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토리/ 쾌속질주 분양 시장, 속도제한 걸릴까

‘로또청약’, ‘청약불패’.
당첨만 되면 큰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는 청약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신축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와 함께 ‘로또청약’을 기대하며 높은 경쟁률이 유지하던 청약 시장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올해 1월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15.5대1로, 지난해 평균(19.7대1)보다 낮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수도권의 경쟁률은 31.0대1에서 17.4대1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특히 서울의 경쟁률은 지난해 대비 5분의 1(164.1대1→34.4대1) 수준으로 급락했다.
금리 인상과 긴축의 시기를 맞아 부동산 운용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올해 들어 집값 상승 동력을 상실했고 금융 규제와 함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도 추가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향후 전망도 어둡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쾌속질주 분양 시장, 속도제한 걸릴까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
“부동산, 정체기 상황…미분양 나오면 본격 하락장”

이현철 아파트사이클 연구소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매수와 매도가 각기 다른 방향을 보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체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하락 시장처럼 보이지만 본격적인 하락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완전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분양 시장에서 미분양이 나와야만 한다”며 “정체기는 짧으면 올해 길면 내년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이 기간 안에 반드시 미분양이 나오게 돼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 하락 원인에 대해서는 “장기간 부동산 시장의 높은 상승으로 인해서 시장참여자들의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의 누적효과와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서 매수자의 매수 여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며 “매수자가 관망 자세를 취함에 따라 꼭 팔아야 하는 매도자 중 일부가 어쩔 수 없이 급매물을 내놓게 돼 하락된 거래들이 나타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러한 하락장이 길게 이어질 가능성은 많지 않다는 낙관론을 폈다. 주택 보유자들은 아직도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기 때문에 호가를 낮춰서 매도를 하고자 행동하는 사람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이때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를 하게 되면 시장이 상승하게 되는데 현재 상황은 그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펼친 30여 회의 강력한 규제가 누적돼 비로소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과
대출 규제 및 금리 인상 효과가 시장이 상승세를 멈추는 시점에 크게 나타나고 있어 매수 여력이 크게 떨어지게 돼 시장에서는 팽팽한 대립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쾌속질주 분양 시장, 속도제한 걸릴까
투기심리 따른 거품 상승 지역 하락세 더 커질 것
이 소장은 거품 상승 지역의 큰 폭 하락을 경고했다. 그는 “상승장에서는 투기심리가 커져 예컨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입지 등의 호재들이 더욱 크게 작용함으로써 증가한 유동성의 두세 배 이상 규모의 대폭 상승이 일어나기도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하락장으로 넘어가게 되면 먼저 크게 형성된 거품이 먼저 꺼지면서 큰 하락을 나타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락장은 보통 5년 이상 이어지며, 최근 상승장이 근 10년 정도 길게 이어진 만큼 하락장도 만만치 않게 길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대선이나 지방선거가 영향에 대해서는 상승장이 크게 이어져 왔던 만큼 대선 후보들이 크게 다를 바 없이 시장의 하락 안정을 위해서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며 기본적으로 공급을 크게 늘리겠다는 정책은 후보별로 차이점이 없다”며 “다만 후보별로 각론적인 측면에서 하락 안정화를 위한 정책으로 규제 정책을 써야 하는지 아니면 규제 완화를 써야 하는지 접근법이 약간 다른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시각은 대동소이하다”며 “시장을 하락 안정화하겠다는 것이 정책의 핵심이기 때문에 대선이나 지방선거가 있다고 해서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체기가 1~2년 정도 진행되다가 분양 시장에서 미분양이 나오게 되면 본격적인 하락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분양 시장 열기 식는 중, 일부 지방은 상승도 가능
이 소장은 “분양 시장의 열기도 이제 서서히 식어가고 있는데 이미 경기도 핵심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미분양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경쟁률도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서울은 분양가 상한제로 인해서 분양가가 크게 낮아 아직까지는 분양 열기가 남아 있는 상황이지만 경기도 일대 분양 열기가 식어가고 분양가 상한제하에서도 결국 주변 아파트 가격 상승의 결과로 인해 땅 값이 상승했기 때문에 분양가는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로 인해서 서울도 미분양 가능성이 커지고 설사 미분양이 아니라 해도 경쟁률이 크게 하락해 분양권에 붙는 프리미엄이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지방의 경우에는 서울 및 수도권과 사이클이 다른 지역이 있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경우 독자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분양 시장이 어려워진 이유로는 시장의 가벼움을 들었다. 일반 아파트 시장에 비해 자금이 적게 들어가기 때문에 투기심리 형성이 쉽다는 분석이다. 투기심리는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상승장이 이어질 때는 매수자들을 많이 끌어들이지만 시장이 침체되면 크게 형성됐던 매수 열기가 싸늘하게 식어버린다. 당첨된 사람들도 계약을 할까 말까 고민하는 상황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인기가 떨어지는 자리에 당첨된 사람들은 쉽게 계약을 포기하게 되고 이 물량이 바로 미분양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소장은 “미분양이 나오게 되면 청약대기자들은 오랜 기간 가점을 충족하며 어렵게 만들어 둔 청약통장을 쓰는 것을 꺼리게 되는 현상이 함께 일어난다”며 “청약 열기가 줄어듦에 따라 분양 열기가 식어 가는 현상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주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 잘 판단해야
이 소장은 본인이 정말 실수요자인지 잘 생각을 해보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그는 “수요의 목적은 거주의 목적, 그리고 투자의 목적 두 가지가 있다”며 “실수요자는 거주의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는데 현실은 실수요자라고 하면서 투자 목적이 큰 경우가 있고 이런 상황을 본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주 수요인지 투자 수요인지 구별하는 방법은 바로 시장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전제를 해보는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상승장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하락이라는 전제를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최근 하락장에서는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집을 사서 거주를 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까지 상승장이 이어져 왔기 때문에 진짜 하락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아 매수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소 연구원
“아파트는 장기 사이클 봐야...현재는 거품 걷히는 중”


