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달아 디지털 헬스 분야 고도화의 핵심인 의료기기와 의료 인프라 시장도 들썩이면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글로벌 시장은 디지털 헬스 산업 도입과 투자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전체 의료 대비 원격의료 진료 비중은 4~5%대로 팬데믹 이전보다 10배 이상 상승했다. 지난해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의 디지털 헬스 관련 투자금액은 572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헬스 시장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들이 시행되거나 준비 중에 있다. 미국은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의 40~ 50%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미국은 높은 의료비용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의료 지출 비중이 17%에 달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8%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헬스케어 시스템 가격이 시장경제에 의해 결정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용을 낮추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디지털 헬스에 대한 도입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 시장, 지역적 확장·비용 효과 등 개선
글로벌 디지털 헬스 시장에서는 의료기기와 의료 인프라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헬스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의료기기를 활용하면 적응증 확대와 지역적 확장, 비용 효과성 개선에 유리하고, 의료 인프라를 보유함으로써 의료 접근성 강화와 플랫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가장 성장한 분야는 정신건강 분야인데 현재 미국 원격진단의 50~60%는 정신건강에서 발생하고 있다. 미국 최대 원격의료 플랫폼인 텔라닥(Teladoc)의 정신건강 매출은 지난해 7억 달러로 텔라닥 미국 매출의 39%까지 확대됐다. 이외에 만성질환 관리도 의료기기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의료기기는 데이터를 수집, 의료 행위, 구현, 분석 등을 할 수 있는 매개체로 원격진료의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주목받는 것이 만성질환이다. 만성질환은 정신질환 대비 시장규모가 훨씬 크고 수요가 지속된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고령화로 인해 만성질환 환자는 증가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낮은 위험도와 침습도를 보이는 질병 영역에서 의료기기의 역할은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료 플랫폼은 규제 문제로 해외 확장이 상당히 제한적이지만 의료기기는 글로벌 진출에 용이하다는 점에서 지역적 확장이 가능하다. 현지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하는 방식이지만 자체 플랫폼에 현지 병원을 연동하는 방식이거나, 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실시간 원료의약품(API) 기술 활용도 가능하다.
이는 비용 효과 면에서도 개선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미국 현지의 대형 병원을 중심으로 병원에서 생성되는 의료데이터를 통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커맨드 센터(command center)’ 구축도 주목받고 있다. 이는 의료 자원 배분과 응급환자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대형 기업들은 커맨드 센터를 통해 지속적인 서비스 매출과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업체는 1차 의료 중심의 ‘커넥티드 케어(connected care)’ 사업부를 강화하는 데 비용 효과 개선으로 나타나고 있다. 커맨드 센터 구축에 적극적인 기업은 필립스, GE 헬스케어(Healthcare) 같은 전통적인 대형 의료장비 업체들이다.
특히 필립스는 소비재 사업 비중을 축소하면서 커넥티드 케어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세계적인 병원용품 업체인 박스터인터내셔널(Baxter International)은 105억 달러에 병원용 디지털 침대 및 모니터링 장비를 생산하는 힐롬(Hillrom)을 인수하는 메가딜을 성사하며, 디지털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의료 인프라 장점 부각…의료 접근성 강화·플랫폼 효과
의료 인프라 측면에서 의료 접근성 강화와 플랫폼 효과로 인한 중요성도 부각된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미국에서는 리테일 약국이 1차 의료 및 종합 의료 서비스 허브로 변신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와 차별화된 효용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에 민간의료에서 더욱더 중요한 역할로 부상하고 있다.
각종 백신 접종과 감염 검사, 당뇨나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 케어, 질병 스크리닝, 보험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미국 대형 의료 체인 기업인 CVS 헬스(CVS Health)는 9900개의 약국과 1200개의 ‘미닛클리닉(MinuteClinic)’에서 전문 간호사, 의사보조 인력들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1억1000만 명 고객을 보유한 종합 의료 서비스 기업이다. CVC 헬스는 미국 인구 80%가 반경 16km 이내 거주할 정도로 고객군 비중이 높다는 것이 장점으로 부각된다.
온·오프라인 연결로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약국 플랫폼에서 원격진료부터 인 스토어(in-store) 클리닉 방문 예약도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온라인 약국을 보유한 아마존은 지난 2월 텔라닥과 파트너십을 맺었고 알렉사(Alexa)를 통해 원격의료 서비스 론칭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요 약국 및 아마존 파머시(Amazon Pharmacy) 처방약의 신속 배송 및 정기 배송, 간편 보험 서비스 등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료 인프라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규모의 경제에서 파생되는 플랫폼 효과도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1500개 이상의 의료기관과 5만 명의 의료진을 보유한 ‘옵텀헬스(OptumHealth)’라는 병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서비스를 제공한 고객 수가 1억 명에 달한다. 또한 보험과 의료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글로벌 유일무이한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왕진 프로그램(House-call)과 건강 예방 프로그램(Rally) 등 디지털 헬스를 위한 최고 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글·정리 이미경 기자(esit917@hankyung.com) ㅣ자료 미래에셋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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