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조건을 갖춰야 받을 수 있나
“저도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퇴직하는 계약직 또는 아르바이트 직원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다. 퇴직급여를 받으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 ‘근로자 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한 직장에서 계속해서 1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용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르바이트 직원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까. 퇴직급여 수령 여부는 근로자의 고용 형태와는 무관하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아르바이트 직원이든 상관없이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면 퇴직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4주 동안을 평균해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15시간이 안 되는 초단시간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을 수 없다.
소정근로시간이란 무엇일까. 여기서 ‘소정(所定)’이란 ‘미리 정해진’이란 뜻이다. 소정근로시간의 개념은 ‘근로기준법’에 나와 있는데, ‘법정근로시간의 범위 내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간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 예를 들어 하루 7시간씩 주 2일 근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을 하고, 실제로는 하루 1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했다고 해보자. 이때는 소정근로시간이 주 14시간이므로 퇴직급여를 받을 수 없다. 반면 하루 8시간씩 주 2일 근무하는 것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면 소정근로시간은 16시간이 된다. 이 경우에는 1년 이상 계속 근무하고 퇴직하면 퇴직급여를 받을 수 있다.
2. 얼마나 받을 수 있나
퇴직을 앞둔 근로자는 퇴직급여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할 것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서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퇴직할 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급여로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산정 방법은 퇴직급여 종류에 따라 조금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퇴직급여제도로 퇴직금과 퇴직연금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퇴직금 제도를 설정하려는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해 30일분 평균임금을 퇴직급여로 지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균임금이란 원칙적으로 ‘1일’을 단위로 산출한다. 근로자가 퇴직하기 이전 3개월 동안 수령한 임금 총액을 그 기간 총 일수로 나눈 금액을 말한다. 예를 들어 12월 31일에 퇴직하는 홍길동 씨가 직전 3개월 동안 임금으로 920만 원을 받았다고 해보자. 이 경우 퇴직 이전 3개월(10~12월) 동안 총 일수는 92일이다. 따라서 홍 씨의 평균임금은 10만 원(=920만 원÷92일)이고, 30일분 평균임금은 300만 원이 된다.
퇴직금 산정을 위한 ‘계속근로기간’이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해지할 때까지를 말한다. 다만 퇴직자가 이전에 퇴직금 중간정산을 한 경험이 있다면, 마지막 중간정산을 한 다음 날부터 근로계약을 해지할 때까지를 계속근로기간으로 본다.
그렇다면 앞서 홍 씨가 입사 이후 퇴직할 때까지 퇴직금 중간정산을 하지 않고 10년간 계속해서 근무하고 퇴직했다면, 퇴직급여로 얼마나 받을 수 있을까. 앞서 계산에서 알 수 있듯이 홍 씨의 퇴직 이전 30일분 평균임금은 300만 원이다. 여기에 계속근로기간(10년)을 곱하면 홍 씨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급여는 3000만 원이 된다.
이번에는 퇴직연금제도를 살펴보자. 퇴직연금제도에서는 회사가 부도가 나더라도 근로자가 퇴직금을 안전하게 수령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적립금을 회사 외부의 금융사(연금사업자)에 보관한다. 이렇게 외부 금융사에 예치한 적립금을 누가 운용하느냐에 따라 퇴직연금은 다시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에서는 회사 외부 금융사에 보관한 퇴직급여를 사용자(회사)가 운용한다. 퇴직급여를 운용해서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모두 회사에 귀속된다. 운용수익과 무관하게 근로자가 퇴직할 때 받는 퇴직급여는 사전에 결정돼 있는데, 산정 방법은 퇴직금제도에서와 동일하다.
