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 BIZ / 핀테크 리더
혁신 기술로 무장한 핀테크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금융과 기술의 환상적인 만남, 핀테크 시대. 미래 금융은 무엇이며, 이 세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핀테크 기업을 만나는 시간. 이달의 핀테크 리더는 인공지능(AI) 자산관리 플랫폼 ‘쿼터백’의 장두영 대표다.
"고객 자산, 적재적소 투자...쿼터백으로 터치다운"
지난 3월 8일 서울 여의도 파크원 타워1에 위치한 쿼터백 본사에서 장두영 대표를 만났다. 그는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은 공을 상대방 진영에 터치다운하도록 팀을 이끄는 포지션으로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라며 "이와 마찬가지로 고객의 자산을 적재적소에 투자해 고객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회사가 추구하는 AI 자산관리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AI 자산관리란 투자자가 자산을 증식하는 데 있어 감정적인 동요 없이 최대한 객관적으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화된 관리 방식을 의미한다. 투자 행위는 행동경제학과 상당히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은 이성보다 감정에 더 쉽게 흔들리는데, 예를 들어 투자원금이 손실 나는 순간 손실의 고통이 커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미래보다 현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 돈을 모으지 않고 소비에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AI 자산관리란 사람들이 이와 같이 투자자들이 감정적으로 소비하고 투자하는 것을 이성적으로 이끄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적극적인 투자를 받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
"두 가지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업계 동향이다. 전통적인 금융시장에서는 대면을 통해 상품을 판매했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발달로 온라인에서도 상품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개인 맞춤형 포트폴리오 서비스 제공까지 가능해졌다. 이런 트렌드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며, 일본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한 유니콘 기업도 존재하고 미국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인수·합병(M&A)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최근 투자 유치는 업계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회사 측면이다. 쿼터백이 2015년 설립 이후 꾸준히 쌓아 왔던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 쿼터백은 2021년 KB인베스트먼트, 미래벤처 등 국내 톱 티어(top tier) 벤처투자자들로부터 투자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2월에는 대형 금융지주사인 신한지주로부터 전략적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회사 설립 계기는.
"한국 금융시장에 없던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고액자산가들은 기존 금융기관에서 이미 충분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지만 금융기관에 방문이 어렵거나 꺼리는 투자자들을 위한 투자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만들고 싶어 회사를 설립했다.
월급만으로는 자산 증식이 어려운 시대가 온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개인별 맞춤형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장기 투자를 유도해 복리효과를 누리게 하고 싶었다.
2015년 당시에는 미국에서 유사한 서비스가 이미 출시한 지 5년이 지났던 상황이었다. 비록 비대면 일임 규제 이슈로 인해 회사 설립 이후 5년이 지나서야 목표로 했던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선두 업체로서 규제 완화와 업계 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자사의 빅데이터를 통한 자산관리 트렌드는 어떠한가.
"30대 > 40대 > 20대 > 50대 순으로 비중이 나뉜다. 1인당 관리 자산 규모는 40대가 가장 높고, 20대가 가장 낮다. 주요 고객층은 2030세대로 전체의 57%를 차지, 본인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고 조합하는 디지털 자문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국내보다 해외 투자의 비중이 크며, 글로벌 투자를 선호한다.
1년 이상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의 재계약율은 95% 수준으로,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고객층에게 만족도가 높다."
"고객 자산, 적재적소 투자...쿼터백으로 터치다운"
자산관리 시스템은 어떻게 되는가.
"보통 펀드매니저(사람) 및 애널리스트 등 투자 전문가들이 투자 과정에 있어 고려하는 모든 요소들을 시스템화했다고 보면 된다. 대형 자산운용사에서도 자산을 배분하기 전에 경기 및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고, 이에 맞춰 큰 틀의 자산군을 정한 후 세부 투자를 결정하는데, 쿼터백은 이와 같은 구조를 복합 알고리즘을 통해 시스템화했다."

개인 투자별 성향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투자자 성향에 맞춰 변동성을 관리한다. 투자 성향이 중요한 이유는 본인에게 적합하지 못한 투자를 진행할 경우 중간에 투자를 포기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복리효과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서는 첫째로 본인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선택하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필요하고, 둘째로 여기에 초점을 맞춰 개인 투자별 성향에 맞춘 변동성을 관리하고 있다."

