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프리즘

탈중앙화자율조직(DAO, 다오)이 부상하고 있다. 미국의 가상자산 전문 데이터 분
NFT 이어 DAO 부상...인적 조직의 미래 될까
석 업체인 메사리(Messari)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크립토 디지즈(Crypto theses) 2022'에 따르면 다오는 크립토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자 경제, 정치, 사회 생활을 완전히 뒤바꿔 놨다고 정의했다.
또한 2020년이 탈중앙화금융(DiFi, 디파이)의 해였고 2021년이 대체불가능한 토큰(NFT)의 해였다면 2022년은 다오의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블록체인 개발 전문 기업인 헥슬란트는 "디파이가 새로운 금융, NFT는 예술의 미래라면, 다오는 인적 조직과 커뮤니티의 미래"라고 예측했다.
NFT 이어 DAO 부상...인적 조직의 미래 될까
다오의 개념
다오(DAO)는 탈중앙화 자율 조직을 의미하는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로,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을 뜻한다. 중앙에서 관리하는 주체가 없이 개인이 자율적으로 투표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형태로 운영되는 새로운 개념의 조직 형태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합의된 소프트웨어에서 동작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응용해 투자자의 소유를 증명하는 스마트 컨트랙트 개념을 통해 중앙 조직이 없이 공동의 목표에 대해 집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구조로 운영된다.
다오는 계층구조가 없는 조직 형태를 갖기 때문에 참여자들의 익명성이 보장되고 의사결정의 모든 내용이 블록체인상에 기록되기 때문에 투명성이 보장된다.
투자는 정책 또는 제안에 대해 투자자들의 투표로 결정함으로써 민주성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이에 대한 권한은 투자 토큰에 비례한다.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DAO는 중앙화된 리더십이 없는 구성원 소유의 커뮤니티,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낯선 사람과의 안전한 협업, 특정한 목적의 기금을 조성하기 위한 안전한 장소의 제공 등 통상적인 조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다오는 공동의 목적을 갖는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다. 디파이 다오, 투자 목적 다오, 컬렉터 다오, 소셜 다오 등이 그것이다.
디파이 다오는 프로젝트의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조직의 역할을 하고, 투자 목적 다오는 투자 목적인 일종의 벤처캐피털 역할을 하고, 컬렉터 다오는 값비싼 NFT 등을 수집하기 위한 것이고, 소셜 다오는 취미나 패션 등 공동의 관심에 대한 다오다.
즉, 다오는 탈중앙화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형성되며 적용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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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의 적용 사례
최근 미국의 헌법 경매에서 ‘헌법 다오(Constitution DAO)’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다오가 재조명 받는 계기가 됐다.
헌법 다오는 미국 헌법 초판본이 소더비 경매에 나오자 이를 공동으로 소유하자는 목표로 결성됐다. 모금이 시작된 지 일주일도 안 돼 약 470억 원(4000만 달러) 규모의 이더리움을 모으며 화제를 일으켰다.
낙찰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단시간에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개인들을 모았다는 것에서 다오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가장 유명한 다오 중 하나는 ‘더 다오(THE DAO)’다. 2016년 5월에 독일의 스타트업 슬록(slock.it)이 토큰 세일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 구축됐다.
전문 분야인 ‘스마트 록(smart locks)’은 사람들이 탈중앙화 버전의 에어비앤비(Airbnb)에서 자신들의 부동산을 공유하도록 해준다.
더 다오는 놀랍게도 1억5000만 달러(약 1800억 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해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이 됐다. 하지만 더 다오의 코드는 완벽하지 않았다. 공개적인 접근이 가능한 소스라는 속성을 악용해 누군가가 악의적인 의도로 접근해 시스템의 버그를 발견하고 공격한 것이다.
모금 시작 한 달 만에 익명의 해커가 더 다오의 구조를 그대로 복사한 ‘복제 다오’를 만들어 그곳으로 돈을 빼돌린 것이다. 약 5000만 달러(약 60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 유출이 진행된 후에야 인지됐고 다행히 인출 전에 신속한 조치함으로써 결정적 피해는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다오의 신뢰성에 대한 치명적 우려를 불러오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부터 일어난 NFT에 대한 폭발적 관심과 관련 기술 개발을 통해 차츰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한 번 기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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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 가치 공유의 도구로 진화
다오는 금전거래나 투자 목적의 초기 활용 범위에서 더욱 확장돼 ‘가치 공유’를 공유하는 도구로서 진화하고 있다. 우주탐사, 언론, 패션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다오의 형태를 빌어 새로운 조직 운영 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문다오(MoonDAO)’는 우주 연구와 탐사를 목표로 하는 다오다. 투자나 가상자산 프로젝트가 아닌, 우주 공간은 어느 한 국가나 부자들만의 것이 아닌 모두의 것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다오의 개념을 도입한 조직이다.
올해 안에 회원(투자자)에게 우주여행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미국 우주 개발 업체 블루오리진의 티켓을 예약했다고 밝혔다.
‘더트(Dirt)’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2명이 만든 저널리즘 다오다. 토큰을 보유한 참여자들은 편집과 취재에 참여할 수 있다. ‘어산지 다오’는 위키리크스 창업자 줄리언 어산지의 석방을 목적으로 결성된 다오인데, 공동의 목표를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다오 모금액(1만 7422이더리움)을 모아서 화제가 된 바 있다.
