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300조 퇴직연금 시장 격전…선택 폭 늘었다

300조에 육박한 퇴직연금 시장을 놓고 금융사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공적연금 개혁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제도 변화로 인한 퇴직연금 시장도 급성장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최근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 중심의 퇴직연금 시장은 2005년에 처음 도입된 이후 제도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Big Story]300조 퇴직연금 시장 격전…선택 폭 늘었다
#1. 오는 7월 12일부터 DC와 IRP 상품에 대해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 옵션)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디폴트 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노사가 사전 합의한 투자 상품으로 적립금을 자동 투자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행 규정상 퇴직연금 계좌에 주식형 펀드나 주식혼합형 펀드 등 위험자산은 최대 편입 비중이 70%로 제한돼 왔지만 앞으로는 예금이나 채권형 펀드처럼 투자 비중을 100%까지 높여 디폴트 옵션 상품만으로도 계좌 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2#. 지난 2005년 도입 이후 외형적인 성장세를 거듭한 퇴직연금 제도는 저금리 장기화와 저조한 수익률로 이어지며 DB제도 도입 사업장의 운용 부담이 가중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4월 14일부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개정 시행됐다. DB를 채택한 300인 이상 기업은 적립금운용계획서(IPS) 작성을 의무화하고, 이를 심의하기 위해 적립금운용위원회를 꾸려 합리적인 DB 적립금 운용 프로세스를 정립해야 한다. 30인 이하 중소기업의 노후 보장을 위한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도 시행됐다. 이 제도는 기금제도 운영 주체인 근로복지공단이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의무적으로 매년 기금 운용 계획 및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퇴직연금 시장 전체 적립금은 지난해 말 기준 약 300조 원 규모로 폭발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금융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관심 또한 크게 높아지고 있다.

올해는 지난 4월 시행된 ‘DB형 적립금운용위원회 설치 의무화’, ‘퇴직금 개인형퇴직연금(IRP) 수령 의무화’, 7월 시행 예정인 ‘퇴직연금 디폴트 옵션제도 도입’ 등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연금 제도 전반에 매우 큰 변화가 예상된다.

따라서 금융권 전반에서도 기존 퇴직연금 전략 방향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원리금보장형 중심의 상품을 취급하던 금융사들은 실적배당형 상품 취급을 확대하고 수익률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전략 방안들을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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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상품 수익률 제고·고객 서비스 강화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퇴직연금 분야에서 외형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가 최근 연금 개편 이슈와 맞물려 수익률 개선을 위한 상품 구성과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은행과 보험사들도 원리금보장형 상품 위주에서 벗어나 실적배당형 상품 구성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원리금보장형 상품에는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채권형 상품을 제공하고 연금 상품에 특화된 타깃데이트펀드(TDF) 상품을 구성하는 등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적극 재편하고 있다.

디폴트 옵션이 시행되면 연금 시장에서 실적배당형 상품 투자 활성화와 함께 TDF 등 생애 주기에 맞추어 장기적으로 운용이 가능한 펀드가 더욱 주목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제도 변화에 맞춰 퇴직연금 사업자들은 경쟁력 있고 성과가 좋은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는 등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상품 구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고객 관리 측면에서는 각 사가 추구하는 다양한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퇴직연금 고객 잡기를 위한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면과 비대면을 총동원해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는 물론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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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