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Story] “달러, 환차익보다 자산 배분 다각화 관점 필요”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곳은 어디일까. 아마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아닐까 싶다. 최근 미 Fed는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의 빅스텝을 고려하고 있다. 이처럼 Fed가 인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는 이면에는 기축통화인 달러를 보호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인플레가 장기화될수록 화폐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 Fed가 긴축의 강도를 높이고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배경에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엄청난 규모로 풀렸던 달러의 유동성을 조이면서 달러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세계 각국에서 기축통화인 달러를 견제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달러의 위상을 흔드는 요인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이 원유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를 검토하고 있고, 러시아가 천연가스 계약을 루블화 결제로 의무화한다는 소식이 견고했던 달러 패권을 압박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달러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미국의 긴축 움직임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Big Story] “달러, 환차익보다 자산 배분 다각화 관점 필요”
그럼에도 원화 대비 달러 관점에서 보면 한국 투자자들에게 달러는 안전자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가 나빠진다면 원화 대비 달러는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관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달러의 가장 큰 강점으로 지목되는 것은 한국 주식과는 역외 상관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이는 한국 원화 투자자들에게는 장점으로 부각된다.

다만 달러 투자를 잘못하면 기회 비용이 크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세상에 대한 극단적인 비관론에 빠지면서 달러 투자에 몰빵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제2의 IMF 외환위기 사태처럼 극단적인 상황을 예상해 과도한 투자로 이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달러를 활용해 주식이나 채권 등 다양한 자산 투자 방식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한경 머니는 박순현 SC제일은행 투자전략상품부장을 만나 인플레 대응을 위한 달러 자산의 접근 방법과 투자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Big Story] “달러, 환차익보다 자산 배분 다각화 관점 필요”
달러에 대한 전반적인 시장에 대해 어떻게 진단하나.
“달러는 통화정책의 영향으로 강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유로존, 일본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빠른 속도의 통화긴축 흐름이 달러 매수세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물가 및 경제 부담이 높아지면서 파운드화나 유로화 등 주요 상대 통화가 상대적 약세를 보인 점이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올 초에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에 시작했는데 달러 강세에 영향을 받으며 1240원대를 돌파했다.”

달러 가격이 많이 올랐는데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나.
“달러 자산은 단기적인 환차익보다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권한다. 달러는 다른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분산효과를 거둘 수 있다. 투자할 만한 자산이 없을 때 달러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자산의 일부라도 달러 포지션을 확보한다면 최근처럼 변동성이 높아진 시기에 포트폴리오 전체의 리스크를 낮추는 방어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달러를 활용한 금융상품에는 무엇이 있나.
“달러 자산을 확보할 때 단순히 달러예금으로 보유할 수 있지만 위험 성향에 따라 역외펀드나 해외채권, 달러보험 등의 다양한 상품들을 활용할 수 있다. 역외펀드는 안정적인 채권형부터 공격적인 주식형까지 달러를 활용한 글로벌 투자가 가능하다. 달러 표시 해외채권은 달러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추구하고 보유 기간 중에 가격이 상승하면 이익 실현 시점을 유연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데에 장점이다. 달러보험은 상대적으로 공시율이 높고 환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어 장기적인 달러 확보 수단으로 용이하다. 달러보험 상품은 10년 이상 보유를 유지하면 이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ig Story] “달러, 환차익보다 자산 배분 다각화 관점 필요”
달러 자산의 장점은.
“달러 자산은 위험자산과의 상관관계가 낮다는 면에서 분산투자 관점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자산이다. 달러는 변동성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이기도 하다. 경기가 나빠질 경우 원화 대비 달러는 강세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달러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SC제일은행에서는 고객들에게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달러를 활용한 ‘외화 자산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달러 자산 투자 시 주의해야 할 점은.
“달러를 예금 형태로 보유할 경우는 인플레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 인플레는 상품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반면, 현금 가치는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물가가 오르는 만큼 동일한 금액으로 살 수 있는 재화는 줄어들게 된다. 다만 인플레 리스크 영향으로 미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달러가 다른 통화 대비로는 강세를 보일 수 있다.”

달러 시장에 대해 전망해달라.
“미국 Fed의 50bp(1bp=100분의 1%)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5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후까지 달러 강세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12개월 관점에서는 미 달러 약세가 나타날 전망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물가나 경제 부담이 높아짐에 따라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향후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리오프닝이 전개될 경우 악재를 반영한 유로화가 점차 강세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는 달러의 강세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도 1210~1240원 선을 중심으로 물가 상방 리스크에 영향을 받으며 변동성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Fed 통화정책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과 고유가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보이는 점은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달러 약세 전환과 함께 하향 안정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글 이미경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