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주 하나금융지주 차기 회장 내정자

편집자 주
최근 화제가 된 기업인의 뉴스 데이터를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활용해 분석한 뒤, 해당 기업가와 가장 연관성이 높은 키워드를 짚어본다.
[CEO & BIGDATA] 함영주, 사법 리스크 벗어날까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에 내정된 함영주 부회장은 고졸 출신 직원에서 금융그룹 수장 자리까지 앉게 된 입지전적 인물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운 형편 속에서 강경상고를 졸업했으며, 1980년 서울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에 입문했다. 말단 은행원 자리에서 시작한 금융권 생활 42년 만에 국내 주요 금융그룹 회장에 오르게 됐다.

하나금융 내부에서 함 부회장을 부르는 별명은 다름아닌 ‘시골 촌놈’. 그의 좌우명이 ‘낮은 자세로 섬김과 배려의 마음’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동료와 후배를 최대한 배려하는 ‘푸근한 덕장’ 스타일이라는 평이 많다.

특유의 격의 없는 태도 덕에 ‘사방에 적이 없는 최고경영자(CEO)’라는 평가를 받은 지 오래지만, 최근 몇 년간 예기치 않은 법률 리스크를 겪었다. 특히 채용비리 혐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판결이 속속 나오면서 함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하나금융 안팎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함 부회장이 언급된 뉴스 데이터 500건에서 추출한 주요 키워드를 짚어본다.
#채용비리 혐의 1심 #특정 지원자
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로 4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재판을 받았던 함 부회장은 최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함 부회장은 2015년 하나은행 공채 당시 지인의 아들이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사부에 추천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 등)로 기소됐다. 또 2015년과 2016년 공채를 앞두고 남녀 채용 비율을 4대1로 맞추라고 지시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박보미 판사)은 우선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해 특정 지원자가 합격하도록 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따로 합격권에 들지 못한 이들이 합격할 수 있게 어떤 표현을 했다거나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하나은행의 남녀 차별적 채용 방식이 적어도 10년 이상 관행적으로 지속됐다고 보인다. 은행장들의 의사결정과 무관하게 시행돼 피고인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함 부회장이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시민사회단체들은 “최소한의 책임조차 묻지 않은 사법부를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청년유니온 등 7개 시민사회단체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책임자인 은행장의 위력’을 인정하지 않는 궤변을 또다시 펼치면서, 채용비리 행위를 단죄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은행의 관행이라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지 않고 수장으로서 비리를 묵인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DLF #불완전판매 #손실 사태 #금융감독원 #중징계
함 부회장은 DLF 손실 사태로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최근 1심에서 패소했다. 법원이 함 부회장에 대한 중징계가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실 규모가 막대하고,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모습은 은행의 공공성과 안전성에 대한 신뢰와 신의를 저버린 것”이라며 “임원진은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함 부회장은 DLF 손실 사태 내부 관리·감독을 부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2020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문책 경고를 받았다. 문제가 됐던 상품은 하나은행의 해외 금리 연계 DLF로, 원금의 100%까지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 투자 상품이었다. 부실한 상품 설명 과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총 1837억 원 규모로 불완전판매가 이루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1심 패소와 관련해 하나은행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내놓고 즉각 항소에 나섰다. 하나은행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본 사안과 관련해 법적·절차적 부당성에 대해 적극 설명하는 한편, 손님 피해 회복을 위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들에게 배상을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대응해 왔음에도 당행의 입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회장 선임 #차기 회장 후보 #회추위 #금융그룹
채용비리 재판에서는 1심 무죄, DLF 손실 사태 행정소송에서는 1심 패소라는 결과를 받게 되면서 함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는 ‘절반의 해소’ 상태로 남게 됐다. 예정대로 차기 회장에 오르더라도 법률 리스크를 완전히 떨치지 못했다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물론 향후 2심 재판 결과에 따라 함 부회장이 짊어진 사법적 짐을 말끔히 벗어 던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오는 3월 25일 열릴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함 부회장을 차기 하나금융 회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다. 최근 하나금융은 주총 소집 관련 정정공시를 통해 “기존 법원의 집행정지결정 효력은 1심 선고일부터 30일까지이므로 본 판결에도 불구하고 후보자가 회장직을 수행하는 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혀, 원안대로 주총을 이어간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함 부회장은 원칙적으로 3년 동안 금융사 취업이 제한되는 만큼, 최근 판결이 주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