미국의 투자 전문 회사 앤드리슨 호로위츠가 구축한 FWB(Friends With Benefit) 다오가 있다.
이는 NFT를 기반으로 아티스트를 서포트하는 다오로서, 지원하고 싶은 아티스트에게 토큰을 제공함으로써 문화의 발달을 추구하는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메타펙토리’는 탈중앙화 커뮤니티이자 패션 업체로서, 자체 토큰인 ‘로봇’을 발행하고 이를 소유한 참여자는 브랜드의 운영, 유통에 대한 결정에 참여할 수 있다. 제품 판매에 따라 토큰이 지급되고 로봇은 정해진 규칙과 알고리즘(일종의 인공지능)을 통해 기여도에 따라 배분된다.
링크다오(LinksDAO)는 골프장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다오로서, 골프장 인수에 성공할 경우 NFT 투자자들에게 골프장 멤버십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 골프장 이용료 할인, 회원 전용 커뮤니티에 대한 접근권 등의 특전을 제공한다.

다오 관련 암호화폐 126개에 달해
현재 세계적으로 다오 관련 암호화폐들은 유니스와프(UNI), 에이브(AAVE), 메이커(MKR), 커브다오토큰(CRV), 대시(DASH), 비트다오(BIT) 등을 포함해 126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다오 관련 신규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 와이오밍주는 세계 최초로 알고리즘으로 관리되는 다오에 대해 유한책임회사(LLC)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을 제정했다.
이는 다오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지위를 인정받고 시장을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기업 엘리시아는 와이오밍주에 아시아 기업 최초로 다오를 법인으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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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 '국보 다오' 등 프로젝트 진행
국내에서도 국보를 매입하고 이를 NFT로 만들어 보존하려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사례가 있다. 다수의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한국의 문화유산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결성된 ‘국보 다오(DAO)’다.
간송미술관이 경매를 통해 내놓은 국보 제72호 ‘계미명금동삼존불입상’과 국보73호 ‘금동삼존불감’의 경매에 참여해 이를 낙찰받는 것이 목표였다.
국보를 낙찰받기 위한 기금 모집을 위해 NFT 민팅(NFT 발행)을 진행했으며, NFT는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기반으로 발행됐다.
모금 결과 경매에 필요한 최소 금액에 도달하지 못해 낙찰에는 실패했으며 모금된 NFT는 환불됐다. 또한 블록체인 기업인 체인파트너스가 직원 채용과 업무 과정에 다오 구조를 활용하겠다고 밝힌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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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에 대한 전문가 평가 엇갈려
다오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다오가 새로운 개념의 조직 작동 방식이며, 이익보다 공동체에 초점을 맞추고 사회적으로 더 의식적인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를 한다.
투명한 구조와 보상 지급,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매력을 강조한다. 하지만 아직 이상과 현실 사이의 격차가 크고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더욱 필요하며 해결돼야 할 과제도 여전히 많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더 다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공개된 컨트랙트 코드로 인해 해킹 가능성이 있으며, 정지할 수 없는 코드(unstoppable code)를 사용함으로써 나타나는 취약점도 있다.
책임 있는 참여자를 선별하는 별도 절차가 없어 좋은 결과를 신뢰하는 데 한계가 있다.
주요 의사결정에 조직의 핵심 구성원 몇 명만 참여하고 있는 게 현실이고, 반대의 경우 수만 명에 달하는 참여자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비용이 크다는 비판도 있다.
헌법 다오의 경우 참가자 1%가 전체 토큰의 66%의 토큰을 보유했다. 이는 다오 조직이 공평하고 민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참여자들 행동이 토큰의 가격 변화나 이익의 배분 등 금전적 이득에 따라 크게 변할 수 있다.
최근 다양한 목적의 다오가 등장하면서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고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비판적 우려와 문제점이 존재함에도 다오는 권력이 분산되는 혁명이자 사람들이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다오 개념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확장 가능 커
가상자산 세계에서 시작된 다오라는 개념은 이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확장 가능을 보여주고 있다. 기업도 학교도 정당도 다오가 될 수 있다.
목적을 같이하고 생태계 내 참여자 모두를 존중하고, 투명성을 보장하는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사회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를 제공할 수도 있다. 특히 사회적 결정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정치권에서 다오가 적용되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 될 수 있다.
다오의 탄생과 진화는 사회와 조직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헌법 다오나 국보 다오에서 보듯이 아직 현실적 적용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더다오에서 노출된 기술적 문제와 이를 관리할 수 있는 법, 제도적인 장치 등 할 아직 많은 과제가 남아 있다.
현재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 개발과 적용 분야의 확장이 빠르고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오가 올해 가장 뜨거운 혁신 트렌드임에 틀림없다.
다오가 주목받는 이유는 투명성과 민주성을 장점으로 내세워 향후 ‘사회 커뮤니티’, ‘기업 운영 구조’ 및 ‘고용 형태’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특히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메타버스나 가상경제에서의 역할은 대단히 크다고 할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등 전 분야에서 얼마나 큰 파장을 불러올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글 소대섭 박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공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