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 인터뷰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노인 주거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다. 이지희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사무국장은 시니어타운이란 용어조차 생소했던 시절부터 이 문제를 파고들었고, 예나 지금이나 시니어타운의 양적 확대를 주장하고 있다. 그가 말하는 국내외 시니어타운의 현실과 미래 대안책에 대해 들어봤다. 노인주거복지시설이란 무엇이며,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노인주거복지시설이란 크게 △양로시설(노인을 입소시켜 급식과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노인들에게 가정과 같은 주거여건과 급식, 그 밖에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 △노인복지주택(노인에게 주거시설을 임대해 주거의 편의, 생활지도, 상담 및 안전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편의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시설)을 통틀어 의미합니다(노인복지법 제32조).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을 운영함에 있어 보다 안정적이고 발전적인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2009년 7월에 설립됐습니다. 저희는 어르신들과 보호자가 시니어타운을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전국의 시니어타운 운영자들과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시니어타운을 안정적으로 운영·관리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보건복지부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노인주거복지시설의 부실 운영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현재 더클래식500, 더시그넘하우스, 마리스텔라, 삼성노블카운티, 시니어스타워(주), 유당마을 등 전국 약 100세대 이상의 비교적 규모가 큰 시니어타운들이 협회 회원사로 가입돼 있으며, 종사자 보수교육, 포럼 및 세미나, 해외 시설 견학 등을 통해 우리나라 시니어타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노인 주거복지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봉사 활동을 했습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사회복지 분야 중 어르신들의 삶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노인복지 쪽이 제 성향상 맞다고 생각할 즈음 우리나라 최초의 시니어타운인 유당마을에서 직장체험을 했죠. 그때만 해도 시니어타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높지 않았을 때였고, 어르신의 부양은 시설이 아닌 집에서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훨씬 강했을 때였습니다.
이후 유당마을과 인연이 닿아서 꾸준히 봉사 활동을 했는데 전무한 정부 지원과 그리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운영을 이어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고,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사회복지시설이라고 하는 시니어타운만의 독특함이 저에게 강한 임팩트로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 후 저는 노인복지를 좀 더 공부하기 위해서 일본에서 6년간 유학을 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이 시기에 일본의 유료 노인홈(한국의 시니어타운)을 견학해볼 기회가 자주 있었고, 자연스럽게 시니어타운 분야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100세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내 노인의 주거복지 현황은 어떤가요.
“노인주거복지시설 현황을 살펴보면 양로시설의 경우 2017년 404개소에서 2020년 352개소, 노인공동생활가정의 경우 2017년 252개소에서 2020년 209개소, 노인복지주택의 경우 2017년 33개소에서 2020년 36개소로 집계됐습니다. 시니어타운의 경우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으로 유형이 구분돼 있는데, 정부의 통계는 유료 양로시설과 무료 양로시설을 통합해 통계를 내기 때문에 시니어타운의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2021년 12월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운영하던 더케이(The-K) 서드에이지가 적자로 운영을 종료했어요. 2008년 3월 222세대로 문을 연 지 13년 만입니다.
어르신들은 집을 잃었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실제로 시니어타운의 운영이 쉽지 않다는 반증이겠지요. 반대로 현재 8곳이 새로운 시니어타운 사업을 검토 중이거나 공사 중입니다. 눈에 띄는 점은 대기업과 투자 회사에서 시니어타운 업계에 관심을 보인다는 점입니다. 특히 롯데그룹의 경우 마곡지구와 부산 기장군에 노인복지주택을 포함한 복합단지를 개발 중인데, 향후 우리나라에 30곳 이상의 시니어타운 사업이 확장을 예고했습니다. 향후 다른 대기업들도 시니어타운 사업으로의 진출을 활발히 진행해 업계에 새바람이 불기를 기대합니다.”
시니어타운에 입주하고 싶은 분들은 많지만, 관련 난제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니어타운의 수가 너무 적습니다. 일본의 유료 노인홈은 2020년 10월 기준 1만5956개소이지만, 우리나라의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36개소, 양로시설도 유·무료를 합쳐서 352개소입니다. 시니어타운의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어렵지만 100세대 이상 규모가 크고 5년 이상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타운은 전국에 30개 정도에 불과합니다. 시니어타운이 국내 처음 만들어진 지 3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시니어타운의 숫자는 제자리걸음입니다. 민간 참여를 유인하는 정부의 지원 및 육성 대책이 없다면 앞으로도 시니어타운 시장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정부는 규제를 풀고, 시니어타운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민간 사업자에게 저금리 대출 등의 혜택을 주어 시니어타운 업계에 진출하는 기업과 사업자들이 많아지도록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니어타운의 양적 확대를 줄곧 주장해 오셨는데, 우리나라에서 시니어타운의 양적 확대가 여전히 부족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시니어타운은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민간 사업자가 대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국가 정책 차원에서 받을 수 있는 지원은 취득세 및 부동산에 대한 재산세의 100분의 25를 경감해주는 것이 거의 유일합니다. 민간기업이 시니어타운 사업에 참여할 시 영리 추구의 폐단을 우려한 복잡한 허가 절차와 까다로운 법규에 의해 제약이 많습니다.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시니어타운 사업에 뛰어들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우리나라는 경제 상황과 문화 수준 대비 시니어타운에 대한 부분은 대단히 낮은 수준입니다. 인간의 가장 큰 평등의 진리인 이 세상과 하직하는 것에 대한 준비와 말년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문제는 사회가 발전하면 할수록 가장 근본적인 대안을 가지고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향후 우리나라의 시니어타운에 대한 부분을 세 가지로 분류해 발전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을 덧붙여주신다면.
