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작가

“누구나 자기 힘으로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의 한 구절이다. 망망대해에 떨어진 것 같은 혼란 속에서도 어떻게든 해답을 찾고자 하는 ‘일하는 사람들’. 박소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응원가다.
[Interview] 자기답게 일하며 성장하는 네 가지 역량은
조직의 후광이 없을 때도 살아남을 수 있는 역량. 회사에 몸담고 있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한 무기다. 최근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를 출간한 박소연 작가는 이 역량을 네 가지로 정리한다. 과제를 만났을 때 멋진 답을 찾아내는 ‘아이디어’, 머릿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실행’, 다른 사람의 능력까지 끌어와서 성과를 만드는 ‘협업’, 길을 잃지 않고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커리어’가 바로 그것이다. 이 네 가지 역량을 제대로 갖춘다면 “어디로 간다 해도 두렵지 않다”는 게 박 작가의 조언이다. 그를 직접 만나 일터에서 자기답게 일하며 성장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에도 ‘일’을 주제로 책을 내셨는데,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셨나요.
“이번 책은 어떤 업종이나 분야에 가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고 성장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썼습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속도가 빨라서, 한 가지 업(業)만으로는 살 수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한 회사에서 30년을 일한다고 해도 똑같은 업무만을 하지 않고 완전히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기도 하고요. 그럴 때 누군가 차분하게 나에게 길을 알려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해주는 사람은 없죠. 그런데 멘토가 없더라도 스스로 답을 찾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회사 밖이든 안이든, 어디로 간다 해도 두렵지 않거든요. 그럼 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아이디어를 내고, 방향을 잡고, 그것을 실제로 실행하고, 다른 사람의 능력을 끌어와 협업까지 할 수 있어야 해요. 이게 가능하면 ‘완성형 어른’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책은 그렇게 되기 위한 아주 친절한 가이드라인입니다.”

조직의 후광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네 가지 역량으로 ‘아이디어’, ‘실행’, ‘협업’, ‘커리어’를 제시하셨는데요. 이 중 가장 중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중견기업 기준으로 연차가 7년 차 이하라면 실행이 중요하고, 그 이상이라면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7년 차까지는 본인이 아이디어를 낼 수는 있겠지만, 80%가량은 리더가 아이디어를 정해주는 연차거든요. 위에서 아이디어가 쏟아지는데, 7년 차 이하 직원도 함께 아이디어만 쏟아내고 있으면 결국 아무도 일을 진행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반면 7년 차 이후라면 리더가 돼서 답을 찾아내야 해요. 실행은 밑에 똘똘한 구성원을 뒀거나 괜찮은 파트너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가능하거든요.”

‘초기 아이디어에 대한 싸늘한 반응’에 움츠러들지 말라는 조언이 눈에 띄었습니다. 성과를 위해서라면 이런 두려움을 극복해야 할 텐데, 노하우가 있을까요.
“많은 분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실체 없이 얘기를 해요. 아이디어 방향성은 나쁘지 않아도, 구체적인 ‘하우(how)’가 없는 경우에는 그 누구도 코멘트를 해줄 수가 없어요. 따라서 아이디어를 처음 얘기할 때, 완벽하지 않더라도 한 페이지 정도의 스케치는 가지고 가야 사람들이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줄 수가 있습니다. 좀 더 실질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우선 작게 시작해보는 것을 권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100대 기업에 대한 6개월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면, 경영진 입장에서 선뜻 해보라고 하기가 어렵잖아요. 그런데 프로토타입으로 시범사업을 해보고, ‘이 사업이 성공할 것이다’라는 증거를 가져와서 설득한다면 훨씬 쉬워집니다. 제로(zero)에서 설득하는 건 정말 어렵거든요. 건의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어떤 그림이 있겠지만 듣는 사람은 잘 모릅니다. 한 페이지의 조감도를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더 큰 프로젝트를 설득하려는 경우라면 조그만 성공의 조각을 보여줘야죠. 우선 작게 시작하세요.”

일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감각을 ‘엑셀’과 ‘브레이크’에 빗댄 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우선 엑셀을 밟는 순간을 안다는 것은 시작을 빨리 한다는 뜻입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열흘의 시간이 주어졌다면, 많은 분들이 ‘A로 할까’ 고민하다가 이틀, ‘B로 할까’ 고민하다가 사흘, ‘C로 할까’ 고민하다가 또 이틀을 보냅니다. 그럼 열흘의 시간을 줬지만 2~3일짜리 결과물이 나와요. 그런데 본인은 열흘 치만큼의 일을 했다고 생각하죠. 전체 타임라인에서 20%가 됐을 때 일단 A에 대한 조감도를 그린 뒤 그대로 시작해야 합니다. 정말 치명적으로 틀렸다는 신호가 나오지 않는 이상, ‘B가 더 좋은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더라도 끝까지 A로 가는 거예요. 사실 A가 자신 없으니까 B로 바꾸는 건데, 막상 B로 가보면 또 별로 자신이 없어지거든요. 결과물이 나오려면 계속 마음을 바꾸면 안 돼요. 엄밀히 말하면 빨간색이 좋을지, 파란색이 좋을지는 누구도 모르는 거잖아요. 끝까지 가봐야 결과물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브레이크를 밟는 감각은 어떻게 알 수 있죠.
“지금 뭔가 잘못됐다는 ‘싸한’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너무 많이 와 버려서, 이젠 바꿀 수 없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 거죠. 사실 그때라도 돌이키면 괜찮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생각해봅시다.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이 모든 정보를 가진 상태에서 다시 이 일을 시작하는 지점으로 돌아간다면, 이 일을 했을지를. 만약 ‘아니, 절대 안 했어’라는 생각이 들면 멈춰야 해요. 이미 10만 원의 매몰비용을 투자한 입장에서는 더 가보고 싶겠죠. 그런데 10만 원을 포기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었던 일이 100만 원쯤 손해를 보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이미 투자한 비용과 노력에 대해서는 잊어야 해요. 만약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노력을 누군가 다 보상해준다고 하면서 ‘그래도 더 투자할래’라고 물었다고 가정한 뒤, ‘아니’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멈춰야 합니다. 손실만 더 늘어나기 때문이죠.

