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 금융교육에 답 있다③

한국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대한민국 교육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부쳤다. 미국의 유명 펀드매니저로 이름을 날리던 그가 한국의 입시교육과 사교육 시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Special] 존리 "한 살부터 투자 가능…자녀 경제독립 시켜야"
“아이들 사교육 그만 시키세요.”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강의를 하기 위해 전국의 교육기관을 방문할 때마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사교육 열풍에 대해 이같이 일침을 가한다. 지난 2014년 한국 땅을 밟은 이후에 10년 가까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최근 각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그가 가장 많이 언급하는 것도 다름 아닌 사교육 문제다. 이같이 사교육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뭘까. 서울 북촌 사옥에서 리 대표를 한경 머니가 만났다.

”사교육 광풍 안 돼...노후 빈곤 우려“
그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과도한 사교육이 아이를 망치고, 빈곤한 노후 생활로 전락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한국 사람들이 노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원인으로 과도한 사교육을 꼽는다.

리 대표는 “2014년 한국에 왔을 때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노후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며 “과도한 사교육비 때문에 노후 준비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 경제학과를 다니다가 중간에 도미 후 미국에서 펀드매니저로 활약하다가 35년 만에 돌아온 그가 본 한국의 모습은 그야말로 입시 광풍의 공화국. 당시 사교육을 그만두고 그 돈으로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던 그에게 ‘돈키호테’,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라는 별명까지 붙여졌다.

그럼에도 그는 전국의 교육 현장과 강연을 다니면서 우리나라의 입시 중심의 사교육 광풍을 지적하고 사교육비에 들일 돈으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며 주식투자 전도사의 길을 걷고 있다.

리 대표는 이 같은 철학을 담은 책도 연달아 출판했다. <엄마 주식 사주세요>, <존리의 금융문맹 탈출>, <왜 주식인가> 외에 어린이들을 위한 금융도서인 <존리의 금융모험생 클럽>, <존리와 함께 떠나는 부자 여행>, <존리의 경제 마스터> 등을 내놨다.
[Special] 존리 "한 살부터 투자 가능…자녀 경제독립 시켜야"
금융교육 사관학교·주식투자 전도사 자처
리 대표의 집무실에는 빨간색 스티커가 빽빽하게 붙어 있는 전국지도가 벽에 걸려 있다. 그가 투자교육을 위해 방문한 곳은 지도에 스티커를 붙여서 표시했는데 지금까지 그가 방문한 곳만 2000군데가 넘는다. 그는 “전국에 안 다닌 데가 없을 정도”라며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상공회의소, 읍·면 초·중·고, 대학교까지 찾아다녔다”고 했다.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로 오자마자 시작한 ‘메리츠주니어투자클럽’도 최근 2기 졸업생들을 배출했다. 2기 졸업생 3명은 지난 5년간 리 대표와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투자 코칭을 받았다. 최근엔 3명 모두 메리츠자산운용 인턴으로 채용되기도 했다. 그는 “주니어투자클럽은 교육생에게 내 사비를 털어서 투자교육을 시키고 있다”며 “지금까지 60~70%의 성과를 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금융기관들이 금융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직접투자를 해보지 않고는 배우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 대표는 4년 전 유튜브를 개설해 각계각층의 사람들에게 금융문맹 탈피를 위한 강연을 하고 있다. 국내 운용사 최초로는 휴대전화로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비대면 계좌 개설 및 펀드 투자를 가능하도록 했고 펀드 보수체계를 뜯어고쳤다. 연금저축펀드에 대한 매일 적립식 투자 시스템도 갖췄다. 아이들 외에 주부들을 위한 주부투자클럽도 운용하고 있다.
[Special] 존리 "한 살부터 투자 가능…자녀 경제독립 시켜야"
다음은 리 대표와의 일문일답.

부자의 기준은 무엇인가
“진짜 부자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미리 대비하고 자본이 일하도록 하는 것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기업을 위해 일함과 동시에 기업의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부자가 되는 길이다.”

주식투자는 왜 해야 하는가
“내가 하는 노동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해 누군가가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내가 투자한 돈이 날 위해 열심히 일하게 하는 수단이 바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고, 결국 그 기업을 소유하는 것이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기업이 나의 노후를 위해 일하도록 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주식투자 문화가 잘 정립돼 있나
“2014년에 한국에 왔을 때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있다는것에 상당히 놀랐다. 그 이면에는 사교육에 돈을 쓰느라 노후 준비가 제대로 안 된 거다. 예컨대 300만 원 월급에서 100만 원 상당의 사교육비를 지출한다는 사실을 알고 상당히 놀랐다. 주식투자를 하라는 말을 하기에 앞서 사교육에 과도한 투자가 잘못됐다고 본다. 대학을 가거나 회사를 갈 때 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긴다.”

금융교육을 다니면서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현재 전국의 2000곳 넘게 다니며 금융교육을 하고 있는데 외고나 과학고와 같은 특목고보다 대안학교에서 금융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는 대안학교가 입시교육이 아닌 상상력이 풍부해지는 교육을 받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봐도 우리나라의 입시교육이 잘못됐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앞으로 금융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이라고 보나.
“중국 정부는 아이들의 잠잘 권리를 빼앗지 말라면서 사교육 금지법을 만들었다고 한다. 중국의 교육 혁명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태인들은 경제적인 독립을 열세 살에 시작한다. 해외처럼 우리나라 교육제도가 입시 위주가 아닌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교육으로 바뀌어야 한다. 입시교육을 조정하는 사교육 광풍도 사라져야 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시험, 회사에 들어가는 입사시험을 모두 폐지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것과 부자가 되는 것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획일적인 인간이 되기보다 창업을 꿈꾸고 투자가가 돼야 한다. 금융문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노후 준비는 물론 아이들의 경제독립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투자 마인드를 심어줘야 하나.
“메리츠가 운용하고 있는 메리츠 주니어 펀드는 한 살부터 투자할 수 있다. 열세 살에 경제적 독립을 하는 유태인보다 더 빨리 부자가 되자는 의미에서 주니어 펀드의 가입 가능 나이를 한 살로 정했다. 주니어 펀드의 가입자는 현재 2만5000명이지만 앞으로는 100만 명을 목표로 잡고 있다. 금액 규모보다 아이들의 투자 마인드를 어릴 때부터 심어줘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제도를 갖춰야 한다고 보나.
“정부는 연금제도를 제대로 만들고 노후 준비의 중요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 아울러 사교육을 유도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제도를 확 뜯어고쳐야 한다. 입시·취업을 위한 시험을 철폐해야 한다.”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나.
“중고등학생과 성인 등을 대상으로 노후 대비의 중요성에 대해 직접 찾아가며 강연을 하고 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이 한계가 있어서 4년 전부터 유튜브를 시작했다. 하지만 저의 목표는 전국의 모든 읍·면을 찾아다니며 올바른 투자관을 설파하는 것이다. 최근엔 대치동 학원가에서도 아이들 금융교육을 했는데 반응이 꽤 좋았다. 앞으로도 꾸준히 다양한 곳에서 금융교육을 펼칠 계획이다.”
[Special] 존리 "한 살부터 투자 가능…자녀 경제독립 시켜야"
존리 대표이사는...
현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2014~)
라자드자산운용 매니징디렉터
도이치투신운용 매니징디렉터
미국 스커더스티븐스 & 클라크 펀드매니저
미국 뉴욕대 회계학과 졸업
연세대 경제학과 중퇴


글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l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