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기자의 금융레시피
위기 때 구원등판…달러 자산을 주목하는 이유
물가 상승에 따른 긴축 이슈와 우크라이나 사태 속에서 글로벌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금과 달러 같은 안전자산에 주목한다. 그중 달러는 안전자산 중에서 위기때마다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달러는 기축통화로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미·중 무역전쟁,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 등 굵직한 글로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주목받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서 달러마저도 투기 시장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이 자산 배분 관점에서 달러 자산에 접근하기보다는 달러 가격이 쌀 때 사서 비쌀 때 팔겠다는 의지가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달러 자산은 주식시장처럼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측면에서 잦은 매매는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달러 투자를 위해서는 환율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환율을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 시중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은행권 딜링룸에서도 환율을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사실상 환율의 미래는 정확하게 알기가 어려운 영역”이라고 했다.

달러, 경제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 자산 배분 관점 접근해야
2007년 금융위기, 2018년 글로벌 경제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 각각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보유하고 있던 달러 자산의 가치도 크게 뛴다.

환율은 위기 상황이 아니라면 상방과 하방이 정해져 있는 자산이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 기관이나 투기적 자금들이 자산 차익을 얻으려는 니즈가 많아진다. 극단적 상황이 돼서 환율이 올라가는 이유는 외국인들이 원화자산을 팔고 달러로 환전해서 나가는 수요가 많아진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들은 달러를 자산 배분의 관점으로 접근한다. 예컨대 환율이 올라가면 환율의 비중을 덜어내고 상대적으로 낮아져 있는 국내 주식 비중을 높여서 수익을 만들어 가는 방식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자산 배분을 조정한다.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장은 “달러는 환율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항상 보유해야 하는 자산”이라며 “달러 약세가 된다고 해도 달러 표시 상품들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달러 투자처를 바꾸면 된다”고 강조했다.

달러 활용한 투자처 다양…역외펀드 주목
투자자들이 달러 자산에 투자하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상품에는 무엇이 있을까. 달러 자산을 산다고 하면 달러예금을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된다. 달러예금은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후 외화 통장을 만들어 달러를 넣고 이자를 받는 방식이다. 달러가 쌀 때 샀다가 올랐을 때 환차익을 거두는 방식으로 환율 영향을 크게 받는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에 따르면 2월 4일 기준 외화예금 잔액은 552억73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월 말 대비 31억8600만 달러가 증가했고, 1년 전(2021년 1월 말)보다는 90억49만 달러가 급증했다.

과거 추이를 보면 환율은 평소엔 완만하게 움직이다가 국내나 글로벌 경제에 크게 타격이 왔을 때 변동성이 커진다. 달러예금은 환율 변동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고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선 장점이다. 다만 환전 시 수수료 등을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달러예금 외에 장기적으로 고정금리를 추구하는 달러보험, 달러주가연계증권(ELS), 채권형 멀티에셋 상품과 달러 표시 역외펀드, 달러상장지수펀드(ETF) 등 달러를 활용한 상품은 매우 다양하다.

은행권에서 다양한 달러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선택지는 달러예금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달러로 투자하는 역외펀드뿐 아니라 해외 채권, ELS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달러로 환전해서 가입하는 역외펀드 중에서도 채권형이나 배당형 펀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이 출렁이면서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SC제일은행에서 판매하는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펀드’는 올 초 이후 1월 말 기준 0.77%, 지난 1년 기준으로는 15.89%를 기록했다. 다른 주식이 마이너스 손실을 볼 때 이 펀드는 비교적 플러스 수익을 거뒀다. 이 펀드는 미국 비중이 30% 미만이고, 유럽 배당주 비중은 60%가 넘는다. 이 펀드와 다른 역외펀드인 ‘AB아메리칸채권펀드’는 연 5%의 월배당이 나온다.

KB국민은행에선 판매하는 역외펀드 ‘AB SICAVI-아메리칸 성장형 포트폴리오’는 미국 대형 성장주에 집중투자하는 상품이다. 지난 3개월 기준 수익률은 11.2%에 달하고, 1년 기준으로는 26.9%가 상승했다.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고수익을 내려면 달러 표시 역외펀드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위기 때 구원등판…달러 자산을 주목하는 이유
달러 강세 지속 여부 주목…향후 관전 포인트는
최근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되면서 강세 압력 완화 여부에 이목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가 유효할 것으로 보지만 올해 하반기에는 강세 압력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풍토병으로 전환되면 공급망도 다시 정상화로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는 하반기에 달러 약세 흐름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로 지목된다. 그럼에도 달러 자산을 꾸준히 보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달러 표시 아시아채권 달러나 미국이 아닌 유럽에 투자하는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달러의 투자처를 꾸준히 바꿔 가면서 보유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달러 약세로 이어지지 않지만 달러는 상방과 하방이 정해진 자산인 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