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스마트폰과 같은 시스템으로 만든다면 어떨까. 스마트폰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이 개별적인 디바이스의 기능을 대체하는 것처럼 하나의 체계화된 인프라 내에서 소프트웨어 기능을 구현하는 도시 시스템 설계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지난 2012년에 설립한 지 10년 만에 아토리서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미래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국내 유망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주목받고 있는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이사를 한경 머니가 만났다.
[Interview] “세계 도시에 스마트폰 같은 인프라 제공할 것”
“애플이 스마트폰을 제공했다면 아토리서치는 세계 모든 도시에 스마트폰과 같은 인프라를 제공하겠다.”

아토리서치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인텔’에서도 근무했던 정재웅 대표가 지난 2012년 처음 설립한 회사다. 그는 스마트시티 플랫폼 구현을 위한 서비스 기반 네트워크 인프라가 도시에 구축되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도시에 스마트폰 방식의 인프라 환경을 구축한다는 것이 목표다.

우선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의 핵심 기술은 AITS(AI+ITS)로 폐쇄회로TV(CCTV) 영상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 긴급차량 우선 선호 시스템 등 교통 정보 분석과 흐름을 개선해주고, 딥러닝을 통해 실시간 교통 상황을 분석하며, 신호 관제와 유고 탐지가 가능하다.

이뿐 아니다. 무엇보다 전면 무료 데이터 세상이 열린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데이터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공공 와이파이(Wi-Fi)가 확대되면 통신비가 절감될 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가 사물인터넷(IoT)과 CCTV 등 다양한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추가 예산 없이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은 미아 및 치매 환자 찾기도 가능하다.

정 대표는 “기본 네트워크 환경을 도시에 구축해 놓고 새로운 앱을 깔아 기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기능과 유사한 시스템을 도시에 구축한다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아토리서치는 자사의 AITS(AI+ITS) 기술과 킬러 앱 기반 글로벌 해외 진출 능력을 인정받아 유니콘 기업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의 ‘2022년 글로벌 ICT 미래 유니콘 육성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아토리서치는 올해 매출액 규모도 5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며, 내후년 상반기 주식 시장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Interview] “세계 도시에 스마트폰 같은 인프라 제공할 것”
다음은 정재웅 아토리서치 대표와의 일문일답.

‘아토리서치’라는 사명이 상당히 독특하다. 무슨 의미인가.
“실리콘밸리에 있을때 가장 부러웠던 기업은 구글이었는데, 아토리서치는 구글이라는 이름에서 힌트를 얻었다. 구글은 숫자가 정말 크다는 의미인데 아토는 반대로 나노와 마이크로보다 더 작은 숫자를 의미한다. 빠르게 처리한다는 취지에서 ‘아토’라는 이름을 차용했다. 리서치는 2012년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회사 이름으로 유행했던 용어다. 아토리서치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정말 빠른 걸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글로벌 기업 인텔에서 근무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벤처기업을 설립했는데, 창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
“글로벌 기업 ‘인텔’에서 중앙처리장치(CPU) 컴퓨터 칩 디자이너로 일을 했다. 당시엔 많은 직원들이 근무를 마치고 주말에 모여 사업을 모의했는데 이를 ‘문라이트 벤처’라고 불렀다. 미국에서 프로젝트성 사업으로 시작해 만들었던 제품이 한국에 팔리면서 인텔을 그만두고 한국으로 건너와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프로젝트 사업으로 시작한 것이 벤처기업 설립으로 이어진 셈이다.”

10년 만에 300억 원 매출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시켰는데 초기 자금은 얼마였나.
“초기 자금은 4억 원 정도에서 시작했다. 엔젤투자자로부터 사업 자금 일부를 지원받았고 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을 키웠는데 개인적인 견해로는 10년이면 매우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데이터센터나 스마트시티 사업이 비교적 진입장벽은 높지만 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그럼에도 꾸준한 성장으로 고객 규모도 크게 확장됐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프라 기술을 도시 단위로 판매하면서 매출이 한 단계 올라서는 계기가 마련됐다. 올해와 내년에 도시 단위로 확산하면서 몇 배 단위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아토리서치는 어떤 기술을 갖추고 있나.
“아토리서치는 소프트웨어 정의 인프라스트럭처(software defined infrastructure) 전문 기업으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데이터의 흐름으로 도시 인프라 전반을 관리하는 스마트시티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SDx(Software Defined anything: 소프트웨어 정의 기술) 기술을 갖추고 있다. 이른바 스마트폰에 앱을 깔듯이 도시에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하면 CCTV,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IoT 센서 등을 별도로 설치할 필요 없이 다양한 기능의 앱이 쉽게 깔리는 시스템 기술이다.”