쾌속질주 분양 시장, 속도제한 걸릴까
2021년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최종 집계돼 올해 2월에 발표됐다. 2020년 대비 무려 28%나 감소한 수치다. 이는 아파트 거래량이 집계된 이후 가장 큰 낙폭으로 지난해 말부터 무르익기 시작한 부동산 붕괴 시나리오에 더욱 힘을 실어줄 만하다.
조영광 대우건설 빅데이터 연구소 연구원은 “2020년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3만 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고 이는 거래량 통계가 공개된 2006년부터 2019년까지의 연평균 거래량 63만 건보다 무려 50%나 높은 수치로서 앞으로도 보기 힘든 숫자가 될 것”이라며 “이로 인해 2021년의 낙폭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아파트는 주식처럼 단타로 치고 빠질 수 있는 자산이 아니며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주식처럼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단기 사이클을 그리지도 않는다”며 “아파트는 장기 사이클을 봐야 하기 때문에 너무도 특이했던 2020년의 높은 거래량과 비교하기보다는 과거 십수 년간의 거래량과 2021년의 거래량을 비교해야 옳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조 연구원에 따르면 아파트 매매거래량의 장기 연평균은 63만 건인데 2021년의 거래량은 67만 건으로 결코 적지 않은 거래가 발생했다. 특히 과열 이상치를 기록한 2020년을 제외하고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거래가 발생한 해가 2021년으로 집계됐다.
쾌속질주 분양 시장, 속도제한 걸릴까
‘마이너스 단지’ 속출은 2021년 발생한 거품이 걷히는 것
조 연구원은 “지난해 말 이후 ‘마이너스 단지’가 속출하는 것은 이처럼 2021년에 발생한 비이성적 거품이 걷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거품이 걷히는 와중에 마침 구조적 금리인상기에 접어들며 대한민국 부동산은 시계제로(視界zero)인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숨겨진 심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포털사이트 검색량 추이를 살펴보면 ‘집값 폭락’ 심리는 올 1월 들어 안정됐으며 ‘주택청약방법’처럼 분양 시장에 대한 관심도를 대변하는 검색량은 1월 이후 반등하며 ‘통제된 저렴한 가격’에 새 집을 마련하려는 심리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 연구원은 “주택 산업 현장에서 10년이 넘게 시장 예측을 해 오며 가장 정확도가 높았던 것은 ‘웬만하면 변하지 않는 추세’위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라며 “대표적인 불변의 추세 중 하나가 바로 ‘주택 고령화’로서 2010년 수도권 폭락기에 20년이 넘은 고령 아파트 비중은 전국에 13%밖에 없었으며 서울 역시 23% 수준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이어 “2022년 현재 전국 고령 아파트 비중은 47% 수준이며, 서울은 55% 수준에 도달했다”며 “현 정부에서 옥죈 민간공급의 후유증으로 2025년이 되면 전국의 절반이 고령 아파트에 해당할 것이며 서울의 10채 중 7채는 고령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주택 고령화 현상은 신규 분양의 수급 상황을 나타내는 미분양 통계에 고스란히 선반영 돼 2021년 전국 미분양 숫자가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입주량 2018년 23만호 정점으로 2023년 16만 호까지 감소
조 연구원은 “청약 미달 단지는 대부분 100세대 미만의 나홀로 아파트이거나, 단기간 수천 세대의 공급이 집중된 지방도시의 청약단지로서 미분양이 급증한 지역 역시 동일한 이유”라고 밝혔다.
그는 “최북단에서 최남단까지 모두 오르던 2021년의 비이성적 시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금리 인상의 거시적 환경 변화가 ‘비이성적 과열’의 안대를 벗기기 시작한 2022년에 접어들며 수급, 입지, 주택연식에 따라 차별적인 전개가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상황을 오랜만에 맞이하게 된 것”이라며 “공급이 많은 지역은 당연히 미분양이 발생하는 것이고 재개발·재건축 호재가 없는 고령아파트의 매수세가 미약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시장이 ‘마이너스’ 부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고 ‘폭락뉴스’가 잘 팔리고 있는 것이다. 조 연구원에 따르면 여전히 전국 미분양은 임계 수준인 6만호에 한참 못 미치고 있으며(2021년 12월 현재 전국 미분양은 1만7000호),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의 입주량은 2018년 23만 호를 정점으로 2023년 16만 호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2022년 수도권 공급리스크는 없을 것
2021년 12월 기준 수도권의 미분양은 1509세대다. 수도권에 남아 있는 미분양을 다 끌어모아도 대단지로 유명한 헬리오시티(9510세대)의 15% 수준에 불과하다.
조 연구원은 “2022년 수도권의 공급 리스크는 없다”고 단정 지었다. 그는 “혹자는 최근 송도 미분양에서 의구심을 제기할 수 있지만 서두에서 밝혔듯이 2022년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진입하는 시점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며 “지정계약 5일 만에 완판 되는 경우가 정상일까. 아니면 수개월 내에 70%가 팔리고, 비싸고 열위한 잔여 미분양이 1년 내에 팔리는 경우가 정상일까.”를 생각해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글 정리 정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