수수료 및 보수 구조는 어떻게 되는가.
"100% 채권형 포트폴리오의 경우 운용 보수는 0원이고, 다른 포트폴리오의 경우 위험자산 비중에 따라 자산관리 금액 기준 연 0.4~0.8% 후취로 책정된다. 일부 공격 성향의 테마 포트폴리오는 수익이 나지 않으면 운용 보수를 받지 않는다. 수익이 난 경우 5%를 성과 보수로 책정하고 있다.
이는 유사한 서비스들의 수수료 및 보수와 비교했을 때 매우 저렴한 편에 속한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장기적으로 고객이 만족하고 지인에게 추천하며 자연스럽게 서비스가 확장되는 것을 바라기 때문에 운용 보수는 꼭 필요한 수준으로만 책정했다."

자산관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때, 경제에 대해서 많은 지식은 없었지만 글로벌 자산 배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다. 아마도 IMF 외환위기 영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외환위기 당시 같은 상황이라도 어떤 통화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돈을 잃을 수도 반대로 벌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당시 환율이 900원에서 2000원까지 올랐는데 미국에서 유학하는 내 입장에선 손실을 봤지만 미국에서 거주하는 분들이 한국 기업에 투자해서 이익을 봤다. 그만큼 신흥국에 거주하는 입장에서는 글로벌 투자가 중요하다는 포인트를 배우게 된 것이다. 성인이 된 후 알게 된 것은 복리효과와 장기 투자의 효과다.
절약에 집중해 예금에만 투자해 온 사람과 오래전부터 투자를 전략적으로 한 사람의 자산을 비교해보면 자산 규모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 점을 알게 되며 자산관리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고객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상품은.
"최근 전 세계 주식시장의 하락을 기회로 여기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주식형 포트폴리오 상품의 인기가 많아졌다. 쿼터백의 시그널 역시 금리 인상 전후의 조정 확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경기가 상승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어 주식 자산에 긍정적인 신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3월 2일 발표된 미국의 베이지북에서도 미국의 경제 활동 확장 속도가 1월 중순부터 기존의 ‘완만한(modest)’ 속도에서 ‘보통의(moderate)’ 속도로 개선 폭이 크다고 진단했고, 쿼터백의 진단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쿼터백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지금은 자금을 빼기 보다는 적정 수준의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

고객 수와 영업이익 및 매출 규모는.
"총 자산관리 금액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약 4530억 원, 매출은 31억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동종 업계에서 제일 높을 것으로 파악되는데, 만약 자기 자본 운용을 통한 매출을 제외할 경우 차이는 더욱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업 손실은 5억~6억 원 수준이다. 이 부분 역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할 경우 2억~3억 원으로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보안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가.
"쿼터백은 일임, 자문, 자산 운용 등 실제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보안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망 분리로 인해 쿼터백 서비스 이용 시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보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향후 이용자 입장에서는 좀 더 쉽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한편, 보안은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데 정부에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과거에 비해 규제가 많이 완화되기는 했지만 해외 시장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개선돼야 할 것들이 많다. 샌드박스의 경우도 사실상 신청 이후 관련 답변을 듣기까지 상당한 기간이 걸릴 뿐만 아니라, 해외 유사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이유가 제기되며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기존에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업체가 신규 알고리즘을 등록하려면 추가적으로 1년 이상의 기간을 요구받고 있는데 사실 이런 규제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물론 새로운 업체에 대한 테스트베드 심사 및 검증 과정은 분명 필요하지만, 이미 테스트베드를 통과한 업체에도 매번 추가적인 신규 알고리즘을 등록할 때마다 장기간에 걸친 운용 기간을 요구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다수의 소비자들을 위해 또 한 가지 꼭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언급하자면, 현재 비대면 일임이 허용되고 있는 계좌를 단순히 일반 계좌로만 국한시키지 않고 해외처럼 연금 계좌 등 다양한 계좌로 접목이 가능하도록 확대해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포부는.
"국내는 아직 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 활성화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향후 쿼터백이 국내를 대표하는 온라인 종합자산관리 전문 회사가 돼 고객들에게 폭 넓은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다. 주식,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등 전통 상품과 자산 외에도 비전통 자산을 포함한 다양한 자산군을 활용해 온라인을 통한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장 대표에게 쿼터백이란.
"쿼터백이란 회사는 내게 있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팀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같은 회사보다는 스포츠 팀 같은 회사를 희망한다. 금융 전문가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디자이너,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한 목적을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또한 전문성, 협동성, 혁신성에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사진=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