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NTECH LEADER
CEO & BIZ / 핀테크 리더

혁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핀테크 시대. 미래 금융은 무엇이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 기업을 만나는 시간. 이달의 핀테크 리더는 대출비교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팀윙크의 알다(이하 알다) 김형석 대표다.

공학도 출신인 김형석(45) 알다 대표는 처음부터 금융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보기술(IT) 회사인 LG전자를 비롯해 SK M&C(주), SK 플래닛 등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IT 금융 스타트업을 준비했다.
그는 “고객들이 돈을 빌리면서 불안해하지 않고 보다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금융을, 대출을 쉽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보자’라는 생각으로 회사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디어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고 결국 안 된다는 시각을 이겨내고 끝까지 ‘그릿(GRIT: 끈기, 투지, 불굴의 의지를 아우르는 개념)’을 가지고 실행하는 기업가로 새로운 삶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범세 기자
서범세 기자
회사를 설립한 계기가 궁금하다.
“몇 년 전 이사를 할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은행 직원 분이 남대문에서 용인까지 찾아오셨는데 당시 생각으로는 그 상황이 이상해 보였습니다. 1금융권에 대출을 신청했음에도 불구하고 ‘과연 내가 대출이 될까’라는 생각으로 돈이 입금되기 전까지 불안했었습니다. 돈을 빌려보기 전까지 대출과 유통 구조를 전혀 몰랐기 때문이죠. 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들 대출 받기 전에 지인들에게 물어 보는 게 전부더라고요. 포털에는 대출 광고만 가득하고 정작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그때 생각했죠. ‘아, 대출은 정말 어려운 것이구나. 금융은 어렵구나’라고요. 그래서 돈을 빌리는 사람들을 위해 금융을, 대출을 쉽게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2018년 팀윙크라는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알다’라는 사명이 그 맥락인가.
“맞아요. 금융은 어려워요. 대부분 잘 모르기도 하고요. 소비자 입장에서 접근할 수 있는 정보 역시 매우 한정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대출을 쉽게 알려준다는 의미를 담아 애플리케이션 이름을 ‘알다’라고 지었습니다. 핀테크 업계의 경우 서비스명으로 대부분 영어를 사용하는데 한글이 문맹 퇴치에 기여한 것처럼 금융맹 퇴치에 기여하겠다는 생각으로 한글 이름을 선택했습니다.”

IT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으신데 금융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회 초년생부터 틀에 갇혀 일하는 것을 싫어했습니다. 공학을 전공했지만 기술 자체보다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사업화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여러 도전을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제조사, 마케팅 회사, 플랫폼 회사, 미디어 회사를 거치면서 주로 신사업을 담당해 왔어요.
신사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라 대부분 싫어하는데 저는 항상 손들고 해왔던 것 같습니다. 다양한 산업계를 경험하다 보니 금융이야말로 가장 혁신이 더딘 사업으로 보였어요. 이로 인해 여기에 기회가 있겠다고 생각해서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알다 앱에 대해 소개해달라.
“알다는 ‘쉬운 대출비교’를 콘셉트로 하는 대출비교 플랫폼입니다. 40여 개 금융사의 대출 상품의 확정 조건을 간편하게 비교하고 바로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대출이 필요한 고객들에게 가장 실질적으로 혜택을 드릴 수 있는 신용관리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어요.
특히 비금융 정보(건강보험 납부내역, 통신비 납부내역 등)를 활용해 하루 만에 신용점수를 올려주는 신용 올리기 서비스와 유료 보고서 수준의 신용관리 방법을 알 수 있는 ‘신용보고서’ 등의 기능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및 매출 규모가 궁금하다.
“대출비교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이후, 지난 9월 누적 대출 승인 금액이 1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누적 조회 건수는 150만 건 정도 나오고 있고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영업이익이나 매출 규모를 공개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유의미한 수준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자산관리에서 대출이라는 영역으로 집중한 결과라서 값진 것 같습니다.”

