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료된 청년희망적금을 시작으로 정부 주도의 고금리 상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저금리 고착화로 인해 반짝 인기몰이를 했지만 한시적으로 내놓는 정책 상품들 대부분이 지속성을 갖기가 어렵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금리 예·적금 상품은 왜 반짝 인기에 그칠 수밖에 없는 걸까.
[금융레시피] 빚좋은 개살구? 고금리 예적금의 민낯
# 직장인 김 모(36) 씨는 청년희망적금 가입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지만 만 19~34세 기준에 충족하지 못해 가입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후에 김 씨는 은행들이 잇따라 내놓은 고금리 특판 상품도 살펴봤지만 신용카드 이용 이력이나 급여이체 여부 등 조건이 까다로워 가입을 해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글로벌 긴축 흐름에 이어 금리 인상 압박이 거세지면서 제로금리까지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2년 만에 1.25%를 회복했지만 여전히 1%대 초저금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올린다고 해도 과거 20~30년 전 예금금리였던 10~20%대까지 올라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과거 인기리에 방영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시대 배경은 은행 예금금리가 15%에 달한다. 이후 10년 만에 한 자릿수로 하락했고, 2015년에 1%대까지 하락했다. 드라마의 시대 배경인 1988년보다 34년이나 흐르면서 과거의 두 자릿수 슈퍼 금리로 되돌아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일이 됐다.

최근 흥행으로 마감한 청년희망적금은 총 1200만 원의 납입액(매월 50만 원씩 2년간 납입)을 기준으로 은행 제공 금리 연 5%와 은행별 최대 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더하고, 이자소득 비과세와 저축장려금 36만 원을 합하면 만기 시 수령액 1298만5000원을 받는다. 청년희망적금 상품에는 만 19~34세인 290만 명의 청년들이 가입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금융레시피] 빚좋은 개살구? 고금리 예적금의 민낯
고금리 예·적금 봇물…조건 없는 금리 상품은 無
은행권에서는 청년희망적금 종료 이후에도 고금리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년희망적금이 종료된 이후에는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고금리 특판 상품 출시가 잇따랐다. 이처럼 고금리 상품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지만 대부분은 까다로운 조건들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신협중앙회는 기본금리 2.5%에 우대금리 5.5%를 더해 최대 연 8% 금리를 제공하는 4차 플러스정기적금을 신한카드와 연계해 출시했다. 이 상품은 1년 만기로 월 최대 30만 원까지 납부할 수 있다. 다만 우대금리를 충족하기에는 다소 번거롭다. 신협 제휴 신한카드를 발급한 후에 6개월간 총 50만 원 이상을 사용하거나 6개월간 4회 이상 월 10만 원 이상 사용해야만 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는다.

웰컴저축은행은 3월 1일부터 ‘웰컴 첫거래우대 m정기적금(첫거래우대정기적금)’을 판매했다. 금리를 기존보다 연 1.8%포인트 높여 최고 연 5.5%까지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이 상품은 웰컴저축은행을 처음 이용하거나 첫 거래 후 30일이 지나지 않아야 가입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다.

DB저축은행도 지난 3월 2일 최고 5.5% 금리를 제공하는 모바일 전용 ‘M-With유 정기적금’을 출시했다. 300억 원 한도로 출시된 이 상품은 만기가 1년이며 기본금리 3.0%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5.5%를 제공한다.

한화저축은행도 연 최대 6.3%의 최고 금리를 제공하는 ‘라이프플러스정기적금’을 출시했지만 3.4%의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그룹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의 자동차보험 상품에 가입해야 한다.

‘우리종합금융 The드림 정기적금 3’는 급여이체, 신규 고객 우대, 친구 추천 등에 따라 기본금리 2%에 우대금리 6.5%를 적용해 최대 8.5%의 금리를 제공한다. 월 납입한도는 20만 원이다. 신규 고객일 경우 1.5%를 추가로 부여한다.

또 급여이체(1.0%), 마케팅 수신동의(0.5%), CMA 체크카드 사용 실적이 200만 원에서 300만 원일 경우(0.5%), 300만 원 이상 사용할 경우(0.8%), 친구 추천(1.5%) 등이 적용된다. 우리은행의 ‘우리 매직(Magic) 적금 by 롯데카드’ 역시 기본금리 1.5%에 우대금리 5.5%를 받아 최대 7%의 금리를 받을 수 있으며 월 최대 50만 원까지 납입이 가능하다.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케이뱅크의 ‘핫딜적금×우리카드’는 우리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기본금리 1.8%에서 우대금리 최고 연 8.2%를 적용해 연 최고 10%의 금리를 주고 있다. 조건은 적금 가입일 직전 6개월 내 우리 신용카드 이용 이력이 없는 고객이 대상이고 한도는 20만 원 이하다.

케이뱅크 첫 입출금통장 개설 후 10일 이내 상품을 가입한 경우나 마케팅 동의를 할 경우 0.5% 우대금리가 적용된다. 우리카드의 연간 사용 실적에 따라 4.2~5.7%의 금리를 얹어주고 우리카드로 관리비, 통신비 등을 자동이체하거나 대중교통 실적 6개월 이상 보유할 경우 2%를 부여한다.

재형저축 실패 그림자?…단기성 상품 그칠 우려
과거 한시적으로 나왔던 고금리 정책 상품이 반짝 효과에 그치면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년 금융정책 공약으로 제시한 청년도약계좌는 벌써부터 청년희망적금의 2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도약계좌는 이른바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만 19∼34세 청년이 매달 70만 원 한도 내에서 일정 금액을 저축하면 정부가 월 10만∼40만 원씩을 더해 10년 만기로 1억 원을 만들어주는 계좌다. 1금융권 기준으로 연 2%대 금리를 적용한 예·적금만으로는 목돈 만들기가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정부의 자금 지원과 은행권과의 협업을 통해 우대금리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단기적 성과에 그치는 반쪽짜리 정책 상품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은행에서는 팔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어서 지속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은행권 대출금리는 약 4% 정도인데 이보다 높은 5~6%의 금리를 주고 조달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어서다.

과거 정부에서 주도한 정책 상품이었던 재형저축 상품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지속되지 못하고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지난 2013년 재형저축은 도입 취지와 달리 서민·중산층 대표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는 데 실패했다. 도입 초기 가입좌수가 183만 좌를 넘기며 반짝 인기몰이를 했다가 꾸준히 가입자가 감소해 2015년 상반기 156만 좌까지 줄었다.

제도 일몰을 앞두고는 160만 좌(지난해 10월 말 기준)까지 다시 가입이 늘긴 했지만, 흥행했다고 보기엔 턱없는 수치라는 평가가 많았다. 은행 입장에서는 현재 금리에 비해 과도하게 높은 고정금리를 지급한다면 역마진이 우려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재형저축에 이어 청년희망적금, 앞으로 나올 청년희망계좌 역시 정부가 은행권의 팔을 비틀어 주먹구구식으로 개발한 상품에 불과하다”며 “처음 도입 취지와는 다르게 지속적인 효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했다.


글 이미경 기자(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