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법무부가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제외하는 민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공표하면서 유류분의 새로운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유류분 역사와 시급히 개정돼야 할 부분들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유류분, 지각변동…개정 시급한 부분은
“유류분 전쟁의 시작은 밥상 위 달걀후라이 개수부터 시작된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유류분 갈등의 ‘본질’을 이렇게 표현했다. 유류분반환청구 소송은 ‘가족의 전쟁’으로 불린다. 소송 과정에서 은밀한 가족 간 돈거래가 속살을 드러내며, 말 못할 배신감에 울분을 터트린다.

하지만 이 전쟁의 서막은 대개 예견된 일이 많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누구나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고는 하지만 으레 더 마음이 가는 자식이나 형제가 있기 마련이다. 더욱이 현대사회에서 평균 수명이 늘고, 이혼, 재혼, 졸혼 등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면서 그 ‘공평의 기준’이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적용되는 일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런 가족 간 갈등의 골은 점점 더 늘어나는 양상이다.

실제 대법원 유류분소송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유류분청구소송 건수는 1444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452건)보다 219% 증가한 수치다.
본래 우리나라는 조선시대는 물론 제정 민법 당시에도 유류분 제도가 없었지만, 민법이 1977년 12월 31일 법률 제3051호로 개정되며 비로소 유류분 제도가 도입됐다. 유류분 제도는 상속받을 사람의 생계를 고려해 법정 상속인 몫으로 유보해 놓는 상속재산의 일정 부분을 말한다.

즉, 상속인 또는 근친자에게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해 일정한 형태의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피상속인의 재산 처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제도다. 현행 민법에서 유류분은 직계비속과 배우자의 경우 법정상속액의 2분의 1,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인정하고 있다.

당시 관련 자료들을 보면 유류분 도입 주장은 법정상속에서 남녀평등의 요청이 관철되는 것을 전제로 보완장치로서 주장되거나 여권신장, 상속재산에 대한 기여의 청산 보장 등을 근거로 하면서 가부장적이고 남녀차별적인 일부 세대의 상속 관념을 개혁하고자 한 것이 골자다. 하지만 유류분은 균등한 상속재산 분배라는 당초 취지에도 불구하고 분쟁의 불씨가 돼 왔다.

따라서 그간 법조계 안팎에서는 ‘현행 유류분이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해 왔다. 물론, 아직도 유류분과 관련된 판례가 다양하게 나와 있지는 않지만, 최근 들어 주목할 만한 판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형제자매의 ‘유류분 상속 권리’ 사라져
최근 가장 눈길을 끈 소식은 법무부가 2021년 11월 9일 유류분 권리자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일이다. 만약 이 법이 개정된다면 배우자나 부모, 자식이 없이 사망한 사람의 형제자매가 고인의 생전 의사와 상관없이 재산 중 일부를 상속받을 수 있던 권리가 사라지게 된다.

현행 법에 따르면 배우자나 자녀, 부모 등 선순위 상속인이 있을 때는 형제자매의 상속분은 없다. 다만 형제자매만 2명 있는 A씨가 별다른 유언 없이 사망할 경우 형제 2명은 같은 비율로 재산을 상속받는다. 단, A씨가 특정인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등의 유언을 하게 되면 현행 민법에서는 형제자매들이 유류분을 주장할 수 있다.
유류분, 지각변동…개정 시급한 부분은
그러나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이 적용되면 형제자매의 경우 유류분 권리를 주장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놓고 법무부 관계자는 “피상속인의 유언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고, 가족제도를 새로운 시대적 요청과 환경에 맞춰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법무부는 이번 입법예고안에 “부칙 제3조(유류분에 관한 경과 조치) 이 법 시행 당시 법원에 진행 중인 유류분반환청구 사건에 대해서는 제1112조 제4호의 개정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를 두어, 개정 규정의 소급효를 방지하는 조항도 명시했다.

이에 대해 민경서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입법예고는 극단적인 핵가족화로 인해 형제자매의 경우 상속 시 유류분을 인정할 만큼의 유대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고, 유류분의 대표적인 폐해로 지적받는 망인의 재산처분권 행사를 제약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덜어내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곽준영 법무법인 원 변호사 역시 “이번 법무부 개정안은 가산관념의 약화를 근거로 들고 있는데, 이는 상당한 규모의 토지를 보유하고 대가족 내지 친족이 대대로 정주하며 농·임업에 종사하던 과거 시대상을 벗어나, 대다수 인구가 도시에 근무하며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30대의 경우 비혼 인구가 절반이 넘었다는 시대상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이번 입법예고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더 이상 유류분 산정의 기초재산에 기여하기 어렵다는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며, 이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온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유류분 격변하는 시대상 반영해야”
이번 법무부의 입법예고 외에도 앞서 유류분 제도의 변화 시도는 조금씩 감지돼 왔다. 2021년 9월에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들에게 각각 다른 금액을 증여하고 사망한 경우, 자녀들의 유류분을 계산할 때에는 실제 상속받은 이익 등 구체적인 금액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당시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딸 3명이 아들 1명을 상대로 “아버지 생전에 아파트를 증여받는 등 현저히 많은 재산을 얻었다”며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그간 법정상속분은 상속 개시 전의 특별수익과 상속 개시 당시 상속재산을 합한 전체 상속재산에서 가져가게 되는 민법상 법정상속분을 순상속분액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고, 구체적 상속분은 법정상속분에 특별수익 등을 반영해 수정한 상속분을 의미했다. 이에 대법원이 순상속분액을 판단함에 있어 유류분권리자의 특별수익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본 셈이다.

이처럼 격변하는 시대상에 맞춰 유류분도 그에 발맞춰 개정이 요구되지만, 그 속도는 아직 더딘 모양새다.

민경서 변호사는 “우리와 같은 유류분 제도가 있었던 일본, 독일도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를 부양받을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 축소하거나 비율을 줄이는 방안으로 입법이 이뤄졌다”며 “입법 진행과 함께 부양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상속인을 구분하는 기준, 부양의 필요성이 있어 유류분권자에 해당한다고 판정하는 기준과 그러한 기준에 따라 유류분권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곽준영 변호사는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분은 가업승계나 공익기부에 있어서 유류분이 걸림돌이 되는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논의라고 생각한다”며 “오늘날 가업(기업)승계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은 더더욱 커지는데, 유류분 제도로 인해 안정적인 승계 전략을 구상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심지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유언대용신탁을 제시하고 있기까지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유류분 관련 법조문의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 현행 유류분 관련 민법 조문은 굉장히 거칠고 엉성하게 돼 있어 많은 해석의 틈이 발생하고 있고, 판례가 이를 겨우 막고 있다”며 “판례도 자신의 해석이 반드시 합리적이라기보다는 현행법상 부득이하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것이 많으며, 공동상속인에 대한 특별수익을 제한 없이 반환받는 것보다는 10년 정도의 제한을 두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글 김수정 기자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