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풀업(턱걸이), 푸시업, 싯업(윗몸 일으키기), 스쿼트를 수행하는 루틴인데 초보자들이 하기에 괜찮습니다. 무리가 된다면 줄넘기와 싯업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보실 수 있어요.” 사실 국내에서는 아직 크로스핏 정식 협회나 지도자 양성 기관이 많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국내 크로스핏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요.
“본래 크로스핏은 미국 크로스핏 본사에 정식 지부 등록이 돼야 정식 박스로 인정해줬어요. 이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 매년 미화 3000달러를 본사에 지불해야 하고, 각 박스마다 레벨1 자격증 소지자가 반드시 한 명 이상 있어야 정식 크로스핏 박스 지위를 얻을 수 있죠.
그래서 과거에는 이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박스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경향이 적잖이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은 상황이 조금 달라졌어요. 미국에서 크로스핏 창립자 그렉 글래스먼의 인종차별적 발언 때문에 리복, 로그 등 주요 스폰서들과 제휴 체육관들이 박스를 탈퇴했거든요. 그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아예 없지는 않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크로스핏 본부에서 쓰는 로고를 쓰지 않으면, 사실 일반 체육관처럼 ‘크로스핏’ 간판을 걸고 누구나 박스를 낼 수 있다 보니, 이제는 꼭 정식 지부가 아니더라도 크로스핏을 운영하는 분들이 중구난방식으로 많아지고 있어요.
따라서 그중 옥석을 가리기 위해서는 박스의 정식 지부 여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저는 1회 무료 체험 클래스를 꼭 먼저 받아보시라고 권해요. 그것을 통해 코치들의 코칭 능력을 비교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자신과 맞는 코치가 있는지, 분위기는 어떤지를 알아보는 것은 운동을 꾸준히 하는 데에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을 파악해보시는 게 중요하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있다면요.
“늘 그랬듯이 앞으로도 꾸준히 운동할 생각이에요. 동시에 제가 12월에 저만의 독자적인 박스를 열 계획이거든요. 단, 크로스핏을 전면에 걸 생각은 아니에요. 크로스핏을 기반으로 하되, 그 외 다양한 기능적인 운동들을 결합해서 누구나 접하기 쉽고, 건강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맞춤형 운동 프로그램을 고안해 나갈 생각입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사진 김기남 기자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