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향수 시장이 고공 성장 중이다. 2023년에는 시장규모가 6500억 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기의 주역은 이른바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만족하는 프리미엄 향수)’다. 무엇이 이토록 한국인들을 니치 향수에 열광케 한 것일까. 얼마 전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 파비앙 마우니(Fabienne Mauny)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에게 니치 향수에 관해 물었다.
[Interview] "한국, 니치 향수 가치 알아봐...전 세계 트렌드 주도"
한국에서 니치 향수의 인기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요즘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남과 다른 것을 선호한다. 니치 향수가 이에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특별한 향기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비슷한 이유로 방향제와 룸 스프레이 같은 홈 프래그런스 제품의 매출도 껑충 뛰었다.”

딥티크는 니치 향수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때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유가 있었을까.
“현재 한국은 다방면에서 전 세계의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코스메틱 시장에서는 일찍부터 선구자적 역할을 해 오고 있었다. 우리는 이 점을 주시했고 2009년 한국 진출을 결정했다. 한국 소비자가 화장품에 관심이 많을 뿐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나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인들은 금세 니치 향수의 ‘가치’를 알아봤고, 덕분에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은 딥티크의 톱3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다.”

그래서일까. 최근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세계 최대 규모다.
“언젠가는 꼭 서울에 부티크를 열고 싶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한국 소비자에게 우리 브랜드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로수길은 지난 2019년 딥티크가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던 곳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쇼핑 거리이자 예술 지구다. 이런 멋진 장소에 부티크를 여는 데는 한국의 로컬 파트너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날의 도움이 정말 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그동안 백화점에서 봐 오던 매장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향수와 향초 등 그동안 한국에서 출시한 제품의 전 라인뿐 아니라 화병과 식기, 오르골 등 ‘홈 컬렉션’을 처음 선보인다. 또한 딥티크만의 특별 수공예 컬렉션인 ‘컬렉션 34’도 만나볼 수 있다. 가로수길 부티크에서만 제공하는 맞춤 포장 서비스 역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라 믿는다.”

매장을 오픈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딥티크 본점인 파리 생제르망 34번가 부티크를 연상시키는 다양한 요소를 그대로 재현하고자 했다. 특히 아늑하고 세련된, 파리의 전통적인 아파트를 표현하고 싶었다. 가령 웅장하면서도 절제미를 느낄 수 있는 건물 외관은 파리 오스만 건축 양식을 차용했다. 4m에 이르는 거대한 정문은 파리의 멋진 아파트 블록을 연상시키는데, 파리의 전형적인 하우스만 양식에 큼직한 황동 손잡이를 달았다. 또한 전통 양식의 디테일에도 공을 들였다. 건물 옆은 강렬한 블랙 목재 패널과 대형 향초 오브제로 장식해 크림색의 외관과 대조되는 자연스러운 색조로 완성하고 문턱에는 파리에서 제작한 ‘Diptyque à Seoul(Diptyque in Seoul)’ 모자이크 패턴의 카펫을 새겨 넣었다. 이 카펫은 고전적인 통로의 느낌을 전해준다.”
[Interview] "한국, 니치 향수 가치 알아봐...전 세계 트렌드 주도"
아파트가 콘셉트여서일까. 매장 인테리어가 굉장히 독특하다.
“1층은 파리 전통 아파트에서 엿볼 수 있는 헤링본 패턴 바닥재와 전통적인 목재 벽면을 사용했다. 여기에 진귀한 예술품과 오브제, 삽화로 곳곳을 장식해 특별함을 더했다. 미국의 유명 예술가 ‘크리스 울스턴(Chris Wolston)’이 만든 테라코타 조각 테이블과 딥티크의 창립자 중 한 명이자 영국의 화가인 데스몬드 녹스-리트(Desmond Know-Leet)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벽화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2층은 정말 아파트 내부에 들어선 것처럼 식당과 부엌, 세탁실, 거실, 욕실 등으로 공간을 구성했는데, 파리에서 공수한 루이 14세 스타일의 벽난로와 유명 디자이너의 대형 석고 샹들리에 등으로 장식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공간이 있다면.
“거실이다. 거실은 사색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벽면에 재생하는 파리 현대 예술가 안-샬롯 피넬(Anne-Charlotte Finel)의 영상은 평온한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그 옆에는 한국 전통의 나전칠기 기법으로 만든 병풍을 세웠다. 프랑스 가정집과 한국 전통 예술이 자연스럽게 어울렸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수많은 니치 향수 브랜드가 경쟁한다. 딥티크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딥티크는 국적도 직업도 모두 다른 3명의 동업자에 의해 탄생했다. 화가와 무대 디자이너, 건축가가 모여 만든 브랜드이다 보니 예술적인 감성과 독특한 개성이 존재한다. 가령 딥티크는 향수를 만들 때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원료를 조합해 향을 만든다. 이에 관해 딥티크의 창립자 중 한 명인 크리스티앙 고트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출세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열정과 상상력, 창작 욕구 및 무엇인가 이루고 싶다는 의지로 충만한 아티스트들이다.’”

딥티크는 여행을 기반으로 한 향수를 선보인다. 그중에는 오리엔탈 느낌이 짙은 향도 많다. 한국을 테마로 한 향수 출시 계획은 없나.
“딥티크가 탄생한 1961년부터 여행은 영감의 원천이다. 특히 어린 시절을 베트남에서 보낸 창립자 이브 쿠에랑을 통해 ‘볼류트’와 ‘탐 다오’, ‘도 손’ 같은 향이 완성됐다. 한국 역시 매력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언젠간 딥티크의 새로운 영감이 돼줄 것이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2022년 딥티크의 목표와 비전이 궁금하다.
“딥티크는 먼 과거에서 영감을 찾지 않는다. 어제에서 영감을 받아 오늘을 만드는 브랜드다.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서 ‘현대성’을 지킬 수 있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제품을 만들 것이다. 특히 요즘에는 천연 원료로 만든 ‘자연의 향’에 관심이 많다.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제품을 생산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아, 당장은 2022년 출시할 ‘일리오 오 드 뚜왈렛’과 ‘시트로넬’이라는 레몬그라스 캔들 컬렉션에 힘쓰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