DC형에서는 근로자가 적립금을 운용하는 주체다. 사용자는 매년 근로자 개인별로 연봉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부담금을 근로자의 퇴직계좌에 납입하면, 근로자가 이를 직접 운용한다. 그리고 퇴직할 때 회사 부담금과 운용수익을 합쳐 퇴직급여로 받는다. 근로자는 금융사 홈페이지와 ‘통합연금포털’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3. 언제, 어떻게 받나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사용자가 14일이 지났는데도 퇴직급여를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이자(연 20%)를 지급해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로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퇴직급여 수령 방법은 퇴직연금 가입 여부와 퇴직 당시 나이에 따라 다르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퇴직할 때 사용자는 퇴직급여를 근로자가 지정한 개인형퇴직연금(IRP)에 이체해야 한다. 예외도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했더라도 55세 이후에 퇴직하거나, 퇴직급여를 담보로 받은 대출을 상환하거나, 퇴직급여가 300만 원이 안 되면 IRP 계좌에 이체하지 않고 일시에 수령할 수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본인의 선택에 따라 퇴직급여를 IRP 계좌에 이체할 수도 있고,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다. 다만 올해 4월 14일 이후에는 퇴직연금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 퇴직급여를 IRP에 이체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한다. 하지만 퇴직급여를 IRP로 이체하면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는다. 세금은 IRP 계좌에서 퇴직급여를 인출할 때 부과하는데,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를 30~40% 경감 받을 수 있다.
이미 퇴직소득세를 떼고 현금으로 수령한 퇴직급여를 IRP 계좌에 이체하고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을까. 가능하다. 퇴직급여를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금융사에서 IRP 계좌를 개설하고 수령한 퇴직급여를 이체하면 된다. 이 경우 원천징수 당한 퇴직소득세를 IRP 계좌로 돌려받는다. 퇴직급여 중 일부만 IRP 계좌에 이체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이체 비율에 맞춰 퇴직소득세를 환급 받는다.
4. IRP 말고 연금저축으로 이체할 수는 없나
연금계좌에는 IRP 이외에 연금저축도 있다. 그렇다면 퇴직급여를 연금저축에 이체할 수 있을까. 퇴직연금 가입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에는 퇴직급여를 IRP 계좌로만 이체할 수 있다. 하지만 55세 이후에는 IRP 계좌 이외에 연금저축으로도 퇴직급여를 이체할 수 있다. 그렇다면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까.
연금저축과 IRP를 선택할 때는 크게 다섯 가지를 체크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첫째, 수수료를 살펴야 한다. 연금저축펀드는 별도로 계좌 관리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IRP 계좌에서는 운용과 자산관리에 따른 수수료를 부과한다. 다만 최근 들어 증권사를 중심으로 수수료를 면제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야 한다.
둘째, 일부 인출이 가능한지 살펴야 한다. 연금저축 가입자는 적립금을 일부만 찾아 쓸 수 있다. 하지만 IRP 가입자는 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면 적립금 중 일부만 인출을 할 수 없다. 자금이 필요하면 IRP 계좌 자체를 해지할 수밖에 없다. 적립금을 일부 인출할 수 있는 사유로는 무주택자의 주택 구입과 전세보증금 마련, 6개월 이상 요양, 개인회생이나 파산, 천재지변이나 사회적 재난이 있다.
셋째, 위험자산 투자 한도를 살펴야 한다.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는 투자자산 배분에 관한 별도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적립금을 주식형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상품에 100%까지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IRP 가입자는 적립금의 70%까지만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주식 비중이 40% 이상인 펀드와 ETF는 대부분 위험자산에 포함된다. 다만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적격 타깃데이트펀드(TDF)에는 적립금을 100% 투자할 수 있다.
넷째, 투자 상품의 다양성을 살펴야 한다. 연금저축은 크게 펀드, 신탁, 보험의 세 종류가 있는데, 현재 실무적으로 퇴직급여를 이체할 수 있는 것은 펀드밖에 없다. 연금저축펀드 계좌에서 일반 펀드와 ETF에는 투자할 수 있지만, 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이나 리츠, 부동산인프라 펀드에는 투자할 수 없다. 반면 IRP 계좌에서는 이들 상품에도 투자할 수 있다. 다만 파생상품 편입 비중이 높은 원자재 펀드에는 투자할 수 없다.
다섯째, 압류 여부도 살펴야 한다. IRP에 이체한 퇴직급여는 압류할 수 없다. 다만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개인적으로 납입한 금액은 압류할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에 이체한 퇴직급여는 압류될 수 있다. 따라서 큰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IRP에 퇴직급여를 이체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5. 명예퇴직금도 IRP 계좌에 이체해야 하나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법정퇴직금과 별도로 명예퇴직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이때 명예퇴직금도 IRP 계좌에 의무적으로 이체해야 하는 걸까.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55세 이전에 퇴직하는 경우 법에서 정한 퇴직급여는 IRP 계좌에 의무적으로 이체해야 한다. 하지만 명예퇴직금은 퇴직자의 선택에 따라 연금저축이나 IRP 계좌로 이체할 수도 있고, 일시에 현금으로 수령할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정책에 따라 근로자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 DC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사업장 중에 그런 곳이 많다. 이는 사용자가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서다. DC형 퇴직연금제도에서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할 의무가 연금사업자(금융사)에게 있다. 하지만 명예퇴직금에 대한 퇴직소득세 원천징수 의무는 사용자에게 있다.
