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의 도래로 행복한 노후를 꿈꾸는 이들의 발걸음이 시니어타운으로 향하고 있다. 노년이 인생의 ‘엔드(end)’가 아닌 ‘앤드(and)’가 된 지금, 과연 시니어타운은 인생 2막의 든든한 안전망이 될 수 있을까.
[special]노후는 END 아닌 AND...시니어타운 선택은
시니어타운이 시대적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부 노인들의 ‘요양원’ 정도로만 인식됐던 것이 이제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모두의 보금자리로 변모하는 양상이다. 그 배경에는 ‘액티브 시니어’가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0세 이상 국민은 노후를 취미 활동(58.7%)이나 소득 창출 활동(17.2%)으로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 국민 여가 활동 조사’에서도 지속적 여가 활동 비율이 60대가 52.1%로 가장 높다. 생산적 활동뿐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여가 활동을 즐기려는 의지가 강한 세대다. 이들은 그동안 축적한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으로 주체적인 삶을 지향한다.

이처럼 자신만의 가치관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세대를 ‘액티브 시니어’ 또는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OPAL)세대’라고 부른다. 이들을 타깃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에도 돈이 몰린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의 ‘2015년 트렌드 및 소비자 분석 자료’에 따르면, 액티브 시니어들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은 177만 원으로 30·40대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64세 일반 시니어의 월평균 카드 사용액이 115만 원인 것과 비교하면 액티브 시니어들의 소비 성향은 더욱 두드러진다. 시니어타운도 중년들 사이 노년의 나를 위한 일종의 ‘토털 패키지 서비스’ 개념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시대가 흐름에 따라 부모 요양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변하고, 치매, 노인 고독사 등 고령화에 따른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사회안전망으로써 시니어타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1988년 사회복지법인 빛과소금이 우리나라 최초의 시니어타운인 ‘유당마을’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에 설립한 이후, 시니어타운에 대한 관심과 수요는 꾸준히 증가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유료 노인홈은 2020년 10월 기준 1만5956개소에 달하지만, 우리나라는 2020년 기준 노인복지주택은 전국에 36개, 양로시설도 유·무료를 합쳐서 352개소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니어타운이 법적 용어가 아니고 (대개 시니어타운이라고 하면 노인복지주택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으나, 유료 양로시설과 노인복지주택을 합쳐 시니어타운 혹은 실버타운이라고 통칭), 여러 가지로 혼재돼 사용되고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은 어렵지만 100세대 이상 규모가 크고 5년 이상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는 시니어타운은 전국에 30개 정도에 불과한 정도다.

실제로 수도권 내 시니어타운의 경우 상당수가 높은 분양률을 기록하고, 유명한 곳은 만실이 돼 대기자가 줄을 선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40~60대는 얼마나 시니어타운에 관심이 있으며, 어떤 이유로 가고 싶어 하는 걸까.

이에 한경 머니는 리서치 전문 업체인 오픈서베이의 도움을 받아 지난 4월 28일 서울 및 수도권 거주 중·장년(40~60대) 남녀 600명(남녀, 세대 동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준오차
95%±5.66%포인트)를 실시해 현재 국내 시니어타운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을 알아봤다. 이번 설문조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진행됐으며 설문에 대한 자세한 결과는 오픈서베이 결과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니어타운 거주 고민, 나이 들수록 ↑
우선 40~60대 중·장년들은 시니어타운 거주를 얼마나 생각해봤을까. “현재 시니어타운 거주에 고민해본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600명 중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8%의 응답자가 ‘있다’고 답했으며 아니라는 답변은 43.2%로 집계됐다. 대략 10명 중 6명이 시니어타운 거주를 생각해본 셈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40~60대 중에서도 세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40대의 경우, 응답자의 46%가 시니어타운을 고민한 반면, 50대는 58%, 60대는 66.5%로 나타났다. 즉, 나이가 들수록 시니어타운 거주를 좀 더 현실적인 고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수도권 내 시니어타운 거주자의 대다수가 60~80대인 것을 고려한다면, 60대에 가까울수록 시니어타운 입주에 더 적극적인 모습인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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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에서도 다소 미묘한 차이가 나왔다. 남자의 경우 51.7%가 ‘그렇다’고 답한 데 비해 여성은 62%가 시니어타운 거주를 고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여성들이 시니어타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상당수 가사로부터 자유로운 시니어타운 내 생활이 큰 강점으로 꼽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이렇게 시니어타운 거주를 고민해본 사람들 상당수는 실제 거주 의향에서도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니어타운 거주를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341명의 응답자들 중 전체의 69.2%(긍정적 50.7%, 매우 긍정적 18.5%)가 시니어타운 거주 의향에 ‘긍정적’이라고 말한 반면, 1.2%만이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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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람들은 시니어타운의 어떤 점을 이유로 거주를 희망할까. “시니어타운에 대해 고민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응답자 341명 중 전체의 절반이 넘는 56.9%가 ‘건강, 의료, 생활, 여가 서비스를 편리하게 즐기고자’라는 항목을 선택했다. 고령화 시대 늘어난 수명만큼, 건강관리와 여가 활동 대한 ‘액티브 시니어’의 선호도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 외 ‘자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18.5%), ‘안전하고 편안하게 거주하기 위해’(16.1%), ‘노년기 공동체 생활을 즐기기 위해’(8.5%) 순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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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설문자 600명 중 489명이 기혼자로, 이들의 81.5%는 자녀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녀가 있지만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자녀의 부담을 줄이고자 시니어타운을 선택하는 것은 ‘액티브 시니어’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다. 이들은 앞서 언급했듯 주체적인 삶을 지향하기 때문에 자녀들의 부양을 원하거나, 반대로 노후에도 손자녀 양육 등 자녀의 생활을 지원하는 삶 대신 시니어타운에서 자신만의 삶을 오롯이 즐기길 희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모 부양이 효의 제1원칙이었던 과거와는 달라진 시대상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니어타운 제1 선호 요건, 의료 인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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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들이 시니어타운 입주 요건으로 가장 까다롭게 보는 것은 무엇일까. 응답자 236명 중 “시니어타운 입주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 61.0%의 응답자가 의료 ‘인프라’(주변 의료 환경 및 내부 의료 서비스)를 선택했으며, 다음으로 46.6%가 ‘운영 주체’(믿을 수 있는 업체인지), 41.5%가 ‘환경 쾌적성’(산책로, 편의시설)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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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들이 시니어타운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경로는 가장 많은 응답자가 ‘네이버·구글 검색’(29.7%)을 선택했으며, 다음으로 ‘지인’(19.1%), ‘TV 프로그램’(15.7%) 순으로 집계됐다. 반면, 시니어타운 입주를 꺼리는 사람들의 이유도 다양했다. 총 600명 응답자 중 가장 많은 응답자가 ‘보증금, 관리비 등이 부담이라서’(42.5%)라고 답했고, 그 뒤를 ‘고민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서’(41.2%), ‘가족과 함께 지내고 싶어서’(10.0%), ‘마음에 드는 시설을 찾지 못해서’(4.5%), ‘배우자나 자녀가 반대해서’(1.3%)로 나타났다.

글 김수정 기자 | 설문조사 오픈서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