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피아트크라이슬러(FCA) 그룹과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이 합병하며 스텔란티스가탄생한 이후 최근 국내 사업 구조도 재편을 맞았다. 그동안 푸조와 시트로엥, DS를 공식 수입해 온 한불모터스에 대한 흡수합병 작업을 마무리한 것.올해부터 지프와 더불어 기존 PSA 그룹의 국내 사업을 전담하게 된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 코리아 사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Interview] 푸조와 DS 품고 재도약 꿈꾸는 스텔란티스 코리아
지난해 지프는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며 수입차 브랜드의 주요 실적 지표로 꼽히는 연간 판매 ‘1만 대 클럽’에 재가입하는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취임사에서 밝힌 목표를 이룬 것이라 의미가 남다를 듯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반도체 이슈 등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 더욱 의미가 있다. 부임 초기 딜러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더욱 다양한 신모델과 ‘랭글러’를 갖다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랭글러의 라인업을 대폭 늘리는가 하면, 지난해 11월에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 L’을 선보였다. 덕분에 지난해 랭글러는 3127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판매 기록을 달성했고, 그랜드 체로키 L 역시 출시 한 달 만에 400여 대를 판매해 1만 대 판매를 돌파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스텔란티스에 한국 시장이 갖는 의미가 궁금하다.
“내가 본 한국 고객들은 모든 방면에서 트렌디하고, 무엇보다 정보기술(IT)에 친화적이다. IT가 접목되지 않은 곳이 없고, 이를 놀라울 만큼 능숙하게 활용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회적·도덕적 잣대가 굉장히 높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품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준 또한 매우 높다. 현재 한국은 지프 브랜드 기준 상위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한 시장이다. 그랜드 체로키 L을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것만 봐도 스텔란티스 그룹에서 한국 시장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한국에서는 많은 수입차 브랜드가 경쟁하고 있다. 그중 지프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한국에서는 각진 모양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찝차(지프차)’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80년이 넘는 지프의 역사가 곧 SUV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통 SUV 브랜드로 쌓아 온 기술력과 헤리티지, 온·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하는 독특한 사륜구동 시스템은 지프의 최대 강점이다. 더욱이 지프는 고객 충성도가 높은 브랜드로, 지프 캠프 등 오너들의 커뮤니티도 매우 활발하다.”

스텔란티스는 피아트·크라이슬러로 대표되는 FCA와 푸조·시트로엥 등을 소유한 PSA가 합병을 통해 설립한 글로벌 자동차 그룹이다. 기존과의 차별점이 있다면.
“‘다양성을 무기로, 세계가 바뀌는 방향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것(Powered by diversity, We lead the way the world moves)’이라는 스텔란티스 그룹의 메시지를 소개하고 싶다. 이는 각각의 브랜드가 축적해 온 기술과 노하우가 모여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출범 1년 만에 그룹 전체 순매출과 조정 영업이익이 3배 이상 상승하는 의미 있는 결과도 도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한불모터스가 수입·판매해온 푸조와 시트로엥, DS 브랜드에 대한 국내 비즈니스도 맡게 됐는데.
“푸조와 시트로엥, DS 고객 역시 스텔란티스 본사가 관리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세일즈와 서비스 부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단순 제품 위주의 홍보·마케팅에서 벗어나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도 강화 할 예정이다.”

푸조와 시트로엥 DS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는.
“푸조는 특유의 세련되고 유니크한 디자인과 효율성, 주행 성능이 우수하다. 유럽 자동차만의 단단한 느낌을 갖추고 있다. DS는 프랑스의 대표적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답게 우아한 디자인과 장인정신이 깃든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시동을 걸면 마치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로 변신하는 듯한 ‘DS 액티브 LED 비전 헤드램프’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동안 푸조와 시트로엥, DS는 한국에서 몹시 고전했는데.
“한때 푸조는 한국의 디젤차 인기를 선도하는 브랜드 중 하나였다.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퍼포먼스, 뛰어난 연비로 큰 사랑을 받았다. 꾸준한 신차 출시와 함께 고객 중심의 마케팅을 강화한다면 예전의 지위를 금세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DS는 2019년 한국에 출시했기에 아직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푸조와 DS 모두 올해 안에 가솔린 모델을 도입할 예정이다. DS 브랜드로는 최초이고, 푸조도 10여 년 만에 선보이는 가솔린 모델이다.”

FCA 코리아는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를 정리하고 지프 브랜드 단일화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큰 성장을 이뤘다. 이에 일각에서는 푸조와 시트로엥, DS도 비슷한 절차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재점검이 필요한 단계라고 생각한다. 시트로엥은 당분간 재정비에 돌입한다. 기존 시트로엥 고객들은 사후관리(AS)는 물론 향후 진행하는 다양한 활동에도 동일하게 참여할 수 있다. 이로써 당분간 한국 시장에서는 지프와 푸조, DS 브랜드를 강화하고 성장시키는 데 집중하려 한다.”

현재 자동차 업계의 화두는 친환경과 지속가능성이다. 스텔란티스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지난해 스텔란티스는 전동화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2025년까지 300억 유로를 투자해 자동차 업계 전동화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3월 1일에는 그룹의 장기 전략인 ‘데어 포워드 2030(Dare Forward 2030)’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50% 줄이는 한편, 75대 이상의 전기자동차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스텔란티스 산하의 14개 브랜드는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합작 사업을 추진 중이다. 또한 안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과정으로 한국의 배터리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합작법인을 위한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 스텔란티스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모델을 만나볼 수 없는데.
“분명한 점은 다양한 전기차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에서 ‘에어플로우’를 발표하는가 하면, 지프 역시 첫 번째 콤팩트 순수 전기 SUV를 공개했다. 다만, 해당 차량이 국내에 소개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 전까지 푸조 e-208과 e-2008 SUV, DS 3 크로스백 E-텐스(Tense)같은 순수 전기차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많은 차종 중 꼭 한 가지 모델을 한경 머니 독자들에게 추천한다면.
“지금이 정말 딱 랭글러를 타기 좋은 시기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차박·캠핑 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캠핑 장비의 완성은 랭글러’라는 말이 있듯, 랭글러와 함께 자연 속으로 떠나볼 것을 추천한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출시한 ‘랭글러 4xe’는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SUV다. 2개의 전기모터를 장착해 역사상 가장 파워풀하면서 친환경적인 매력까지 갖췄다.”

마지막으로 2022년 스텔란티스 코리아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하다.
“올해 스텔란티스 코리아는 1년 내내 신차를 발표한다. 지프는 올 뉴 그랜드 체로키 2열 모델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4xe), 신형 컴패스와 1.3리터 가솔린 엔진을 얹은 레니게이드모델의 도입을 결정했다. 푸조는 유럽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뉴 308을 론칭하고,DS는 얼마 전 ‘2022년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로 선정된 DS 4를 준비 중이다. 그뿐 아니라 서비스 품질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인데, 지프는 2024년까지 총 30개의 서비스센터를, 푸조는 총 20개의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운영할 목표를 세웠다. 기존 고객과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으로 브랜드 만족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다.”

사진 스텔란티스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