그래서 작게 시작하는 게 중요합니다. 너무 많이 투자하면 틀린 걸 알아도 돌이키기가 아까워져요. 가끔 ‘왜 저런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지’ 하고 의문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내부에서는 그 서비스에 너무 정성을 들이고 자신들의 생각이 맞다는 정보를 많이 모아둔 거예요. 발을 빼도 괜찮을 만큼 작게 시작하면 브레이크를 밟기도 쉬워집니다.”

‘협업’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셨는데요. 경험이 많은 리더들에게도 어려운 영역인 것 같아요. 리더들에게 조언한다면.
“리더가 구성원의 협업을 좀 더 이끌어내려면 본인이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해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부서의 핵심 목표와 구성원이 관심을 갖고 있는 영역의 교집합을 찾아서 업무의 20% 정도는 그 영역을 할 수 있도록 배정해주는 게 중요해요. 저는 요즘 세대가 일을 열심히 안 한다거나, 열정이 없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그게 자기 것이 안 되니까 열심히 안 하는 거죠. 이 업무가 앞으로도 내 커리어의 키를 쥘 수 있는 실력을 만들어준다는 확신이 들면 당연히 열심히 합니다.”

‘리더’, ‘관리자’가 되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은데요. 본인이 리더 체질이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러니한 것은, 본인이 리더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자신이 리더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사실 리더를 맡으면 안 되는 분들입니다. 오히려 이런 분들은 권력 지향적인 성향을 가진 소수에 속하고요. 제가 알고 있는 리더들 중에 ‘리더 했더니 너무 재밌다, 너무 체질이다’라고 생각하는 분은 아무도 없어요. 이미 준비된 리더인 것처럼 보였던 분들도 한 번 승진할 때마다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석 달 정도 잠을 못 잔다고 해요. 리더가 자신의 체질이 아니라고 느끼는 게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그러니까 ‘리더 되는 게 부담스러우니까 나는 리더 체질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겁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어요.”

책에서는 리더가 되는 대신 ‘전문가 트랙’으로 가는 길이 대안으로 나오는데, 이런 방향을 존중해주는 조직이 많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특별한 재능이나 전문성이 있어서 전문가 트랙으로 가는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우리의 고민은 특별한 재능이나 특출한 분야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리더로 가는 것보다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그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건데요. 아직 우리 회사 내에서만 그 업무를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정도라면, 같은 업계 종사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게 좋습니다. 한 회사에서 그 업무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대체되기가 쉽거든요. 꼭 상위 1%의 전문성을 갖지 않더라도, 업계 상위 20%에 드는 사람으로 알려지면 확장성이 생깁니다. 그 회사에 있든 밖에 있든, 그 ‘업’을 가진 채로 꾸준히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거죠. 위쪽(리더)으로는 확장하지 않기로 했으니까, 옆쪽(업계)으로 확장해보세요.”

지난해에는 소설집도 내셨어요.
“제가 ‘일을 어떻게 잘할 것인가’에 대한 책을 3권 연속으로 내고 나니, 약간의 피로도가 있었어요. 다음에 뭘 써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사이드잡 같은 느낌으로 재밌게 썼어요. 기존 책들은 ‘공부하듯이 읽었다’거나 ‘업무에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면, 소설은 ‘너무 많이 울었어요’, ‘작가님 사랑해요’ 이런 리뷰가 많이 나와서 행복했습니다.”

소설집 또한 ‘일하는 사람’, ‘직장’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더라고요. 이 주제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세상을 더 낫게 만드는 건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일하는 사람은 ‘누군가의 한순간’을 확실히 구해준다고 봐요. 저도 다른 수많은 일하는 사람들에게 신세를 지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일하는 사람들이 좋고, 그들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또 한 가지는 제가 회사에 있을 때 실무진에서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경영진 레벨에서는 전혀 아닌 경우를 너무 많이 봤어요. 연말에 인사평가를 할 때 나오는 이야기들이 정말 적나라하거든요. 그런데 본인이 퇴사할 때까지도 왜 퇴사하는지 모르고 나가는 분들이 꽤 있어요. 제가 조직 문화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일에 대한 바른 자세에 대해서는 좀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누군가를 구할 수 있는 작고 확실한 문제라고 생각한 거죠.”

앞으로의 집필 계획도 궁금한데요.
“소설을 쓸 생각도 있긴 해요. 그런데 제가 문학적으로 뛰어난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해서 진지한 것보다는 따뜻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또 제가 ‘일’에 대한 개론서는 충분히 쓴 것 같거든요. 앞으로는 개론서보다는 하나의 주제에 좀 깊게 들어가는 책들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제가 굉장히 쓰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김영민 교수님의 <공부란 무엇인가> 같은 글이거든요. 저는 그분의 유머코드가 너무 재밌어요. 그런 칼럼집을 내고 싶은데, 실력이 될지 모르겠어요.(웃음)”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