이 같은 기술을 스마트시티에 구현할 수 있는 서비스에는 무엇이 있나.
“선정된 도시를 대상으로 스마트시티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인 시스템으로 신속하고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의 설치, 비용 효율적인 유지관리가 가능하다. 또 초고속 무선 스트리밍 서비스, 10기가(G)급 무선 공공 와이파이망 구현,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고품질의 공공 네트워크 서비스, 네트워크 인프라 및 다양한 서비스 탑재 등을 구현할 수 있다.
현재는 이러한 기술을 활용한 부천시 지능형 교통 시스템(Intelligent Transport System, ITS) 사업, 공공 와이파이 및 소형 데이터센터 구축 등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해 진행하고 있고, 이전에는 파주시의 ‘지능형 초연결망 선도확산 사업’, 대전상수도사업본부의 ‘지능형 초연결망 선도확산 사업’ 등을 완료했다.”

이러한 도시 설계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유는.
“도시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려면 최소 1~2년간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다. 도시는 빠르게 노후화되는데 새로운 시스템을 빠르게 교체하기 어렵다 보니 그동안 도시 설계 자체가 만만치 않았다. 아토리서치는 기존 피처폰 방식의 도시 설계가 아닌 스마트폰과 같은 도시화 구축을 위한 시스템 설계를 위해 스마트 교통의 핵심인 AITS 기술과 앱을 도시에 적용함으로써 도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한 기대효과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I 스마트시티형 데이터센터는 인프라 구축과 운영, 관리비용의 절감, 다양한 스마트시티 서비스의 신속한 적용, 다양한 데이터 수집 및 보관은 물론 분석이 용이하고, 보완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AITS는 차량 교통량과 차량 속도, 대기 차량 수 등 실시간 교통 상황을 분석하고 추돌사고, 차량 고장·역주행, 중앙선 침범, 무단횡단, 적재물 낙하 등 유고 상황에 대해 실시간 탐지가 가능하다. 또한 무료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디지털 빈부격차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AI CCTV를 통한 실종사고 추적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Interview] “세계 도시에 스마트폰 같은 인프라 제공할 것”
미국에서 프로젝트 사업으로 시작해 유니콘 기업으로 확장시켰다. 미국과 국내의 벤처 시장은 어떻게 다른가.
“실리콘밸리는 벤처 설립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아토리서치에서 개발한 기술도 인텔에 다니면서 문라이트 벤처라는 모임이 토대가 됐다. 회사를 나와 사업을 시작해서 실패를 했다고 해도 다시 회사에 들어갈 수 있고 승진도 시켜준다. 벤처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매니지먼트와 회계 등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회사에서도 높게 평가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이 사업에서 실패해도 기회를 주고 오히려 높은 평가를 준다는 점은 벤처정신을 키워주는 원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 증시 상장을 고려하고 있나.
“내후년 상반기에 코스닥 시장 일반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나 메가존, 베스핀 등 클라우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같은 업종군 비교 우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나 밸류에이션이 정해지지 않을까 생각된다. 지난해 약 240억 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2배 이상 규모인 500억 원 규모의 매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 계획은.
“부천시에 진행하는 스마트시티가 골든 모델인데 네트워크 인프라 설립을 세계 도시들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통신사업자 자격증을 취득했고 몽골 울란바토르에서도 사업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SPC 관련된 사업도 추진하고 있는데 데이터센터와 관련된 사업이 몇 개월 후에 마무리된다. 앞으로 10년은 도시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 목표인데 도시마다 하나씩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정재웅 대표는…
2012년~현재 아토리서치 대표이사
2010~2012년 인텔 선임 연구 과학자
2008~2010년 AMD 선임디자이너
2000~2004년 티맥스 소프트 최고설계자
1999~2000년 삼성연구소 선임연구원


글 이미경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