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토스테론은 30대 전후부터 해마다 남성 몸 안에서 0.4~1.3%씩 줄어든다. 70대 이상 노인은 30대 이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가장 왕성한 오전 9~11시 사이에 피를 뽑아 호르몬 수치를 검사해 3.5ng/㎖ 미만이면 남성갱년기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여성은 누구나 예외 없이 폐경을 겪고 갱년기 증상을 느끼는 것과 달리, 남성은 50~70대의 30~50% 정도가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앓는 것으로 의료계는 추산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은
남성 갱년기의 대표적인 증상은 성욕 감퇴와 발기부전이 동시에 나타나는 성기능 장애다. 이와 함께 근력이 떨어지고, 우울감, 피로, 안면홍조, 골다공증 등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성격이나 행동이 여성스러워지는 경향도 흔히 보인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등이 대표적인 행동이다.
남성 갱년기는 일반적인 성기능 장애, 우울증, 만성피로 등 다른 질병과 대부분의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렵다. 또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도 사람에 따라 성기능 등에 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남성 갱년기는 다른 질병의 증상과 약간 차이가 있으므로 잘 살펴봐야 한다. 우선 일반적인 발기부전은 비아그라 등 치료제를 복용하면 개선된다. 그러나 남성갱년기증후군은 발기부전 치료제의 효과가 크지 않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음경 안에서 발기를 방해하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다. 그러나 남성갱년기증후군에 의한 성기능 장애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부족으로 성적인 관심과 흥분 자체가 사라져서 나타나기 때문에 비아그라 등의 효과를 보기 어려운 것이다. 따라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먹어도 잘 듣지 않는다면 남성갱년기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남성갱년기증후군에서 나타나는 무기력함과 우울감 역시 일반적인 만성피로(피로감)나 우울증(우울감)과 헷갈리기 쉽다. 그러나 정신과적 우울증은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며 하루 종일 우울함을 느낀다. 반면, 남성 갱년기로 인한 우울감은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과거에는 웃고 넘어가던 일에 '갑자기 예민하게' 반응한다. 또 남성갱년기증후군의 피로감은 체내 호르몬 변화가 원인이므로 과도한 업무나 스트레스 등 외부 요인이 없어도 나타난다. 위의 10문항 중 1번이나 7번의 질문에서 ‘그렇다’에 해당하는 경우, 혹은 1번과 7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이상의 질문에서 ‘그렇다’에 해당한다면 남성 갱년기를 의심할 수 있다.
◆남성 갱년기 치료는 어떻게?
혈액검사에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3.5ng/㎖ 미만일 때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주사약, 바르는 약, 먹는 약 등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한다. 주사약이 가장 효과가 좋고, 바르는 약, 먹는 약 순으로 효과가 좋다. 주사약은 네비도, 예나스테론 등이 있다. '예나스테론'은 2~3주에 한 번 병원에서 근육주사를 맞아야 한다. 주사를 맞으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이 바로 치솟았다가 다음번 주사를 맞기 전에는 최하로 떨어지기 때문에 증상의 기복이 심한 편이다.
'네비도'는 3개월에 한 번씩 맞으면 되고, 3개월 내내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치료비는 예나스테론의 2배 정도다. 바르는 약은 '테스토겔' 등이 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아침에 높았다가 밤에 떨어지는데, 이 약은 수치가 낮아진 매일 밤 한 번씩 가슴, 배, 어깨 등에 바른다. 부작용으로 피부염이 생길 수 있다. 먹는 약은 매일 식후 2~3회 복용한다. 먹는 약은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기름진 음식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
남성 갱년기 치료제를 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전립선암 환자, 전립선특이항원(PSA) 수치가 4ng/㎖를 초과하는 사람, 소변을 원활히 보기 어려울 정도의 전립선비대증 환자 등은 테스토스테론 보충요법을 받으면 안 된다. 테스토스테론이 전립선비대증을 악화시키고 전립선암의 크기를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을 앓은 사람도 완치 후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암이 재발할 경우에 대비해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부부관계, 남성 갱년기 해소에 도움
치료제 없이도 생활습관 개선으로 남성 갱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우선 적극적인 부부관계를 갖자.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일반적으로 부부관계를 할 때 원활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부부관계를 꾸준히 한다고 해서 노화에 따라 줄어드는 체내 호르몬 수치가 다시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드는 속도가 더디고 감소량도 상대적으로 적다. 아직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는 없으나, 지속적인 성행위를 한 쥐는 남성호르몬 분비량 자체가 증가한다는 외국의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남성 갱년기 상태에서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부관계를 억지로 시도하면 심리적 우울감 등의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는 아내의 협조를 받으면서 가벼운 스킨십부터 차근차근 시도하는 것이 좋다. 테스토스테론은 하루 중 오전에 왕성하게 분비되기 때문에 밤보다 이른 아침에 부부관계를 시도하는 것도 요령이다.
◆굴, 마늘 남성호르몬 분비에 돕는 식품
남성호르몬 분비에 도움이 되는 영양소도 챙기자.
▶아연= 남성호르몬 분비와 정자 생성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영양소다. 남성호르몬을 여성호르몬으로 바꾸는 아로마타아제의 작용을 억제한다. 굴, 게, 새우 등의 해산물과 콩, 깨, 호박씨 등에 아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굴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등 갱년기 남성의 활력 증진에 도움되는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 있다.
▶셀레늄·마그네슘= 셀레늄은 남성호르몬 생성에 관여하고 노화를 막아 준다. 고등어와 같은 등푸른 생선, 마늘, 양파, 깨, 버섯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마그네슘은 등푸른 생선, 견과류, 콩 등에 많이 들어 있는데, 혈당을 조절하고 전신의 혈류를 원활하게 해서 테스토스테론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항산화물질= 마늘의 매운 맛을 내는 알리신은 노화를 방지하며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토마토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은 남성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항산화물질인 라이코펜은 전립선 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양배추와 브로콜리는 항산화물질인 파이토케미칼을 많이 함유해 남성의 체내 테스토스테론 비율을 높이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약화시킨다.
▶비타민E·불포화지방산= 땅콩, 잣, 호두 등 견과류에는 비타민E와 리놀렌산 등 불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어 남성호르몬 생성과 근력 유지를 돕는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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