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이 축산 시장에 적용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축산의 생산 과정을 무인화·자동화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는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가 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상상이 아닌 현실로 재현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서만형 엠트리센 대표 “AI 팜, 양돈 무인 자동화...글로벌 시장 공략”
바둑계의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맞먹는 신개념 ‘AI 팜’이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스타트업 엠트리센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딥아이즈는 불규칙적인 축산업의 생산성을 규칙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실시간으로 수집된 생체데이터를 분석하는 신개념 AI 기술이 핵심이다.

딥아이즈는 모돈(어미돼지)이 자돈(새끼돼지)을 출산하는 과정을 24시간 동안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돼지가 출산을 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만이나 난산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축산 농가의 생산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때마다 유행처럼 도는 구제역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으로부터 예방할 수 있다.

향후 양돈뿐 아니라 축산·농수산 시장 등 무인화·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한 AI 팜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축산·농수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AI 팜 시대가 바꿀 스마트팜의 모습은 어떨까.

엠트리센은 2009년 출범한 스타트업 기업으로 양돈업의 무인 자동화 길을 터줄 수 있는 신개념 AI 팜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은 서만형 엠트리센 대표이사와의 일문일답.

엠트리센은 어떤 회사인가. “회사의 연력은 1년 6개월여에 불과하지만 글로벌 회사들과도 협약을 맺으며 이 시장에서 빨리 자리를 잡게 됐다. 지난 2019년
9월에 설립할 당시에 AI 번식돼지 관리 시스템과 AI 비육돼지 관리 시스템, 곡물질량계에 대한 특허출원을 했다.

세계 최초로 실시간 관찰과 번식과 관련된 생체데이터를 수집하는 ‘딥아이즈’, 돼지들의 성장을 가늠하기 위해 체중을 측정하는 ‘딥스캔’을 개발했다. 딥아이즈와 딥스캔을 통해 돼지들의 생체데이터를 자동 수집하며 궁극적으로 무인화·자동화 양돈 시장 시스템 개발을 만들 계획이다.”

이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 “양돈은 만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신석기시대부터 이어온 시장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원래 전문 분야는 정보통신, 정보기술(IT) 분야다. 산업용 센서 전문 회사에서 20년간 근무했다.

양돈 공부는 5년 전부터 시작했는데 이 시장이 고성장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했다. 전 세계 양돈시장 규모가 1800조 원에 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성장 산업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돼지는 현금 창출 기간이 짧고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산업이다. 양돈을 시작으로 축산업 전반에 데이터 기술을 적용한다면 더 높은 생산량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양돈 시장은 폐사율이 높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가축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갖춰진다면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양돈 시장의 미래 경쟁력은 무궁무진하다.”

‘딥아이즈’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는데 어떤 상품인가. “딥아이즈는 하루 24시간 실시간으로 번식돼지를 관찰하고, 카메라들이 수집한 대량의 영상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다.

번식돼지의 분만, 분만 지연, 난산에 따른 사산, 태막이나 양수 처치 지연으로 인한 질식사, 초유 효력 감소로 인한 자돈(새끼돼지) 생존율 하락 등 다양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돕는다. 처음에 좁은 우리 안에서 수백 마리의 돼지들이 움직이는 상황에서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 파악하고 분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딥아이즈는 ‘3차원(3D) 영상을 촬영하는 고해상도 3D 카메라 기술’, ‘3D 라이다(lidar)’ 기술, 정밀하게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레이저 변위 측정 기술 등을 갖추고 있어 정확한 이미지를 판별해낸다.

분만 시간과 분만 간격, 난산 여부, 분만 회복, 온도·습도, 모돈 입출, 총 산자수, 초유 상태 등에 대해 경보 시스템 등 다양한 방법으로 관리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어미돼지의 분만 후 회복 속도 등 건강 상태와 축사 환경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한다. 특히 모돈 500두 농장 기준으로 매일 1억5000만 장의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100장 내외의 분만 이미지를 선별하는 방식이다.

이는 빅데이터를 축적해 돼지의 번식 현황과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든다. AI를 실행하는 채널 가격은 100만 원 정도이지만 양돈 생산성으로 따지면 가격은 비싸지 않다. 투자 대비 성과는 180%에 달한다. 현재 5개의 양돈 시장에서 5개월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생산성이 매우 높아졌다.”
서만형 엠트리센 대표 “AI 팜, 양돈 무인 자동화...글로벌 시장 공략”
양돈 시장에서 이 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나. “양돈 산업은 돼지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실시간으로 관찰한 후 즉시 대응해야 하는데 노동력이나 관리가 미숙해 적절한 시기를 놓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분만 시점이 중요한데 난산이나 양수 처치가 지연되면서 새끼돼지들이 질식사 등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많다. 또 바이러스에 견딜 수 있는 면역력이 없다는 점에서 실시간 감시와 관리를 해주면 생산성이 좋아진다. 또 국내 양돈 산업의 생산성이 유럽이나 선진 시장에 비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사업성이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국내와 중국의 양돈 생산성은 유럽연합(EU)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돼지들의 번식에 있어서도 한국은 유럽보다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정밀 사양 관리가 부족해 분만 시에 사산하거나 폐사할 가능성이 높고 초유 섭취 부족, 생체데이터 전산기록 관리가 활용이 재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양하다.

번식과 비육 측면에서 교배와 분만, 초유와 환경, 개체 체중, 실시간 감시와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데이터 자동 수집과 AI 기반 디지털 파밍이 효과가 클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와 중국 등 아시아시장을 타깃으로 하고 있지만 향후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실현 가능한 사업 목표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가. “AI 기반 스마트팜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무인화 양돈 시장을 만들어서 외부 바이러스나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고 생산성을 높이면서 인건비를 낮출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갖춰 나갈 계획이다. 현재 현실 가능한 목표는 5년 안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1950억 원, 650억 원 달성이 가능하다.

하지만 좀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볼 때는 향후 매출액 1조 원 달성도 가능하다고 본다. 현재 세계 양돈 시장 규모는 1800조 원에 달한다. 중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고품질 한국의 돈육 시장은 5200억 원 규모이고 전 세계 고품질 돈육 시장은 86조8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내와 중국의 양돈 시장에서 공략 가능한 스마트팜 시장은 15조9000억 원에 달한다. 시장 파이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성장성이 매우 큰 사업이라고 본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글로벌 최고의 플랫폼 회사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서만형 대표는…
2019년~현재 ㈜엠트리센 대표이사 사장
2018년 산업통상자원부 차세대 센서 SoC 기획위원
2013년~현재 국립인천대 전문교수
1999~2016년 ㈜오토닉스 R&D 총괄(연구위원) 1999년
포항공과대 정보통신대학원 졸업


글 이미경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