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민이 많은 젊은 세대는 역시 이혼이나 사별로 인한 친권 고민이 있는 사람들이다. 친권자인 자신들이 사망했을 때 미성년 자녀를 위한 재산 관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혼으로 인한 전 배우자의 개입을 금지하고 싶거나 단독친권자가 사망했을 때 대비하는 전략을 세워 놓고 싶은 경우들이다.
최근 상담해 온 40대 김사랑 씨의 경우도 그러하다. 김 씨는 슬하에 딸과 아들을 두었다. 딸은 이제 막 성인이 됐고 나이 차이가 나는 아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다. 김 씨는 둘째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이혼을 했다. 이혼 후 그녀는 중한 병에 걸려 지금은 병마와 싸우고 있다. 처음 만난 김 씨는 매우 위중했다. 엄마로서 아이들을 위한 보호 시스템을 마련하고 싶은 마음으로 버티는 것 같았다. 김 씨는 본인의 유고가 발생하면 애써 모아놓은 재산이 아이들을 위해 사용되도록 보호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그녀의 재산은 아파트 1채와 상가 2채, 금전과 보험 등이었다.
김 씨는 아파트에서 남매가 결혼 전까지 거주하고 상가는 1채씩 나눠주길 원했다. 보험금 등 금전은 2명이서 균등하게 나눠 가지되 상속세 납부 후 남은 돈은 매달 상가임대료를 감안한 일정 금액만 지급되길 원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둘째와 이제 막 성인이 된 딸은 재산 관리 능력이 없으니 만약 미성년 자녀에게 아무런 조치가 없이 상속이 된다면 이혼한 전 남편이 아이의 대리인이 돼 재산을 상속받게 될 것이다.
다행히 첫째는 성년이지만 아직은 어리므로 비슷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같은 사례가 최근 들어 많은 편이다.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적극적으로 자녀들에게 유해요소를 막아주고 싶은 것이다. 김 씨의 이러한 소망을 지켜줄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하라 김 씨의 경우 후견인을 지정하지 않으면 유고가 발생했을 때 전남편이 대신 일을 보게 될 것이다. 특히, 대출이 있고 상속세가 발생하기 때문에 경험이 미숙한 아이 입장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김 씨의 재산을 이미 재혼한 전남편이 처리를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고 싶다면 그녀는 후견인을 지정해야 한다.
이는 유언장으로 준비할 수 있다. 유언을 통해 아이의 이모나 삼촌을 후견인으로 선정해도 되지만 김 씨는 유언으로 첫째를 후견인으로 선정해 둘째를 보호하게 했다. 유언으로 후견인 지정을 할 수 있는 제도를 활용하면 후견의 공백을 바로 채울 수 있어 상속이 발생돼도 현명한 대처가 가능하다. 사실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은 미성년자를 위한 후견만 가능한데 제도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 답답할 때도 있다. 얼마 전 위독한 병에 걸린 아버지에게 유언으로 후견인을 지정하시라 권해 실행했으나 아버지의 사망신고와 함께 후견인 지정을 신청했음에도 접수받던 관공서에서 법원판결을 받아오라고 하는 바람에 설득해 신청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던 경험도 있다. 유언자가 미성년후견인을 지정하는 유언을 남겼을 때 개시 절차를 알아보자. 유언자가 사망을 하면 공증된 유언서를 첨부해 당사자의 가족관계등록부의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각 1통과 신분증을 지참한 후 미성년후견인 개시신고서를 접수하면 된다. 개시신고서에 취임 일자 및 원인을 기록하는 난에 지정, 선정, 법정 중에서 지정으로 표시한다. 접수가 끝나면 가족관계증명서에 전산으로 명기될 때까지 열흘 정도면 충분하다. 아직은 미성년의 친권자가 아닌 사람인데도 후견인을 신고할 때 그렇게 절차가 간단한지를 묻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관공서에서도 유언공증서류가 있다.
법원의 판결문을 요구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는 아직은 인식이 부족한 상태라 할 수 있다. 유언자가 사망을 하기 전 미리 유언으로 지정한 경우에만 지정후견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성년 보호가 염려되는 분들은 미리 유언공증을 추천한다. 가끔 유언으로 후견인 지정이 가능한지 몰랐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법정유언 사항을 알아보자. 재단법인 설립, 친생부인, 유증, 인지, 후견인 지정, 상속재산 분할 방법의 지정 또는 위탁, 상속재산 분할 금지, 유언집행자의 지정 또는 위탁, 신탁 아홉 가지를 유언으로 정할 수 있다. 35세까지 재산은 신탁이 지켜준다 김 씨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또 하나의 솔루션은 신탁 설정이다.
바로 유언대용신탁을 이용해 대비하는 전략이다. 둘째의 후견인이 대비됐다 하더라도 아이들의 나이가 아직은 너무 어린 나이로 재산 관리 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아버지가 나타나 재산에 욕심을 낸다면 아이들은 거절할 용기가 나지 않을 것이다. 센터에서는 신탁 설정을 통해 김 씨의 가상재단을 디자인했다. 그녀가 원했던 대로 아파트와 상가의 소유지분을 명확히 하고 맡겨놓은 금전에서는 생활비 용도의 일정 금액만 지급받을 수 있게 디자인했다. 큰돈이 들어가는 상속세, 병원비, 대학등록금은 특별지급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설정한 것이다. 신탁의 기한은 둘째가 35세가 될 때로 했다.
만약 중간에 결혼을 해 집을 매도해야 할 때는 삼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김 씨는 여러 가지 많은 고민을 했고 상속·증여 중 어떤 부분이 나은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아픈 몸을 이끌고 이 방법, 저 방법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마련하려고 했던 김 씨는 신탁을 만나 본인의 고민을 털어 놓을 수 있었다. 아이들의 판단을 도와주고 상속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이 가능한 신탁 설정이야말로 김 씨가 찾던 솔루션이었던 것이다.
특히 미성년을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은 사람들은 강력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이혼의 경우 친권의 부활이 두렵기도 하고 이미 재혼을 해 버린 남편 밑에서 아이들이 천덕꾸러기가 될까 봐 가장 두려워한다. 김 씨는 본인의 근심을 유언과 신탁을 결합한 강력한 보호장치로 아이들을 보호한 것에 대해 너무 고마워했고, 본인이 잘 대비해 둔 플랫폼인 신탁에서 아이들을 지켜줄 수 있다는 안정감을 얻어 지금은 건강을 많이 회복한 상태다. 갑자기 발생할 수 있는 상속을 고민해야 하는 젊은 세대들은 아이들을 위한 보호장치 가동에도 적극적이다. 아이가 미성년자라면 더욱더 심할 것이다. 유언과 신탁을 병행하는 전략이야말로 이 시대 팬데믹을 맞이하는 현명한 재단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글 박현정 하나은행 100년 리빙트러스트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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