“시니어타운을 △고급(high-grade) 시니어타운 △중산급(middle-grade) 시니어타운 △무료 양로시설로 세분화시켰으면 해요. 시니어타운은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선진국의 경우 확대돼 안착해 있지만, 전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시니어타운의 역사가 30년 이상 된 한국의 경우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감한 규제 완화를 통한 시니어타운의 활성화는 향후 한국 사회에 중요한 부분이며, 노인들에게는 사유 자산을 활용해 풍요로운 노년의 삶을 살 권리를, 사회적으로는 하이 레벨 실버 산업의 활성화와 자본의 선순환을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제가 고안한 중산급 시니어타운이란 용어는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더불어 노인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산층의 노년 거주시설을 의미합니다. 향후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그룹이자 문화를 형성하게 될 층으로서 가정에서 노인의 삶을 모두 책임지는 것이 아닌 사회가 함께 책임질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규제 완화 관점에서 중산급 시니어타운은 진입장벽을 낮추고, 정부의 지원도 일부 같이 가져가는 형태가 돼야 합니다. 물론, 정부의 지원을 받는 만큼 중산급 시니어타운은 일부 관리도 필요하죠. 이와 관련해 현 정부에서 기획부터 접근해 한국식으로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경우 서비스 제공 고령자용 주택에 있어서 호당 100만 엔 보조금과 세금 우대 혜택을 주어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해당 사업에 뛰어들었고, 2018년 기준 벌써 7000개를 넘어섰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양로시설입니다. 세 가지 유형 중에서 100% 정부의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며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소득층 노인에 대한 부분은 지금처럼 무료 양로시설을 통해 국가가 어르신들의 삶을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노인 부양을 가족만이 아닌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규제를 풀고 다양한 사업 주체들이 시니어타운 시장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할 때입니다.”
해외 시니어타운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벤치마킹할 사례가 있나요.
“해외 시니어타운은 우리나라와 조금 다른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법적으로 60세 이상의 건강한 어르신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하지만, 건강할 때 입주하더라도 어르신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 및 정신적 기능이 쇠퇴해집니다. 건강할 때 들어오셨지만 건강이 악화되면 시니어타운을 퇴소하고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기셔야 합니다.
가령, 일본에서는 건강할 때 입주했더라도 향후 개호(요양)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개호시설을 겸비한 유료 노인홈(특정시설입주자 생활개호)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개호보험과 연계돼 있으므로 개호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어르신들은 생활 터전을 옮기는 일 없이 본인이 생활하던 시설에서 개호복지사의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개호 서비스에 대해서만 개호보험으로 처리되고, 입주비, 관리비, 식사 및 일상생활비는 모두 자기 부담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특정 생활시설과 동일한 법적 체계가 완비된다면 시니어타운에 입주한 어르신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시설급여 혜택을 받으면서 요양원으로 옮기는 일 없이 시니어타운에서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 적용된다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요양 부분에 대해서만 보험 혜택을 적용받는 것이고, 입주비, 관리비, 식사 및 일상생활비는 모두 자기 부담이 될 것이므로, 경제력이 있는 노인에게 혜택을 더 준다고 하는 논란이 일어날 염려도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은퇴자 주거복합단지인 CCRC (Continuing Care Retierment Commuities)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국의 CCRC는 노인을 위한 다양한 주거 생활양식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990년대 초 600개에서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약 2500개로 증가했죠. CCRC 내에는 주거시설을 포함해 의료, 돌봄, 여가·레포츠 시설들을 갖추고 있어 노인 거주자의 활동성에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강할 때 입주해 추후 건강이 악화되더라도 커뮤니티 시설 내 의료 시설로 이동해 적절한 케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살던 곳에서 케어를 받으며 생을 마감하는 것, 즉 AIP(Aging In Place)가 가능한 시니어타운을 만드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국내 시니어타운 시스템이 제대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 변화나 지원 등이 필요할까요.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법적인 정비입니다. 현재 시니어타운은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이 포함돼 있으나, 정부나 공무원 소비자들도 시니어타운은 노인복지주택만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여러 통계에서도 노인복지주택만 시니어타운에 포함시켜 발표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시니어타운의 유형에 포함돼 있는 (유료) 양로시설의 경우 2008년 이후 유료 양로시설과 무료 양로시설의 구분이 없어지고 양로시설로 명칭이 통합되면서 아직까지도 혼란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3년마다 한 번씩 시행되는 양로시설 평가의 경우에도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무료 양로시설의 평가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 평가를 받으라고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정부의 지원을 받는 무료 양로시설과 시니어타운의 유형에 속하는 유료 양로시설을 하나의 양로시설로 묶어둘 것이 아니라, 노인복지주택과 (유료) 양로시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시니어타운만의 법적 체계를 구축하는 게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저소득층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통해 무료 양로시설에서의 사회적 부양이 가능하지만, 오히려 중산층 이상 어르신들의 사회적 부양이라고 할 수 있는 시니어타운은 선택지가 많지 않은 실정입니다. 따라서 대기업과 종합병원, 투자 회사 등 다양한 주체가 시니어타운 사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경제력이 있는 어르신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지희 사무국장은
일본 오카야마현립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보건복지학 박사)했고, 현재 수원여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와 우송대 사회복지학과 강사를 역임하고 있다.
글 김수정 기자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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