그래서 회사가 원천징수 업무를 생략하기 위해 명예퇴직금을 근로자의 DC형 퇴직연금 계좌로 납입하고, 연금사업자가 법정퇴직급여와 명예퇴직금을 합쳐 한꺼번에 지급하도록 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는 퇴직소득세 원천징수에 따른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6.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은 얼마나 내나
연금저축이나 IRP에 이체한 퇴직급여는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연금으로 수령할 때는 퇴직소득세율의 70%에 해당하는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리고 실제 연금수령기간이 10년을 넘어가면 퇴직소득세율의 60%에 해당하는 세율로 과세한다. 예를 들어 홍길동(55) 씨의 퇴직급여가 2억 원이고, 이를 일시에 수령할 때 퇴직소득세가 2000만 원이라고 해보자. 이 경우 홍 씨의 퇴직소득세율은 10%가 된다. 홍 씨가 퇴직급여를 IRP에 이체하고 매년 2000만 원씩 연금으로 수령한다고 해보자.
연금이 개시되면 퇴직급여 원금부터 인출한다. 이때는 퇴직소득세율(10%)의 70%에 해당하는 7%의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따라서 첫해 연금으로 2000만 원을 인출하면 140만 원을 납부하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10년 동안 매년 2000만 원씩 연금을 받으면서 140만 원씩 세금을 내면, 총 납부한 세금은 1400만 원이 된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할 때 세금이 2000만 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세금을 600만 원이나 절감한 셈이다.
10년이 지나면 퇴직급여 원금(2억 원)은 모두 소진된다. 그러면 11년 차부터 퇴직급여를 운용해서 얻은 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게 되는데, 이때는 3.3~5.5% 세율로 연금소득세를 부과한다. 연금 수령 당시 가입자 나이가 55~69세이면 5.5%, 70~79세이면 4.4%, 80세 이상이면 3.3% 세율이 적용된다. 일반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15.4%의 세금이 부과되는 것과 비교하면 절세효과가 적지 않은 셈이다.
7. 여러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로 연금을 받을 때 세금 문제는
이미 퇴직급여를 IRP로 수령했는데 연금저축이 더 좋아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개의 연금저축과 IRP에 흩어져 있는 퇴직급여를 하나의 계좌에 모아서 연금을 받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IRP와 연금저축 사이의 계좌이체 제도를 활용하면 별다른 불이익 없이 적립금을 옮길 수 있다. 다만 연금저축과 IRP 사이에 계좌이체는 연금 수령 요건을 갖춘 다음에 할 수 있다. 우선 가입자가 55세가 이상 돼야 한다. 그리고 연금저축과 IRP에 가입하고 5년이 경과해야 한다. 다만 퇴직급여가 포함돼 있다면 5년이 지나지 않아도 이체할 수 있다.
연금저축과 IRP 계좌 하나에 여러 회사에서 받은 퇴직급여가 섞여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은 어떻게, 얼마나 내야 할까. 예를 하나 들어보자. 강감찬(55) 씨는 5년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받았던 퇴직급여 1억5000만 원을 IRP 계좌에 이체했다. 만약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했더라면 퇴직소득세로 1700만 원을 납부해야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직장에서 퇴직하면서 받은 퇴직급여 5000만 원도 같은 IRP 계좌에 이체했는데, 납부하지 않은 퇴직소득세는 300만 원이었다.
연금소득세를 계산하려면 강 씨의 퇴직소득세율부터 계산해야 한다. 강 씨가 받은 퇴직급여를 전부 합치면 2억 원(=1억5000만 원+5000만 원)이고, 퇴직소득세를 합치면 2000만 원(=1700만 원+300만 원)이다. 따라서 강 씨의 퇴직소득세율은 10%(=2000만 원/2억 원)가 된다. 연금소득세를 계산하는 방식은 앞서 홍 씨의 사례를 참고하면 된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