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여간 시장참여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최근 글로벌 증시의 흐름을 놓고 과거의 어떤 변동성 구간보다 갑론을박이 거세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다양한 매체의 분석에 의존하기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을 분석해 올바른 투자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소음 커진 시장, 비관적이지 않는 이유
지난 3년여간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증권사 애널리스트, 유튜버로 대변되는 제3세력 전문가들, 재야의 고수들이 각 매체를 통해 각종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보들을 잘 활용하면 투자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돈을 굴려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쏟아지는 전문가들의 조언과 정보에 두려운 마음이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분석은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2월로 돌아가보면 2300포인트에 육박하던 코스피 지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한 달도 지나지 않아 1500포인트를 하회했다. 당시 2020년 12월 30일 코스피 지수가 2873.47포인트로 마감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문가들이 몇이나 있었을까. 우리는 가끔 전문가들의 의견에 너무 귀를 기울인 나머지 현상만을 바라본 채, 결코 해서는 안 될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른다.

이 경우 개인투자자들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손실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이다.

지난해 누구보다 주식시장에 자신감이 넘쳤던 시장참여자들은 긍정적인 지표를 외면하고 변동성 자체에 집중한다.

행동재무학에 따르면 일반 투자자들은 20% 수익의 기쁨보다 10% 손실의 고통을 더 크게 느낀다. 자신의 자산 가치가 10% 이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면 많은 투자자들이 추가 하락에 대한 고통을 피하고 싶거나 시장 변동성 자체에 지치기 시작한다. 결국 주식을 추천한 지인을 탓하며 다시는 이 바닥에 들어오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장을 떠나게 된다.

물론 모든 자산을 현금화하는 또 다른 이유는 더 나은 진입 시점을 기다리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악재들이 이미 시장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면 자신이 매도한 가격보다 더 좋은 가격에 동일한 자산을 매수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 접근…가격 조정 견뎌야
이럴 때일수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당장의 주택 구입이나 학자금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로 현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지금의 가격 조정은 발생할 수 있는 낮은 확률의 사건일 뿐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19세기 경제학자인 토머스 맬서스의 ‘인구론’에 대한 종교적 신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시장을 떠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역사적으로 세계 경제는 짧은 침체기와 긴 성장기를 반복하며 성장을 이어왔고 기업들은 혁신을 통해 수익을 창출해 왔다.

실제로 미국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의 연간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1960년 이후 62년 동안 플러스 수익을 기록한 해는 45번에 달하는 반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한 해가 17번에 불과하다. 심지어 1990년대 이후 30년 동안 침체기를 겪었던 일본에서도 도요타, 소니, NIDEC와 같은 기업들은 살아남았고 지금도 수익을 창출하며 내재가치를 높이고 있다.

예컨대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40년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로 인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속도를 높인다는 판단에 따라 모든 주식과 채권을 팔고 현금만을 보유하기로 결정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는 자산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현금을 보유하는 기간에 연 7.5%(1월 미국 소비자물가 전년 대비 증가율) 속도로 구매력을 잃어버리는 포지션을 구축하게 되는 셈이다. 결국 지금의 변동성은 우리가 가야 할 투자의 여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이벤트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 매도 신호가 아니다.

변동성↑ …적극적인 자산 리밸런싱 필요
시장 변동성이 높아질 때 자주 목격되는 두 번째 실수는 포트폴리오를 외면하는 것이다. 손실이 커졌거나 손실을 확정하는 고통은 더욱 싫다. 따라서 계좌를 덮고 ‘망각’을 선택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다.

그러나 현명한 투자자는 변동성이 커지고 손실이 커질 때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직면해 리밸런싱(rebalancing)을 꾀한다. 자신의 주식 계좌에 포함된 기업들이 실제로 내재가치를 증가시키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 포트폴리오 내에서 주식 비중이 너무 높아져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보다 더 큰 위험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보고 자산 비중을 재조정한다.

예컨대 자신의 투자 성향에 따라 주식 60%와 채권 40%의 포트폴리오로 자산관리를 시작했는데, 증시 변동성이 커져 주식의 비중을 50%로 낮춘 상태라면 다시 채권의 비중을 일부 줄여 주식 비중을 60%로 재조정할 수 있다.

주식시장보다 자신의 주식 계좌 수익률이 더 손실을 겪는다면 현재 자신이 보유한 종목의 펀더멘털을 점검하거나 지금 놓치고 있는 다른 수익의 기회를 찾아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은행 프라이빗뱅커(PB)나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들어야 할 내용은 위로나 공포가 아니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구성 방안에 대한 그들의 노하우와 조언이다.

시장은 원래 변덕쟁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는 결국 현금만으로 투자의 여정을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변동성이 싫어 시장을 떠난다면 결국 우리는 매일 가치를 잃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된다. 변동성은 매도의 신호가 아니라 자산관리를 위해 겪어야 할 작은 이벤트일 뿐이다. 이는 소음이 커질수록 시장에 머물러야 하는 이유다.

글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