알다만의 마케팅 비결은 무엇인가.
“아직 저희는 작은 조직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직원 수도 35명 정도이니, 많은 비용을 들여서 마케팅을 하기보다는 대출에 대한 니즈가 뚜렷한 잠재고객들을 타깃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출 시 고객들이 느낄 수 있는 불편에 소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객관계관리(CRM)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습니다. 유입부터 대출 실행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활동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40개 이상의 파트너사와 제휴가 돼 있습니다. 대출비교 서비스는 30개 제휴가 돼 있고 ‘금융소비자보호법’ 이슈로 제휴 확장이 잠시 정지됐다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제휴를 더 늘리고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시대에 맞춘 알다의 전략을 듣고 싶다.
“우선 대출 시장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대출을 받을 때 마이데이터가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대출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드릴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형이라든지 대출비교, 신용 올리기 등의 기본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입니다. 추가로 마이데이터 기반으로 대출관리 등의 서비스를 좀 더 정교하게 개발해서 대출 받기 전·후 대출 관리, 신용관리까지 꾸준하게 도와드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대출 핀테크 업체와 차별점이 있다면 소개해달라.
“특화 상품과 기업 간 거래(B2B) 제휴라고 생각합니다. 알다는 금융 소외계층들이 더욱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특화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핀테크 업계 최초로 개인 회생자 대출 실시간 한도 조회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B2B 제휴 역시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른 핀테크 업체와 차별화된 점입니다.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지만 비용이나 규제 때문에 직접 하기 어려운 플랫폼을 대상으로 알다 대출비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대출이 필요한 사용자는 자주 쓰는 앱에서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알다의 대출비교 서비스를 바로 이용할 수 있어 편리한 것이죠. 현재 삼성증권, CJ ONE 등과 제휴하고 있고 연내 3~4곳의 제휴사가 더 추가될 예정입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데 대출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금융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화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대출 시장은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국내 가계부채는 1800조입니다.
이 중 신용대출은 305조 정도 됩니다. 국내 커머스 시장이 150조 임을 감안하면 대출 시장에서 유니콘 기업이 2개 이상 나와야 해요. 하지만 현실은 1개밖에 없는 실정이고 그마저도 금융사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순수 핀테크로 유니콘 기업은 아직 없는 상태입니다.
아직도 대출 시장에서 비대면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기 때문에 많은 기회가 있는 시장이고 충분히 공략할 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출에 대한 나쁜 인식과 불편함을 개선하면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서비스 론칭 후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고객센터로 어떤 고객 분이 전화를 주셨어요. ‘대출 좀 해주면 안 되겠냐고 생활비가 다 떨어져서 그런다’고 말씀하시는데 너무 공감되는 상담이었지만 저희가 직접 대출해드리는 회사는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그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대출 고객의 니즈에 맞게 조금 더 집중하는 서비스로 피벗(pivot) 했습니다.
대출이 정말 필요하신 분들이 대출을 쉽게 받으실 수 있도록 여러 특화 상품을 제휴하고, 대안신용평가 모델 등을 개발해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으실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서범세 기자
서범세 기자
신용도가 낮은 고객도 대출이 가능한가.
“통신비 납부내역, 건강보험 납부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이용해 신용점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알다는 지난 2018년 비금융 정보를 간편하게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핀테크 업체 최초로 출시한 바 있습니다.
신용을 꾸준히 관리하고, 보유하고 있는 대출을 잘 상환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알다 앱을 통해 꾸준히 신용을 올리고, 관리해 나간다면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라 할지라도 더 나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규제와 전문 인력 수혈이 제일 큰 어려움입니다. 서비스를 시작하고 '신용정보법'이 개정되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이라는 라이선스가 생겼어요. 규제가 단순히 법률로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관계 법령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는데 법률 전문가가 내부에 없었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 정말 주경야독하면서 공부했습니다. 힘들었죠. 1차 허가에서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못하면 사업을 접어야 했기 때문에 절박했습니다. 아직도 공부하고 있습니다만, 이렇게 법 공부를 많이 할 것이었다면 공대 대신 법대를 갔어야 하지 않았냐고 농담을 하곤 합니다.
아무튼 작은 스타트업은 전문가들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영역을 공부하면서 실행해야 하는 점이 어려웠어요. 하지만 지나고 나니 새로운 도전이라 보람이 있었습니다.”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서비스를 모듈화해 안정성을 높이는 MSA 구조로 서비스가 개발돼 있습니다. 기능별로 모듈화 개발이 돼 있어 확장성이 용이하고 빠른 시장 대응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객들이 안전하게 데이터를 활용하실 수 있도록 금융사 수준의 보안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대출비교 시 안심번호를 도입하는 등 고객 정보 보호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최근 플랫폼 규제가 이슈화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서 시장의 질서를 파괴하는 것은 당연히 규제해야겠지만 시장 자체가 위축될 우려가 있습니다.
핀테크 산업은 이제 활성화 시기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규제와 육성의 관점에서 균형 있는 정책으로 시장 활성화를 이끌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빅테크와 금융사가 금융과 마이데이터 시장을 휩쓴다고 해도 승자 독식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금융시장은 이커머스 시장처럼 변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잘하는 것’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금융 소외계층과 중·저 신용자를 위한 대출 진단, 실행, 관리 등의 특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계획입니다. 결국 금융소비자들이 건강한 대출을 받으실 수 있도록 대출로 인해 겪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금융기관 관점에서는 거대 플랫폼에 광고나 입점이 어려운 중소 금융사들이 대출 상품을 유통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결국 수요자와 공급자가 윈윈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