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0일 차기 정부의 본격적인 출범에 맞춰 금융정책도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주축으로 한 신정부는 문재인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금융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권 전반에서 변화의 물결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새 정부 금융정책 지각변동…규제에서 완화로?
통화정책 및 금융 환경 변화 가속화 예고
5월에 공식 출범하는 새로운 정부는 통화 긴축 완화로 태세 전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금융 불안정 대응보다는 경기 대응에 무게추를 둔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통화 및 금융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서 경기 대응적 측면보다 금융 불안정 해소에 중점을 뒀다. 또 자산시장으로의 과도한 자금 쏠림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통화 긴축이 본격화됐다. 부동산 시장은 대출총량 규제를 시행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연 4~5% 수준으로 규제했다.

신정부에서는 통화정책을 통한 금융 불균형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가격을 수요 억제로 대응하기보다 공급 확대를 통해 정책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통화 긴축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시중 금융기관들이 시행한 대출총량 규제를 완화하며 금융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자원 배분 효율성 강화로 잉여자금 공급은 축소될 전망이다. 정부 주도 경제에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최적의 자원 배분이 어려운데 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시기에 화폐 유통 속도가 떨어지면서 과잉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못한 과잉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을 야기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2019~2020년은 과잉 유동성 공급이 이뤄진 대표적 시기이고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팔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잉여자금 공급이 조절되면서 금융 규제 완화에도 불구하고 자산 인플레 현상은 약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정부 금융정책 지각변동…규제에서 완화로?
금융정책 변화 지각변동 불가피
새 정부의 새로운 금융정책 방향에 따른 영향에도 이목이 쏠린다. 우선 새롭게 바뀌는 금융업과 관련된 내용은 대출 및 세제를 중심으로 한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지원 강화, 디지털 금융 혁신 및 금융 규제 개선, 자본시장 선진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 주요 골자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공급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증권과 캐피털 등 개발사업 취급 비중이 높은 업종의 경우 사업 기회를 늘려준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강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여신 비중이 높은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부담 요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역시 디지털 금융 혁신 및 금융 규제 개선은 시장 자율화와 디지털 생태계 활성화 기조를 감안하면 기회와 위험이 공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는 단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긍정적인이라는 분석이다.

은행·카드·보험·증권 등 업종별 영향 주목
우선 신정부에서 시행할 금융 관련 공약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완화 ▲예대금리차 제도 정비 ▲소상공인·자영업자 코로나19 손실 보상 ▲빅테크에 대한 규율체계 개선 ▲건강보험의 공적 기능 강화 ▲주택공급 세제 개편 ▲자본시장 선진화 등이다.

은행권에서는 대출과 세제를 중심으로한 규제 완화와 주택 공급 확대 영향으로 은행의 외형 확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대출 규제 완화와 부동산 관련 세제 개편은 부동산담보대출 공급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주택 공급 확대도 부동산 개발 사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증가 등을 통해 장기적으로 은행의 기업여신 성장률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개 일반은행의 LTV 현황을 살펴보면 60% 초과 비중은 2016년까지 35%에 달했지만, 지속적인 LTV 규제 강화 영향으로 지난해 9월 말 현재 9%까지 줄었다. 올해는 은행권의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 5%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을 고려할 때 점진적인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예대금리차 제도 정비 공약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주기적인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필요할 경우 가산금리가 적절한지 검토 및 담합 요소를 점검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은행의 여수신 금리는 금리 인상 시기에 대출금리가 수신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해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반면,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는 대출금리가 수신금리보다 빨리 인하돼 예대금리차가 축소된다.

하지만 금리 요인 외에도 외형 확대 전략, 경쟁 구도, 차주 신용도 등에 따라 대출금리가 시장금리 상승 폭보다 더 빠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부터 엄격해진 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은행들의 주택 관련 대출 공급 유인이 크게 낮아졌고,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크게 확대된 반면, 상대적으로 경쟁 강도가 높아진 기업대출 부문 가산금리는 오히려 축소됐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금융1실장은 “현재 국내 은행의 경쟁 환경과 공시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예대금리차 축소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저하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 인상 시기의 가산금리 적절성과 관련해 감독당국의 점검이 이루어지고 있어 검토 결과와 제도 변화가 미칠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드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의 기본 원칙하에서 빅테크의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환경 개선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시장참여자에게 자율성을 주면서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사고가 발생할 때 제재나 처벌의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보험에 대한 공약은 건강보험의 공적 기능 강화와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우선 요양·간병 지원 강화와 고가 항암제, 중증·희귀질환 신약 신속등재 제도 도입 등으로 건강보험의 공적 기능을 강화하는 취지의 공약을 발표했는데, 요양·간병 지원은 보험 상품의 비중이 크지 않아서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은 주택 공급 확대 공약으로 신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이 증가하면 부동산 PF 수익 비중이 높은 증권사를 중심으로 IB 사업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 신규 현장이 늘어나면 다양한 형태의 자금 조달이 필요하고, 관련 주관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에서 수수료 수입이나 유동성, 신용공여 제공에 따른 수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주식시장과 관련해서 세제 변화와 공매도 제한과 같은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에도 이목이 쏠린다.

노재웅 한국신용평가 금융2실장은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투자 중개 사업을 영위하는 증권사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전체 주식시장에 거시경제 변수가 미치는 영향이 커서 증권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 이미경 기자(esit917@hankyung.com) │사진 한국경제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