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따스한 봄 기운이 찾아왔건만 마음은 불안하고 걱정은 커졌다는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그중에서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전 연령층에서 큰 상황이라 느껴진다. 주식 등 투자 관련 고민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가 ‘경제적 자유’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에서 경제적 자유에 도달해야 한다는 압박과 불안이 상당하다.

‘경제적 자유’는 도대체 얼마를 가지면 도달할 수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 최고 기업의 오너는 경제적 자유를 느낄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하면 대다수가 “아닐 것 같다”고 대답한다. 자산을 증식하면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보편적 인식을 갖고 있기는 한데, 그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행복 중독’이라는 용어가 있다. 너무 행복하려고 집착하면 오히려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를 ‘행복’이라고 마음의 알고리즘에 설정해 버리면 삶이 오히려 불편해질 수 있다. 왜냐하면 슬픔, 외로움, 우울 같은 불편한 감정도 살면서 느끼는 중요한 삶의 콘텐츠들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진정한 강자가 되려면 더 강력한 즐거움만을 힘겹게 좇아서는 안 된다.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을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처럼 내 삶의 한 부분으로 즐기는 여유, 그것을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 내 인생이란 영화의 신(scene)이 좀 우울할 수 있지만, 그 자체도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즐길 수 있다면 행복이다.

완전한 행복, 사랑, 자유가 존재할까. 그것에 대한 갈망은 본능이지만 도달이 어려운 것 또한 팩트다. 삶의 지향점으로 의미는 있지만 완벽한 자유가 성공의 기준이 돼 버리면 내 삶은 항상 부족하고 뒤처져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면에서 경제적 자유는 행복 중독이 이름을 바꾼 유사품이 아닌가 싶다.
경제적 여유가 자유를 줄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역으로 자유를 얽매이게 하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본다. 유산으로 물려줄 자산이 없는 부모도 마음이 불편하지만 유산 싸움을 바라보는 자산가 부모의 마음이 더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비자발적 장기 투자자가 됐다는 고민을 접한다. 주식 가격이 떨어지는데 손절의 시기를 놓치다 보니 의지와 상관 없이 장기 투자자가 됐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이 자유롭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실제 자산 정도와 상관없이 부자의 마음으로 투자를 해야 투자 성공에 이를 확률이 높다고 여러 전문가들은 이야기한다.

여기서 부자의 마음이란 무엇일까. 목표에 대한 집착이 아닌 여유가 아닐까 싶다. 경제적 자유라는 말에 있어 두 단어를 분리시키는 것을 권하고 싶다. 삶의 소중한, 하지만 물리적 도달이 불가능한 가치인 자유를 투자, 자산 증식과 지나치게 연동시키는 것은 내 삶을 자유가 아닌 불안으로 몰고가기 쉽다.
미래 불안에 대처하는 방법
불안에 대한 효과적 접근은 ‘생각’이 아닌 ‘행동’
‘과도한 걱정’을 자주 접한다. 상담, 약물 등 걱정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 해도 쉽지 않은 경우도 있다. 걱정을 일부러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걱정에 중독된 사람들이 있다. 마치 직업처럼 걱정이 삶의 중요한 활동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걱정이라는 증상 때문에 병원을 찾아오는데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걱정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왜 걱정처럼 괴로운 것에 중독이 될까. 심리적 유익이 없다면 중독도 없다. 예를 들어 술을 생각해보자. 과음은 몸에 해로운 것을 다 알기에 절주나 금주는 새해 계획의 톱 리스트에 올라간다. 그런데 왜 또 마실까. 술이 주는 심리적 유익이 있기 때문이다.

건배를 하며 잔이 부딪힐 때 짠한 기쁨이 있고, 실제 술이라는 화학물질이 뇌를 적실 때 나를 억제하고 있는 요소를 풀어준다. 즉, 자유로움을 느끼게 한다. 직장 상사 뒷담화도 술술 나오고 왠지 미래도 잘 풀릴 것 같다. 문제는 정신이 돌아오면 현실의 한계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러다 보니 또 마시게 된다.
그렇다면 걱정이 주는 심리적 유익은 무엇일까. ‘나는 소중해’라는 느낌 아닐까 싶다. 소중하지 않은 것에 대해 걱정하는 경우는 없다. 인생의 최대 걱정이 ‘치매’인 분이 방문했다.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걱정은 사라져야 한다. 그런데 전혀 걱정의 강도가 줄지 않는다.

24시간이라도 계속해서 자신의 걱정을 이야기할 분위기다. “왜 치매에 안 걸리고 싶으세요”라는 다소 엉뚱한 질문을 해보니, 치매에 걸리면 스스로를 잊어버리게 될까 봐 무섭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은 치매에 걸렸을 때 문제이고 치매가 아닌 지금 무얼 하고 싶냐”고 다시 질문하니 당황해한다. 걱정 중독의 핵심 현상이다. 오늘을 잊을까 봐 치매 걱정을 하지만, 치매 걱정 탓에 오늘이 사라진 것이다.

숙제를 드렸다. 1월에 스스로를 위해 어떤 즐거운 일을 할지 한 가지 계획을 해서 실천하라고. 매달 1개씩 하면 일 년이면 12개, 5년이면 60개라고. 그러면 돌이켜볼 때 꽤 괜찮은 인생으로 느껴지지 않겠냐고 말이다.

‘행동활성화’라는 기법이 있다. 감정과 생각은 마음대로 조정이 어렵다. 하지만 행동은 상대적으로 통제하기 쉽다. 그래서 마음 관리에 있어 생각보다 행동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불안 걱정에 의욕은 없지만 산책을 가자는 친구 말에 억지로 함께 나가보니 의외로 행복한 감정도 들고 꾸준히 해보자는 생각이 찾아올 수 있다.

새로운 봄이 시작됐다. 치매에 걸리면 어떡하지, 나만 행복하지 않은 것 아닐까 등의 생각은 그만하고, 작은 일이라도 마음이 좋아할 것을 궁리해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걱정이 많을 때는 생각보다 행동이 답이다.

글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