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훈은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후 도박과 사채빚으로 전전하다가 어머니가 당뇨 합병증으로 발이 괴사되는 ‘당뇨발(당뇨병성 족부병증)’에 걸려 당장 입원해야 하는 상황인데 돈이 없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당뇨병은 이미 국민 질환이 됐다. 30세 이상 인구 7명 중 1명이 앓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에서 발간하는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3.8%로, 494만 명이 앓고 있는 질환이다. 흔한 질환이라고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당뇨병은 한국인 5대 사망 원인 중 하나다. 그런데 당뇨병 환자의 3분의 1은 자신이 환자인지도 모른다. 당뇨병 팩트시트에 따르면 당뇨병 인지율은 65%에 불과했으며, 치료율은 60%에 불과했다.
체중 줄고, 갈증 심하면 당뇨병 의심
당뇨병은 혈액 안에 있는 포도당(혈당)이 정상치보다 높아 소변으로 넘쳐 나오는 질병이다. 정상 혈당은 8시간 공복 기준 100mg/dL 미만이며 식후 2시간 이내 혈당이 140mg/dL 미만인 상태를 말한다. 포도당은 우리 몸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에너지원을 만들고, 인슐린(insulin)은 이 과정을 돕는 호르몬이다.
만약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작용을 잘못하게 되면 포도당이 소변으로 배설되고 많은 양의 소변을 보게 된다. 이로 인해 몸 안에 수분이 모자라 갈증이 심해지고, 섭취한 음식물이 에너지로 이용되기 어려워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공복감을 자주 느끼게 된다. 아무리 먹어도 몸 안의 세포에서는 포도당을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체중은 오히려 줄고 점점 쇠약감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당뇨병이 진행된 상태다. 당뇨병 초기 단계에는 대부분 인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혈당을 정기적으로 체크해봐야 한다.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당뇨병에 취약하다. 동양인이 서양인에 비해 췌장 크기가 작아 상대적으로 인슐린을 적게 분비하고 췌장 기능도 떨어져 당뇨병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런 유전적 소인을 가진 데다 식습관이 서구적으로 변하다 보니 당뇨병이 증가하고 있다.
‘경계성 당뇨’도 조심해야
최근에는 경계성 당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경계성 당뇨는 ‘당뇨 전 단계’를 의미하는데 일반인보다는 혈당이 높고 당뇨병 환자보다는 조금 낮은 수치로 당뇨병 고위험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로 보면 5.6 이하가 정상이고 5.7~6.4까지가 전 당뇨, 즉 경계성 당뇨, 6.5부터는 당뇨로 구분한다. 혈당으로 보면 공복은 126부터는 당뇨, 100 이상이면 전 당뇨로 본다.
먼저 정기검진에서 경계성 당뇨, 혹은 전 당뇨라는 진단을 받게 되면 규칙적인 식습관, 균형 잡힌 식단과 함께 운동 시작을 권한다.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을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당뇨병 고위험군 시기에 운동, 식이 조절을 통해 체중을 조절하거나 소량의 약제를 선제적으로 사용하면 당뇨병 발생을 예방함은 물론 효과가 10여 년 이상 지속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대로 당뇨병이 치료되지 않은 채 진행하면 치명적인 당뇨 합병증인 말기 신부전, 손·발가락 절단, 시력 상실 등의 위험도가 증가한다.
당뇨병은 합병증이 더 무서운 병
당뇨병은 ‘침묵의 살인자’다. 병 자체로는 큰 증상이나 불편함을 불러오지 않다가 합병증이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혈당이 높으면 혈관벽에 염증이 잘 생긴다. 제일 가는 혈관부터 망가진다. 우리 몸에서 가장 가는 혈관은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다. 혈당 조절 정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 당뇨병을 7~8년 정도 앓으면 신경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망가져 신경이 손상되기 시작한다.
그다음으로 가는 혈관인 눈의 망막혈관은 당뇨병을 10년 정도 앓으면 망가진다. 그다음으로는 콩팥 혈관이다. 콩팥은 미세혈관이 뭉쳐진 장기라고 보면 되는데, 당뇨병을 앓은 지 12~15년 뒤면 손상되기 시작한다. 신경혈관, 망막혈관, 콩팥혈관이 손상되는 것을 ‘미세혈관 합병증’이라고 한다. 미세혈관이 손상된 뒤에는 심장의 관상동맥, 뇌혈관, 말초동맥 손상 같은 대혈관 합병증이 생긴다.
정상 혈당 유지하며 합병증 발생
최대한 늦춰야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면서 합병증 발생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이를 위해 적절한 약제를 복용하고 식단 관리와 운동을 해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과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혈중 포도당 수치가 과도하게 높아 음식을 조금씩 여러 번 나눠 먹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은 총열량의 50~60%, 지방과 단백질은 각각 20% 내외로 섭취하도록 권고한다. 최근에는 당뇨병도 개인별 ‘맞춤치료’를 권고한다.
환자가 처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혈당 조절 목표와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식사요법의 경우 너무 비만하거나 이상지질혈증이 동반되는 경우, 단백뇨 발생 등의 콩팥 이상징후가 보이는 경우 등 개인의 상태에 따라 권장되는 식사요법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의사와 상의한 후 개인의 질환 상태에 알맞은 식사요법을 따라야 한다.
당뇨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공하는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이라면 적어도 매년 규칙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당뇨병을 앓은 지 수년이 지났다면 매년 합병증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당뇨신경병증은 감각 저하 등을 살피는 신경전도검사, 자율신경검사 등을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망막을 살피는 안저촬영을 하고, 콩팥은 크레아티닌 혈액검사나 소변검사를 통해 합병증 여부를 알 수 있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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