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성격은 성공하기 어려울까? 최근 승진을 한 리더가 일에 대한 열정은 크지만 내향적 성향이라 조직 관리나 인적 네트워킹 등에 자신이 없어 더 이상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고민을 전한 적이 있다. 실제로 고참 리더 그룹의 65% 정도에서 내향적인 성향은 리더로서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다는 통계도 있다. 그렇다면 내향적 성격은 정말 성공에 불리한 걸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리더의 성격 특성 자체보다 케미, 즉 궁합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예를 들어 외향적인 리더는 내향적인 구성원과 잘 맞고 내향적인 리더는 외향적인 구성원과 잘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연구에서 특정 식음료 회사의 130개 프랜차이즈 지점을 대상으로 리더와 구성원의 성향을 조사했다. 결과는 자기 소통에 다소 소극적인, 즉 내성적인 성향의 구성원이 외향적인 리더를 만난 곳은 평균치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그런데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외향적인 구성원이 외향적인 리더를 만났을 때는 최고의 조합일 듯한데, 오히려 수익률이 평균치보다 낮았다는 것이다. 또 유사한 연구에서 내향적인 리더가 자기 의견이 강한 구성원을 만났을 때는 오히려 업무 효율이 증가했다는 결과가 존재한다. 리더의 외향적 성향이 내향적 성향에 비해 꼭 우월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대체로 외향적인 리더는 추진력은 좋으나 구성원들이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면 위협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는 데 반해 내향적인 리더는 추진력은 약한 듯하나 반대로 경청이나 제안에 대한 수용성 등에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은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 하는 성향 자체보다는 스스로가 내향적 성향을 단점으로 인식하는 것이 위축을 가져와 업무 역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각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인 세상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자신의 스타일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외향적인 타입보다 타인의 생각과 이야기를 잘 경청하고 수용해주는 내향적 타입의 리더가 지금 같은 시대에는 더 경쟁력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외향적 성향과 내향적 성향은 짜장면, 짬뽕처럼 명확하게 둘로 나눌 수 있는 변수는 아니다. 싱거운 짬뽕, 매운 짬뽕처럼 내향적인 면도 있지만 외향적인 성향이 더 크다는 식의 스펙트럼형 변수다. 자신의 성격이 어떤지 궁금하다 보니 MBTI 등 특정 성격 유형을 찾아주는 검사들이 유행이다. 재미와 함께 약간의 통찰을 얻는 것은 좋지만 ‘이래서 너와 나는 안 맞고 앙숙’이라며 과도하게 해석하는 것은 오히려 관계나 자존감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세상에 같은 성격은 하나도 없다. 나와 타인의 다양한 성격을 가치 있게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성격 유형만큼이나 고정적인 틀에 빠지게 하는 것이 세대 간 차이가 아닐까 싶다. 성격도 사람마다 다른데 사람의 특성을 세대란 한 틀로 구분하는 것이 가능할까.
세대 간 ‘스테레오타입’과 ‘메타 스테레오타입’의 차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전 단체 회식이 그립다는 직장인도 있지만 사실 회사 회식은 인기가 떨어진 지 꽤 됐다. 수년 전 한 회사에서 직무스트레스를 평가했는데 회식 항목 스트레스 점수가 높아 담당자가 상사에게 이 내용을 보고했더니 회식을 더 늘려야 하느냐는 답변이 나와 당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세대 간 인식 차이를 보여주는 웃지 못할 사례다.
MZ(밀레니엄+Z) 세대라고 하는 젊은 디지털 세대가 싫어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우리 회사의 장점은 가족 같은 분위기다”라고 한다. 실제로 너무 끈끈한 회사 관계가 싫어 이직을 고려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그런데 디지털 세대가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의 조언을 디지털 정보에 비해 더 신뢰한다는 통계 결과도 있다. ‘가족 같은’ 것이 모두 싫은 것은 아닌 셈이다.
더십 교육에 있어 새로운 세대에 대한 이해는 필수다. 조직 내 불통 이슈에 있어 세대 간 차이를 중요한 이유로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대 차이 자체보다 그 차이가 크다는 지나친 믿음 자체가 오히려 불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같은 세대라도 성격 등 개인적인 차이가 훨씬 클 수 있는데 한 세대를 통으로 묶어 규정하는 것 자체가 세대 간 소통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를 향한 고정관념이라 할 수 있는 스테레오타입(stereotype)과 다른 세대가 날 어떻게 보고 있는지 스스로 추측하는 메타 스테레오타입(meta-stereotype)을 비교한 한 연구를 보면 기성세대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은 책임, 성숙, 근면 등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다. 그런데 기성세대 스스로가 젊은 세대가 자신을 이렇게 바라볼 것이라 예상하는 메타 스테레오타입은 완고, 재미없음, 까칠함이었다고 한다. 반대로 젊은 세대의 스테레오타입은 미숙도 있지만 열정이란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젊은 세대 스스로의 메타 스테레오타입은 비자발적, 무책임이었다고 한다.
실제 세대 간 스테레오타입의 차이가 아닌 왜곡된 메타 스테레오타입이 세대 간 과도한 논쟁이나 갈등 또는 반대로 회피 행동으로 인한 직장 내 고립이나 외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어린데 너무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멘토링을 제대로 못 받는 이유가 될 수도 있고 나이는 있어도 아직 열정이 넘치는데 나서면 욕먹을까 봐 스스로를 위축시킬 수 있는 것이다. ‘세대 간 소통’ 교육에 있어 결론은 항상 공감소통이다. 그런데 다른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공감소통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자신이 속한 세대에 대한 메타 스테레오타입에 왜곡은 없는지 살펴보는 생각의 전환도 필요하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