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에도 중금리 대출 시장 더 커진다
사진: 한경 DB


중금리 대출 시장이 점점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부터 중금리 대출 기준이 신용등급에서 개인신용평점으로 바뀌면서다. 중금리 대출 기준은 신용등급 방식에서 개인신용평점 하위 50%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상한 금리 6.5% 이상의 대출로 바뀌었다. 금융당국이 총량 관리 한도에서 중금리 대출을 제외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면서 시중은행들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부터 중금리 대출 기준이 바뀐 데 이어 금융위원회가 중금리 대출 부문을 총량 규제에서 제외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의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본격적인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경쟁 구도를 이어가는 가운데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기 위해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나서고 있어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대출 확대를 위해 중금리 대출의 적격 공급 요건을 전면 개편하는 등 중금리 대출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주도 중금리 대출 확대 점화
올해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중금리 대출 확대가 본격화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35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시장에서 탈락할 우려가 있는 중·저신용자 흡수를 유도하는 정책을 적극 시행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의 중금리 대출은 신용평가를 하기도 어렵고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그동안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조차 잘 하지 않던 상품”이라며 “기존에 워낙 타이트한 조건으로 한 것을 당국에서 완화한 기준으로 가이드를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중금리 대출 상품이 신용평가를 하기가 어렵고, 리스크가 크다는 측면 때문에 거의 취급하지 않았다.
대출 규제에도 중금리 대출 시장 더 커진다
하지만 이번 제도 변경으로 카카오뱅크를 포함한 3곳의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금융당국에 중금리 대출 목표치를 내놓고 본격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토스뱅크는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을 최대 42%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내년에는 44%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케이뱅크는 올해 말 25%, 내년 말 32%의 목표치를 제시했고, 카카오뱅크는 올해 말 25%, 2023년 말 30%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늘렸다.

이 때문에 인터넷전문은행 외에 시중은행들도 중금리 대출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대출 총량 규제에서 중금리 대출을 제외시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은행권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에서는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서도 중금리 대출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융당국에서는 은행권 중금리 대출에 대한 신규 인센티브도 부여한 상태다. 예컨대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시에 중금리 대출 공급액에 대한 일부 예외를 검토하고, 은행권 중금리 대출 실적을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키로 했다. 또 은행별 연간 중금리 대출 공급 계획 공개 및 분기별 공급실적 비교 공시를 하도록 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개편된 중금리 대출에서 신용평점 하위 50% 이상은 중금리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별도 리스크나 시스템 관리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중금리 대출 확대에 적극적인 카카오뱅크는 중금리 대출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초 ‘중·저신용 고객 대출 확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이때 지난 2017년 7월 출범 이후 누적된 대출 데이터와 통신사 정보 등을 결합한 새로운 CSS를 적용하고, 2500만 건에 달하는 카카오뱅크 대출 신청 데이터에 통신 정보 등을 반영했다.

특히 머신러닝 방법으로 개발한 새 CSS는 신용점수 820점 이하 대출 신청 고객들의 신용평가 변별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저신용자 대출 한도는 최대 1억 원으로 확대하고 가산금리도 대폭 인하하는 등 경쟁력 있는 금리와 대출 한도를 제공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 고객 대출 잔액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하반기에만 중·저신용자 대출 잔액 비중을 7% 가까이 상승시켰다. 지난해 7월 말 10.9%에서 9월 말 13.4%, 12월 말 17.0%로 점차 비중을 늘렸다.

신용평가 고도화 주력...비금융 데이터 활용
최근 시중은행을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중금리 대출 기준 변경에 따른 신용평가 고도화 시스템 도입을 위해 총력을 가하고 있다. 신용평가 고도화는 기존의 금융 데이터 외에 이른바 대안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평가 리스크를 고도화시킨다는 취지에서 은행권들이 적극 나서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평가 고도화로 좀 더 디테일한 분석을 통해 과거에는 대출 거절이 나왔을 고객도 대출 취급이 가능하도록 한 시스템”이라며 “신용평가 기준으로 통신 정보와 공과금납부 정보, 자동차 보유 여부 등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CSS 고도화가 이뤄지면 기존에 동일 신용등급으로 평가받던 차주 중 일부는 통신요금, 세금·공과금 성실 납부 이력 등을 반영해 높은 신용도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청년, 주부, 프리랜서 등 약 1291만 명에 달하는 금융이력부족층의 대출 이용도 유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대출 이동 서비스 출시를 통해 금융소비자가 기존 대출보다 유리한 조건의 신규 대출로 손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다.

케이뱅크는 중저 신용 및 금융정보 부족 고객의 대출 기회 확대와 금융 혜택 강화를 위해 새로운 CSS를 대출 상품에 적용 완료했다. 카카오뱅크도 지난 4년간 누적된 대출 데이터와 카카오모빌리티(택시 등), 카카오(쇼핑, 선물 등) 서비스, 통신사,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 등의 비금융 정보를 접목해 중·저신용자 및 금융이력부족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특화된 CSS를 개발해 실제 신규 대출 심사에 활용하고 있다.

추후엔 건강보험료 납부, 연말정산 등의 공공 정보와 카카오페이를 비롯한 계열사의 비금융 데이터 등을 추가로 적용하는 등 대안 정보의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함으로써 CSS의 변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앞으로도 카뱅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30%로 적극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데이터 협업 등을 통해 CSS를 고도화하고, 대안 정보 활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