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식은 다 고귀하고 아픈 손가락이지만,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들의 손가락은 더욱 애리기 마련이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녀의 생계를 보호할 수 있는 상속 장치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장애 성년자녀를 보호할 상속 장치는
CASE
제게는 중증장애를 가진 성년 자녀가 있습니다. 자녀 스스로 생계를 꾸려가는 것이 어려워 걱정인데, 장애인에게 재산을 증여하는 경우 세제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합니다.

SOLUTION
질의하신 내용과 관련하여, 먼저 장애인이 재산을 증여받은 후 증여세 신고기한 전에 자신을 수익자로 하는 신탁을 설정하는 경우, 증여재산가액 5억 원까지는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제도(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2조의2 제1항)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혜택을 보기 위해 증여 후 신탁 가능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현금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도 가능하며, 증여재산가액이 5억 원을 초과하는 부분부터는 일반적인 증여세 과세가 이루어집니다.

다만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신탁계약 조건에 유의해야 하는데, 장애인 자녀가 해당 신탁에서 발생하는 이익 전부를 받아야 하고, 신탁 기간이 자녀의 사망 시까지 계속되도록 설정해야 합니다. 애당초 장애인의 안정적 생활 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신탁 원본이 일시 소진되는 것을 방지하는 취지인데, 그와 달리 신탁을 해지하거나 수익자를 변경하는 경우 또는 신탁 원본이 별도 처분되는 경우에는, 해당 사유가 발생한 날 새로운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가 과세될 수 있습니다. 다만 장애인 본인의 의료비나 간병비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원본을 인출해 사용하더라도 과세되지 않습니다.

발달장애 등을 가진 자녀는 부모로부터 재산을 증여받은 후 독자적으로 신탁계약을 체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해당 자녀에 대한 후견인을 선임하고 그 후견인이 신탁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일련의 절차를 진행하는 데 많은 노력이 소요돼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이에 개정된 세법(2019년 12월 31일)에서는, 아직 증여하지 않은 부모의 재산에 대해서 부모가 직접 장애인 자녀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을 설정하는 경우 증여세 비과세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상증세법 제52조의2 제2항).

다만 장애인 자녀의 사망 전에 신탁이 해지 또는 만료되는 경우 잔여재산이 장애인에게 귀속되도록 하고, 수익자를 달리 변경할 수 없으며, 위탁자(부모)가 사망하는 경우에는 그 위탁자 지위가 장애인 자녀에게 이전돼야 하는 조건이 해당 신탁계약에 포함돼 있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상증세법이 마련한 제도에도 불구하고 금융 회사들의 장애인 신탁 상품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관련 상품이 실제로 출시되고 있습니다. 다만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금전을 신탁하는 경우, 세제 혜택 이외에 실제 자녀가 수령할 현금의 흐름이 어떻게 될지까지 미리 검토해 신탁재산 규모를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자와 달리 임대료 등은 물가에 따라 빠르게 변동하므로 자녀의 안정적인 수입 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상가 등의 부동산을 신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이은총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