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이면서 경영성과급을 받는 방법 중 하나는 퇴직연금계좌에 적립해 뒀다가 퇴직할 때 수령하는 것이다. 마침 최 씨가 일하는 회사에서도 올해부터 경영성과급 중 일부를 떼어 퇴직연금계좌로 이체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인사담당부서에 따르면 이렇게 퇴직연금으로 이체한 경영성과급에는 당장 근로소득세와 건강보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퇴직하면서 이를 수령할 때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기는 하지만 근로소득세와 비교하면 세 부담이 크지 않다. 게다가 퇴직소득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 또한 적지 않은 혜택이라고 할 수 있다.
세금과 건강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말에 최 씨는 솔깃했다. 하지만 당장 목돈을 손에 쥐고 싶은 생각도 쉽사리 떨쳐내기 어렵다.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까. 회사에서는 이미 근로자 동의를 받아 성과급 중 30%를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로 이체해주기로 정했지만, 이게 탐탁지 않은 근로자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명하면 된다. 다만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으로 이체하지 않겠다고 한 번 결정하면, 이를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면 선택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 경영성과급을 받을 때 세금은
회사의 경영 성과 중 일부를 종업원에게 보너스 형태로 나눠주는 회사가 많다. 회사는 경영 실적 중 일부를 종업원에게 나눠줌으로써 근로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근로자 또한 이렇게 해서 소득이 늘어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문제는 세금이다. 경영성과급은 근로소득의 일종으로 그해 받은 급여와 합산해서 과세한다. 알다시피 소득세를 부과할 때 소득이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어서, 기존에 받던 급여에 경영성과급까지 더하면 세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고액연봉을 받아서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근로자는 같은 경영성과급을 받더라도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경영성과급을 제외한 급여만 가지고 산출한 과세표준이 4600만 원 남짓 되는 근로자 A와 8800만 원 남짓 되는 근로자 B가 있다고 치자. 이들이 경영성과급으로 3000만 원을 수령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A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은 24%(지방소득세 별도)다. 따라서 A씨는 경영성과급으로 3000만 원을 수령할 때 소득세 720만 원과 지방소득세 72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반면 B씨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은 35%(지방소득세율 별도)다. 따라서 B씨는 경영성과급으로 3000만 원을 받을 때 소득세 1050만 원과 지방소득세 105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으로 이체하면, 세금은
경영성과급을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에 적립해주면 세금은 얼마나 줄어들까. 이 경우 근로자는 당장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나중에 퇴직하면서 적립금을 인출할 때도 상대적으로 세 부담이 적은 퇴직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다른 소득에 비해 퇴직소득세 부담이 낮은 이유는 과세 방법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먼저 퇴직소득은 분류과세를 한다. 다른 소득과 달리 퇴직소득은 한 회사에 장기간 일하면서 형성된 소득이다. 따라서 이렇게 오랜 기간 일해서 형성한 소득을 퇴직하는 해의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과세하면 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퇴직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떼어 과세하는데, 이를 분류과세라고 한다.
다음으로 퇴직소득세를 산출할 때는 연분연승방법을 적용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퇴직소득은 여러 해에 걸쳐 형성된 소득이다. 따라서 퇴직소득세를 산출할 때는 먼저 과세대상소득을 근속년수로 나눠서 세율을 과세표준에서 산출한다. 이렇게 하면 과세표준이 적어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세금을 산출하고 나서 다시 근속년수를 곱해서 세금을 산출하는데, 이를 연분연승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공제 혜택이 많다. 퇴직급여는 퇴직자의 소중한 노후생활비 재원이다. 그래서 근속연수공제, 환산급여공제와 같은 제도를 통해 세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이 같은 과세 방법 차이 때문에 똑같은 금액을 받더라도 근로소득보다는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으면 세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퇴직급여를 일시에 수령하지 않고 연금으로 수령하면 추가로 퇴직소득세를 30~40%가량 경감받을 수 있다.
이처럼 절세 차원에서 보면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계좌에 적립했다가 나중에 퇴직급여로 수령하는 것이 유리하다. 절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소득에는 국민연금보험료,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이 부과되지만, 퇴직급여에는 이 같은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노후소득 확보 차원에서도 바람직하다. 경영성과급은 퇴직한 다음 연금으로 수령해 노후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다. 경영성과급을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으려면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첫째, 퇴직급여제도 적용 대상인 근로자 전원의 성과급을 퇴직연금 계좌로 이체해야 한다. 그러면 퇴직연금으로 이체하지 않고 즉시 수령하고 싶은 근로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퇴직연금계좌로 이체하는 제도를 처음 시행하는 날이나 이와 관련한 규칙을 변경한 날에 자신은 적립하지 않겠다고 선택하면 된다.
둘째, 근로자가 적립 금액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야 한다. 다른 사람은 성과급 중 50%를 퇴직연금계좌로 이체하기로 했는데, 자기는 30%만 이체할 수는 없다. 그리고 이 같은 적립 방식과 비율은 퇴직연금규약에 명시돼 있어야 한다.
셋째,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 가입자만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에 적립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근로자가 자기 명의로 된 퇴직연금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해당 계좌로 성과급을 이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지 않은 사업장이나,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은 먼저 DC형 퇴직연금부터 도입해야 한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회사는 어떻게 하죠
DB형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성과급을 받을 때 세 부담을 덜려면 DB형을 DC형으로 변경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변경이 항상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임금상승률이 높은 회사에서는 이 같은 변경이 자칫 근로자에게 손실을 가져다줄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왜 그럴까. 이를 이해하면 DB형과 DC형에서 퇴직연금 산출 방법을 알아야 한다. DB형이 됐든, DC형이 됐든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퇴직급여 재원을 회사 외부 금융사에 보관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DB형과 DC형의 차이는 이렇게 외부 금융사에 보관한 퇴직급여 적립금에 대한 운용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다.
