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인컴퍼니는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UNLIMEAT)’를 개발해 국내 대체육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재료는 현미와 귀리 등의 곡물, 특히 농가에서 팔 수 없는 ‘못생긴 농산물’로 대체육을 만든다. 도미노피자와 퀴즈노스 등 대형 외식 브랜드와의 협업뿐 아니라 얼마 전에는 편의점 CU와 함께 비건용 삼각김밥을 출시한 지구인컴퍼니의 민금채 대표를 만났다.
[Special]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불고기·비빔밥 등 K-푸드의 비건화 선도"
- 지구인컴퍼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지구인컴퍼니를 설립하기 전, 배달의민족에서 밀키트(meal kit) 사업부를 담당했었다. 그때 재고 농산물 처리에 대한 고민을 처음 시작했다. 농가에서 판매할 수 없는 못생긴 감자나 고구마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해서 밀키트로 꾸미거나 레시피 콘텐츠를 만드는 식이었다. 아쉽게도 사업부가 정리되면서 퇴사했고,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푸드테크 스타트업인 ‘지구인컴퍼니’를 차렸다.”

- 처음부터 대체육을 만든 건 아니었다고.
“배달의민족에서의 경험을 밑천 삼아 ‘못생긴 농산물’을 처리하는 일로 시작했다. 원물로 팔고 남은 걸 농부들에게 사서 잼이나 퓨레, 스무디 등으로 재가공해 판매했다. 하지만 잘 안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지나치게 ‘가치’에 매몰돼 있었다. 예를 들어 감자와 양파, 고구마로 분말 수프를 만든 적이 있었는데, 반드시 생분해성 용기를 고집했다. ‘우리 제품은 못생긴 농산물로 만든 데다 용기까지 생분해성을 사용했으니 소비자가 그 가치를 알아봐 줄 것’이라고 착각한 거다. 생분해성 종이를 썼으니 가격이 비쌌고 솔직히 맛도 없었다. 음식의 본질은 맛있어야 하고, 가격은 합리적일수록 좋은데 당시에는 그 당연한 것을 몰랐다. 뼈아픈 실패였다.”

- 그러다 식물성 고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 중 알게 된 ‘임파서블 버거’가 계기가 됐다. 의심의 여지없이 고기인 줄 알았던 패티가 대체육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진짜 고기와 맛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거든. ‘곡물 재고로 혁신적인 음식을 만들어보자’는 마음으로 대체육 시장에 뛰어들었다.”

- 식물성 고기 브랜드 ‘언리미트’를 개발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임파서블 버거를 맛보고, ‘나도 이런 걸 만들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개발 과정에서 고민이 생겼다. 미국의 대체육 브랜드는 패티와 소시지가 대부분이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사람들은 일주일에 평균 3.5회 햄버거를 먹는다. 정크 푸드인 햄버거를 보다 건강하게 먹기 위해 대체육 패티 시장이 발전한 거다. 그런데 우리는 주식이 밥이지 않나.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를 수 있는 제품을 고심하다가 구워서 먹고 볶아서도 먹을 수 있는 슬라이스 대체육을 고안하게 됐다. 지금은 슬라이스 외에도 민스와 풀드 바비큐 등 다양한 고기 형태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

- 국내에서 대체육이라 하면 콩고기가 대표적이었다. 언리미트 식물성 고기와의 차별점은.
“콩고기는 90% 이상의 대두단백으로 구성해 푸석한 식감은 물론 특유의 콩취가 난다. 그만큼 실제 고기와의 차이가 확연하다. 따라서 채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언리미트는 고기를 즐기는 경험을 거의 그대로 선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비주얼적으로도 고기와 흡사하지만 구울 때 쇠고기 향이 난다거나 쫄깃한 식감과 육즙이 흐르는 등 고기를 맛볼 때 느끼는 다양한 만족감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실제 고기의 90% 정도까지 ‘재현’했다고 자부한다.”

- 한 유튜브를 보니, 대체육을 쌈에 싸먹으면 고기와 맛의 차이가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하더라. 대체육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나만의 팁이 있다면.
“주로 일반적인 요리에 고기만 대체육으로 바꿔서 넣는 편이다. 샌드위치나 비빔밥, 김밥이나 스파게티에 고기 대신 대체육을 넣으면 아주 맛있다. 대체육을 고기 대신에 넣을 수 있는 식재료로 생각하면 접근이 훨씬 쉬워진다.”

- 식물성 대체육이 진짜 고기보다 좋은 점은 무엇인가.
“우선 건강이다. 식물성 고기는 칼로리가 낮고 콜레스테롤이 제로다. 또한 환경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식물성 고기 즉, 대체육은 제조 시 기존 축산업에 비해 물 사용량이나 전기 사용량, 또한 가축이 배출하는 배설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양이 20배 이상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언리미트를 한 번 먹을 때마다 30년 된 소나무 2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

- 대체육이 반드시 비건을 위한 제품은 아니라고.
“두유를 보고 가짜 우유라 말하지 않듯, 식물성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영역의 고기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그래서 ‘오늘 어떤 고기 먹을까’ 고민할 때 대체육도 하나의 카테고리가 됐으면 한다. 실제 우리 제품의 구매 비중을 보면 비건과 관계없는 구매자가 절반 이상이다. ‘저칼로리에 단백질 함량까지 높으니 한번 먹어보자’는 미식의 개념으로 구매하는 것이다.”

- 국내 대체육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보나.
“코로나19와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해 비건에 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체육은 비건 식품 카테고리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시장이다. 외식 업계에서도 이를 활용한 제품들이 점차 늘고 있고 대체육을 사용하는 레스토랑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요즘엔 편의점에만 가도 비건용 떡볶이와 라면을 접할 수 있을 정도다. 한국은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앞으로 비건 및 대체육에 대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요즘 해외 출장을 다니다 보면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정말 뜨겁다. 우리가 만든 식물성 고기로 K-푸드의 비건화를 제시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래서 아시아 식물성 고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곡물의 재고를 해소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서 지구 환경보호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하고 싶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브랜드가 되는 것이 꿈이다.”
[Special] 민금채 지구인컴퍼니 대표 "불고기·비빔밥 등 K-푸드의 비건화 선도"
글 이승률 기자 | 사진 지구인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