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편집자 주최근 화제가 된 기업인의 뉴스 데이터를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분석한 뒤, 해당 기업가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짚어본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우리나라 벤처계 성공 신화를 일군 인물로 꼽히는 입지전적 인물이다.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대표주자인 카카오를 키워낸 데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세계 500대 부자 순위’에서 한국 최고 갑부 1~2위를 다투는 위치까지 올랐다. 국내 재벌 지형도를 바꾼 ‘자수성가의 아이콘’이라는 평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 기부 의사를 밝혀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그림자도 만만치 않다.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탈세 의혹, 계열사 경영진 먹튀 논란까지. 최근 3개월간 김 의장이 언급된 뉴스 데이터 500건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들여다본다.
#골목상권 침해 #계열사카카오가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은 꽤 해묵은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에 오르며 카카오가 집중포화를 받은 바 있다.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카카오가 꽃배달, 헤어숍 예약, 간식 배달, 대리운전 등 골목상권 분야까지 손을 뻗치며 생태계를 망가뜨리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당시 김 의장은 국감장에 출석해 골목상권 침해 사업을 정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후 카카오는 그룹 차원에서 각종 상생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 의장은 사내 게시물을 통해 “카카오의 상생안, 임원 주식 매도 가이드라인 같은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결국 이를 뛰어넘어 우리 사회가 본래부터 카카오에 기대하는 것, 미래지향적 혁신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신뢰 회복을 위한 첩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일자리 #김부겸 국무총리 # 청년희망김 의장은 최근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나 앞으로 5년간 5000억 원을 투자해 2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연이은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카카오가 앞으로는 상생경영에 힘써야 한다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로 읽힌다. 김 국무총리는 김 의장에게 “카카오가 사회문제 해결의 주체로 역할을 하겠다며 포용적 성장을 더 고민하고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앞으로 상생경영의 모범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탈세 의혹 #케이큐브홀딩스김 의장과 김 의장 소유의 개인 회사 케이큐브홀딩스는 8000억 원대 탈세 의혹을 받으며 경찰 수사를 받게 됐다. 지난 2014년 카카오와 다음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케이큐브홀딩스가 3639억 원, 김 의장이 5224억 원의 양도세를 탈세했다는 게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주장이다. 이 시민단체는 “카카오의 지주사 격인 케이큐브홀딩스는 2014년 카카오와 다음 합병 때 얻은 양도차익을 애초 보유 중인 주식의 주가가 올라 발생한 평가 이익인 것처럼 회계를 조작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카카오 측은 이번 탈세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는 2018년 10월에도 김 의장을 비롯한 21명을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먹튀 논란 #스톡옵션 #경영진 #류영준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먹튀 논란은 심각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페이가 상장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대표이사를 비롯한 8명의 경영진이 주식 매도로 900억 원을 현금화한 탓에 카카오페이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 특히 카카오 차기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카카오페이 주식 23만 주를 팔아 469억 원을 챙겼다. 이후 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소액주주와 임직원, 회사의 미래를 배려하지 않은 채 사적 이익만을 도모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카카오 특유의 계열사별 빠른 성장은 장점이지만, 사회적 책임감 측면에서는 미흡한 것 아니냐는 외부의 시각이 극대화된 계기였다. 특히 창업자인 김 의장의 리더십이 각 계열사에 닿지 않고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남궁훈 #대표 내정자 #최저임금최근 잇딴 내홍을 겪었던 카카오는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새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남궁훈 카카오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3월 카카오의 단독대표로 공식 취임한다. 앞서 공동대표로 회사를 이끌 예정이었던 두 사람(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의 자리를 남 내정자가 홀로 채우게 됐다. 남 내정자는 김 의장의 ‘창업 동지’로, 한양대 앞 PC방 창업에서 시작해 한게임을 함께 세운 사이다. 그는 최근 사내 게시판에 “카카오 주가가 15만 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체 보류하고,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히며 경영쇄신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글 정초원 기자│사진 카카오·한국경제DB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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