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파이낸스 시대 개막, 보안 위협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금융은 비대면으로 전환했고, 모든 금융 생태계는 이제 디지털 혁신의 중간에 섰다. 그 반대 급부로 새로운 사이버 보안 위협도 등장했다. 양날의 검 같은 금융 디지털화와 사이버 보안. 2022년 금융시장 변화와 보안 위협을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는 오픈 파이낸스 시대로 진입하는 첫해가 될 전망이다.€오픈뱅킹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다. 오픈뱅킹이란 하나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른 금융사의 본인 계좌를 조회하고, 출금, 이체할 수 있는 일종의 통합 금융서비스다.€

오픈뱅킹이 정착되면서 한국의 금융 소비패턴도 큰 변화를 맞이했다. 과거에는 개별 은행 계좌나 통장을 통해 돈을 관리했다면 이젠 스마트폰 내 앱 하나로 모든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픈뱅킹 순가입자만 3000만 명을 넘어셨다. 가입자 1명당 사용 이용기관 앱은 3.6개로 송금과 이체를 위해 별도로 은행 앱 등을 깔아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다.€특히 오픈뱅킹 시행으로 잔액조회(68%)와 출금·이체(21%), 거래내역 조회(6%) 등 계좌 관련 기능을 이용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전통 은행을 이용하지 않고 핀테크 앱을 활용해 소액을 이체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토스와 카카오페이 앱을 이용하는 금융 소비자가 급증했다는 것이다.€핀테크 기업의 경우 이체 건당 10만 원 미만 비중이 약 76%에 달한다.€이체 금액대별 처리 건수 비중은 5만 원 미만이 62.9%로 가장 많았다.€이 같은 변화는 오픈뱅킹으로 금융사 금융결제망이 서로 개방되면서 서비스의 디지털화가 급격히 이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 월급 통장을 핀테크 앱으로 관리하고, 돈 굴리는 일을 인공지능(AI) 일임투자를 통해 시행한다. 송금도 오픈뱅킹 앱을 통해 무료로 이용하고 생필품 구입에 오픈뱅킹으로 충전한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한다. 약 20% 할인된 금액으로 똑똑한 소비패턴이 자리 잡았다.

직장 내 더치페이 문화도 이끌었다.€오픈뱅킹으로 이체 수수료 등이 대폭 절감되자 식당에서 간편결제 앱으로 QR코드로 결제하거나 커피숍에서 체크카드로 나눠 결제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충전 금액 소비 후 남은 짜투리돈도 별도 비대면 서비스를 통해 적립하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똑똑한 금융 생활 ‘오픈 파이낸스’로 진화하고 있다.
오픈 파이낸스 시대 개막, 보안 위협은
금융 변화의 시작 ‘마이데이터’€

2022년의 가장 큰 금융 변화는 마이데이터 시행이다.€지난 1월 5일부터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방식 금융 마이데이터가 전면 시행됐다.€종전 스크래핑 서비스는 전면 중단했다.€

앞으로 모든 금융 소비자는 종전 대비 약 10배 이상 빨라진 속도로 금융자산을 통합 조회할 수 있고, 옛 공인인증서 외에 사설인증서를 통해 여러 금융사에 원스톱 전송을 요구할 수 있다. 1월부터 33개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API€방식으로 금융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작 초기라 효과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상당히 편리한 금융 인프라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앱에서 은행, 보험, 금융투자, 카드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 이용은 물론 국세청 납세 증명 등 공공 서비스도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데이터 표준 API를 통해 금융기관 등에 흩어진 정보를 받아 또다른 융합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마이데이터 시행으로 1차로 417개 사 정보가 제공된다.€정부는 국세와 지방세, 건강보험, 국민연금 보험료 청구 등 생활 속 서민 서비스를 마이데이터 인프라 내에서 할 수 있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마이데이터 시행은 금융권 정보뿐 아니라 통신·공공·전자상거래 시장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데이터 개방을 통해 핀테크 기업에 정보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 독점 문제를 해소하고 금융 산업 내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시행은 시장 파괴와 언번들링을 촉발하는 두 축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맞닿아 있다.€빅테크 기업이 다양한 형태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발판이 된다. 또 여러 정보가 융합되면서 이제 금융과 비금융 간 경계가 사라지는 언번들링 현상을 촉발했다.€

유통사와 전자상거래 기업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고, 신용평가와 소액대출 등을 네이버, 카카오 등 핀테크 기업이 하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소셜미디어 기업이 송금 서비스를 하고, 검색엔진 기업이 데이터를 판매하는 또 다른 한국 디지털 금융 지형도가 그려지고 있다.
오픈 파이낸스 시대 개막, 보안 위협은
디지털 전환,€새로운 사이버 위협도 등장

한국 금융의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사이버 위협도 등장할 전망이다. 빅데이터 경제가 열리면서 전혀 다른 형태의 보안 취약 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은행이 2022년 사이버보안 위협 전망을 최근 내놨다. 보고서를 분석해봤더니 올해 신종 사이버 위협으로 마이데이터 개인신용정보 유출 위험이 꼽혔다.€

정보가 모이는 정보기술(IT)€인프라를 공격, 인증 정보를 탈취하고 데이터 재식별을 통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다.€전문적인 보안 취약점 사전 진단과 데이터 전송과 저장 시 암호화를 의무화해야 한다. 또 오픈 API 보안위협 실시간 분석과 즉시 차단 체계를 구축하는 것만이 정보 유출 등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다.€

메타버스 확산으로 인한 새로운 보안 위협도 대거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메타버스 가상자산과 전자금융거래 연결에 따른 데이터 유출, 프라이버시 침해 위협 방식이다.€특히 메타버스 금융사기 위협은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자금세탁 방지 강화와 가상자산 무결성 검증, 불법 복제 방지 시스템 도입, 개인정보보호 체계 수립이 방안으로 제시됐다.€

클라우드 보안 위협 증가도 주목해야 한다.€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비대면 근무 환경이 증가하고 있다. 이 근무 환경을 겨냥한 정보 유출과 ‘WFA(Work From Anywhere)’€€환경을 겨냥한 취약점 공격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백신 설치를 의무화하고 안전한 운영체제(OS) 사용 등 외부 단말기 대상 보안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대선과 지방선거, 베이징 올림픽 등을 겨냥한 악성메일 공격도 예상된다.€그 외에도 ▲오픈소스 보안 취약점 리스크 증가 ▲산업화된 랜섬웨어 공격 확대 ▲산업 기반 시설 대규모 사이버 공격 등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임인년은 어느 때보다 금융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이를 악용한 사이버 위협이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디지털 금융 전환에 따른 법제와 인프라 정비, 정보보호 체계 수립을 서둘러야 한다.

글 길재식 전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