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 <지구 끝의 온실>

사진=자이언트북스
사진=자이언트북스
[한경 머니 기고 = 윤서윤 독서활동가] 더스트라는 유해먼지가 대기층을 잠식해 사람들을 보호하려는 ‘돔시티’가 형성된다. 세상은 돔시티의 경계를 중심으로 나뉘고 살아남기 위해서 서로에게 총을 겨눈다. 더스트라는 극한 상황은 식물들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유해잡초인 모스바나와 사람, 로봇만이 살아남은 지구다.

극악의 상황을 그린 <지구 끝의 온실>은 작가 김초엽의 첫 장편소설이다. SF계의 떠오르는 신인 작가인 만큼 몰입도가 높다. 현재에서 과거, 과거에서 또 다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옛 이야기를 마치 거울과 거울을 양쪽에 놓은 것처럼 보여준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미세먼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생존이 불안해진 현대인들에게 “너는 어떻게 버티고 있니?”라고 묻고 있는 듯하다.

지금은 익숙해진 마스크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외출을 했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곤 한다. 2년이란 시간은 마스크가 없으면 이상하다는 생각을 만들어주었다. 주변에서는 코로나19가 끝나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거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도 많다. 백신을 맞았다고 하더라도 돌파감염이라는 이름으로 불안을 잠재우긴 어려웠다. 1차, 2차로 끝날 것 같았던 백신은 3차를 맞아야 한다는 소식에 3개월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는 예측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설 속 ‘더스트’라는 극악의 상황은 ‘내성종’을 내세웠다. 내성이 없는 사람들은 내성종들의 피를 받아 견딘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더라도 ‘내성종’이라고 외치면 살려 두기도 한다. 내성이 있는 나오미와 아마라는 자매는 돔시티를 떠나 자유롭게 다닌다. 그들의 여행 목적은 안전한 커뮤니티를 찾는 것이다. 다른 커뮤니티에 팔릴 뻔하기도, 죽음을 직면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살아남은 이들은 유토피아라 불리는 ‘프림빌리지’에 정착하게 된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프림빌리지는 다른 커뮤니티보다 체계가 잡혀 있고, 내성종이라고 해서 헌혈을 할 이유도 없었다.

이들은 더스트라는 극한 환경에서도 견디며 자급자족을 할 수 있도록 실험을 하고 구성원들이 모두 자신의 일을 맡아 최선을 다해 삶을 이어갔다. 이들의 중심에는 ‘분해제’가 있었다.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분해제를 마시며 식물을 키우고 정찰을 하며 개인의 삶도 이어갔다.

분해제가 없었다면 공동체는 금방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분해제의 중심에는 반은 로봇이고 반은 사람인 레이첼이 있었고, 레이첼을 수리하는 지수가 있었다. 죽으려는 레이첼을 살려 함께 살아간다.

공동체에서 중요한 건 내가 누군가를 돕는, 내가 ‘쓸모 있음’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스스로 전원 버튼을 눌러 죽으려던 레이첼을 살리고, 분해제를 만들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것을 본 레이첼. 레이첼과 공동체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마을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봤던 지수.

공동체가 너무 잘 운영이 돼도 문제다. 마을을 덮치는 ‘더스크’가 몰려와도 마을이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돔시티로 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때부터 레이첼과 지수가 있던 마을은 언쟁이 시작되고 누가 배신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마을로 변한다.

잘되면 샘이 나는 걸까. 아니면 안락함 대신 불안전한 모험을 선택하는 걸까. 작가는 인간의 다양성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마을을 지키는 것과 세상을 구하는 것 양쪽을 택했을 때의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프림빌리지라는 공동체가 잘됐으니 돔시티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사회 전체를 바꾸는 게 쉬운 일은 아님에도 도전이라도 해야 한다며 사람들은 둘로 나뉜다. 결국 레이첼이 프림빌리지를 없앤다. 레이첼은 불을 지르고 지수는 사람들에게 다른 곳으로 가서 또 다른 프림빌리지를 만들라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주인공 아영에게까지 들어간다. 유해 잡초 모스바나의 기원을 새롭게 알게 된다.

학자인 아영이 모스바나의 기원에 대한 논문을 다시 쓰자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게 되지만, 그저 묵묵히 묵도한다. 그럼에도 아영은 궁금하다. 프림빌리지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부서진 잔해와 작은 표지판 하나만이 프림빌리지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이제는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 새롭게 쓰일 이야기들이.

나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듣는 사람이 없더라도. 그리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듣고 싶다. 코로나19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해 힘들어진 상황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 그래서 오늘도 인터넷으로 출판된 글자들을 읽고 또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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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윤서윤 독서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