DB형을 도입한 사업장은 적립금 운용에 따른 책임을 회사, 즉 사용자가 진다. 적립금을 운용해서 수익이 나든 손실이 나든 상관없이,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할 때 사전에 정한 계산 방식으로 산출한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퇴직급여는 퇴직 이전 30일분 평균임금에 계속근로기간을 곱해서 산출한다. 이때 평균임금은 퇴직하기 직전 3개월간 동안 수령한 급여를 해당 기간을 일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예를 들어 12월 말에 퇴직하는 근로자가 직전 3개월 동안 920만 원을 급여로 수령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직전 3개월(10~12월) 동안 근무일수는 92일이므로 평균임금은 10만 원(=920만 원÷92일)이 된다. 따라서 30일분 평균임금은 300만 원이 된다. 만약 근로자가 해당 직장에서 20년간 일하고 퇴직한다면, 퇴직급여로 6000만 원(=300만 원×20년)을 수령하게 된다. 이렇게 DB형 퇴직연금제도에는 퇴직하기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퇴직급여를 산정하므로 임금상승률이 높은 근로자에게 유리하다.
하지만 DC형 퇴직연금은 다르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는 자기 명의로 된 퇴직연금계좌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1년 일할 때마다 총 급여의 1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돈을 근로자의 퇴직연금계좌에 이체해준다. 그리고 근로자는 자신의 퇴직연금계좌에 이체된 돈을 직접 운용해서 퇴직할 때 퇴직급여로 수령하게 된다.
DC형 퇴직연금 가입자의 퇴직급여는 임금상승률보다는 투자수익률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같은 날 입사해서 같은 급여를 받고 같은 날 퇴직한 근로자가 있다고 해보자. 이 경우 DB형 퇴직연금제도에서는 두 사람이 동일한 퇴직급여를 받지만, DC형 퇴직연금에서는 운용수익률이 높은 사람이 퇴직급여를 더 받는다.
그렇다면 임금상승률이 높은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임금상승률만 놓고 보면 DB형 퇴직연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경영성과급을 퇴직연금계좌에 이체하려면 DC형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혼합형 퇴직연금제도를 설정하면 DB형과 DC형 퇴직연금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다.
혼합형 퇴직연금제도란 말 그대로 근로자가 DB형과 DC형 퇴직연금에 동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회사가 매년 발생하는 퇴직급여를 DB형과 DC형으로 나눠서 적립한다. 이때 DB형과 DC형의 혼합 비율은 모든 근로자가 동일하게 정해야 한다. 이때 임금상승률이 높은 회사에서는 DB형 적립 비율을 99%로 정하고, 나머지 1%만 DC형에 적립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퇴직급여 적립금이 DB형으로 적립되기 때문에 높은 임금상승률에 따른 혜택은 고스란히 누릴 수 있다. 그리고 근로자는 자기 명의로 된 DC형 퇴직연금계좌를 가지기 때문에 여기에 경영성과급을 이체할 수 있다.
DB형과 DC형 혼합 비율은 근로자가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한 사업장에는 하나의 혼합 비율만 존재할 수 있고, 근로자가 임의로 혼합 비율을 조정할 수는 없다. 다만 사용자가 혼합 비율을 변경할 수는 있는데, 이때는 DC형 적립 비율을 증대하는 방향으로만 가능하다.
임원 퇴직소득 한도를 넘으면 어떻게 되나요
일반 근로자는 퇴직소득에 별다른 한도를 정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임원은 다르다. 임원이 수령한 퇴직급여 중에서는 일정한 한도까지만 퇴직소득으로 보고, 이를 초과한 금액은 근로소득으로 간주해서 과세한다. 이는 일부 기업이 근로소득세보다 퇴직소득세 부담이 적은 점을 악용해 임원들이 퇴직할 때 퇴직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왔기 때문이다.
퇴직소득 인정 한도는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2011년 12월 31일 이전에는 퇴직소득에 별다른 한도가 없었다. 기업에서 정한 임원 퇴직급여 지급 규정에 따라 수령한 퇴직급여는 전부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2012년 1월 1일 이후부터는 기업에 정한 임원 퇴직급여 지급 규정과는 별도로 과세당국에서 퇴직소득 인정 기준을 정하고 있다.
2012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는 총 급여의 3배수까지 퇴직소득으로 인정해줬다. 먼저 임원이 퇴직하기 이전 3년 동안 받은 급여를 전부 더한 다음 3으로 나눠서 연평균 급여를 구한다. 그리고 연평균 급여의 10%에 근무기간(년)을 곱해서 산출한 금액의 3배까지 퇴직소득으로 인정해줬다. 그리고 이를 초과해서 받은 금액은 근로소득으로 보고 과세했다. 2020년 이후부터는 퇴직소득 인정 한도가 연평균 급여의 2배수로 줄었다.
임원들은 경영성과급을 DC형 퇴직연금계좌로 이체할 필요가 없을까. 그렇지는 않다. 퇴직소득 인정 한도가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절세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소득세 과세 시기를 퇴직급여를 수령할 때까지 뒤로 미룰 수 있다. 그리고 퇴직소득 인정 한도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소한 퇴직 이전 연평균 급여의 2배까지는 퇴직소득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게다가 이렇게 소득으로 인정받은 부분에는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무엇보다 경영성과급을 다른 곳에 사용하지 않고 퇴직할 때까지 모아 뒀다가 노후생활비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글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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