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은 살아가면서 가장 흔하게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다. 국내 한 조사에 따르면 50대의 36%, 60대의 39%, 70대의 51%가 어지럼증을 경험한다. 그러나 어지럼증이 있다고 걱정부터 하는 것은 삼가도록 하자.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대표 질환과 질환 없이 발생하는 어지럼증에 대해 알아본다.
걱정되는 어지럼증, 완화 운동법은
어지럼증은 귀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귀 관련 질환 세 가지를 알아본다.
▷이석증=가장 흔한 원인이다. 이석증은 고막 바로 뒤에서 소리 진동을 귀 안으로 전달하는 난원창, 정원창 안에 든 아주 작은 돌들이 바로 옆에 있는 세반고리관 안으로 흘러 들어가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심한 어지럼증이 유발되는 것을 말한다. 병적인 어지럼증의 약 50%가 이석증이 원인이다. 이석증을 확인하기 위해 의사는 환자를 침대에 앉힌 다음 머리를 잡고 한쪽으로 돌린 상태로 눕히면서 증상이 유발되는지 확인을 한다. 이 검사에 의해 이석증이 확인되면 머리 위치를 단계적으로 바꾸는 동작을 취하게 해 세반고리관에 들어 있는 돌 부스러기를 내보낸다. 이렇게 하면 발작적인 심한 어지럼증은 곧바로 사라진다.

▷전정신경염=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귓속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기면 돌발적인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등이 나타난다. 전정신경염은 주로 중년 이후 갑자기 나타나며, 양쪽보다 한쪽 귀에만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감기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구토억제제, 항히스타민제 등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하고, 발병 3~4일이 지나면 몸을 좌우로 많이 움직이는 운동을 통해 전정 재활 치료를 한다. 대부분 치료를 받으면 증상은 6개월 이내에 없어진다.
▷메니에르병=평형 기능을 담당하는 귓속 세반고리관 내 림프액 압력이 증가해 어지럼증을 느끼고 난청, 이명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스트레스, 내이(內耳) 감염, 면역 이상, 알레르기, 귓속 혈관 이상 등이 꼽힌다. 어지러운 증상은 20~30분에서 수 시간까지 지속되기도 하지만, 대개 2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 치명적인 합병증은 없지만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치료를 위해서는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 하루 나트륨 섭취량을 1800mg(WHO 나트륨 섭취 기준 2000mg) 이하로 유지해야 하며, 카페인과 담배, 술, 초콜릿 섭취를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뇨제와 같은 약물 치료를 하며, 수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치명적인 뇌질환일 수도
어지럼증이 뇌졸중이나 뇌종양과 같은 중한 질병의 신호일 수도 있다.
▷뇌경색=평형감각을 관장하는 소뇌 혈액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중심을 잡지 못하는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주위가 빙빙 도는 어지럼증이 뇌경색의 전조 증상이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의 뇌졸중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이 수 분간 어지럼증과 비틀거림이 발생하면서 편측 마비, 발음 장애가 동반된다. 이때는 시간을 다투는 위험한 상황이므로 병원에 빨리 방문한다. 치료는 약물 투여나 혈관확장술 등을 한다.

▷뇌종양=소뇌 부위에 종양이 있어도 어지럼증이 발생한다. 어지럼증뿐만 아니라 말이 어둔하거나, 잘 삼키지 못하거나, 물건이 둘로 보이거나, 한쪽 팔다리와 얼굴에 힘이 없거나 감각이 저하되는 등 신경학적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진단은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으로 한다. 뇌종양이 있으면 수술, 방사선 치료를 한다.

뚜렷한 질환 없는데 생기는 어지럼증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의 절반 정도는 아무런 병도 없는데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특별한 병도 없는데 ‘어지럽게’ 만드는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기립성 저혈압=앉았다 일어설 때 눈앞이 캄캄해지며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난다면 ‘기립성 저혈압’에 의한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10명 중 8명이 이런 증상을 경험한다. 의사들은 이를 병으로 보지 않는다. 이런 증상은 혈관 압력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순간적으로 이상을 일으켜 피가 다리 쪽으로 쏠리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대개 증상은 10초 이내에 끝나며, 1분 이내에 어지러운 증상이 없어지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자율신경계 조절 능력이 감퇴하는 노인에게 자주 발생한다. 몸이 쇠약한 사람에게 잘 나타나지만, 빈혈과는 직접 관계가 없다.

▷심인성 어지럼증=특별한 이유 없이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쓰러질 듯 어지러운 것은 ‘심인성 어지럼증’일 가능성이 높다. 불안장애, 우울증, 공황장애 등과 같은 정신질환이 있을 때 이런 어지럼증이 잘 나타난다. 정신질환이 없더라도 갑작스런 충격을 받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이런 증상이 생긴다. 전신의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압이 떨어지면서 뇌 혈액순환이 원활치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 주로 서 있을 때 발생하며 얼굴이 창백해지고 식은땀이 난다.

▷현기증=식사를 오래 걸렀거나, 화가 났거나, 피곤할 때 가벼운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대체로 일시적이고 짧게 지속되며 원인이 없어지면 어지럼증도 같이 사라진다. 일반인들이 혼동하기 쉬운 것이 어지럼증과 빈혈의 관계다. 빈혈로 어지럼증이 생기려면 헤모글로빈 수치가 7~8mg% 이하로 매우 낮을 때다. 빈혈이 무척 심하면 약간 어질어질하지만 세상이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은 없다.

▷노화로 인한 어지럼증=60세를 넘으면 귓속의 감각세포와 전정신경, 뇌신경 세포 수가 감소해 평형감각이 떨어지면서 쉽게 어지럼증을 느낀다. 또 노인은 평형감각을 유지할 때 시각에 많이 의존한다. 이 때문에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으로 시력이 떨어지면 자주 어지럽다고 느낀다.

사람이 균형·평형감각을 잃으면 어지럼증이 나타나는데, 나이 들면 이 감각이 떨어져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심한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 머리 움직임에 따라 안구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전정안반사 기능을 강화하면 균형·평형감각을 회복할 수 있다. 평소 특별한 원인 없이 어지럼증을 느끼는 사람은 집에서 이 운동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어지럼증 완화에 효과 있는 운동

1 안구운동
● 눈을 위로 쳐다보고 다음에 아래로 쳐다보기 20회
● 눈을 한쪽 방향으로 보다가 다른 쪽 방향으로 쳐다보기 20회

2 머리운동
● 머리를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젖히기 20회
● 머리를 좌우로 돌리기 20회
● 어지럼증이 감소하면 앞의 두 가지 동작을 눈감고 해보기

3 전정 적응 강화 운동
● 하나의 목표물을 정지상태에 두고 이 목표물에 초점을 맞추면서 고개를 좌우로 1~2분간, 상하로 1~2분간 움직이기
● 하나의 목표물을 좌우로 움직이고 동시에 그 목표물에 초점을 맞춰 머리를 좌우로 1~2분간, 상하로 1~2분간 움직이기

4 머리-몸통 운동
● 앉은 상태에서 어깨를 으쓱으쓱 하기 20회
● 앉은 상태에서 어깨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리기 20회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굽혀 땅바닥에 물건을 집고 다시 바로 앉기 20회

5 평행-보행 강화 운동
● 눈을 뜨고 앉았다 일어나기 20회
● 처음에는 눈을 뜨고 앞의 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10~15발자국을 걷고, 다음에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걷고, 그다음에는 고개를 상하로 움직이며 걷기
● 앞의 동작을 눈감고 반복하고, 푹신한 것을 깔고 반복하기

6 조절 운동
● 기를 포함해 체력에 맞춰 조깅,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하기
● 고리 던지기나 골프, 라켓을 사용하는 운동하기

각 운동 시 주의할 점
□ 처음에는 어지러움이 악화될 수 있다.
□ 모든 운동은 처음엔 최대한 천천히 하고 점점 속도를 높인다.
□ 모든 운동은 1회에 20~30분 정도를 하루 2~3회 연습하는데 초기에는 횟수를 적게, 속도를 천천히 하고, 어지럼증이 개선되면 점점 강도를 높인다.
□ 어지러움이 느껴질 정도로 연습해야 하고, 특히 어지러운 동작을 더 많이 반복한다.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