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트리니티 대표 변호사

전 세계적으로 자산가들 사이에서 패밀리오피스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대형 금융사는 물론 로펌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서비스를 구축하고 나섰다. 패밀리오피스 운영과 관련, 로펌의 강점은 무엇이고,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 보안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Big Story]“패밀리 오피스, 전문성 중요...재신탁 허용돼야"
국내에서도 로펌들이 상속, 가업승계 관련 법률 서비스와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합해 제공하는 ‘패밀리오피스’ 형태의 조직을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로펌에 상속·후견 관련 법률 자문은 물론 금융자산 관리까지 맡기려는 고액자산가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여기에 자산 가치 상승과 고령화 가속, 상속 문화 변화 등 사회·경제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껏 대개 한국판 패밀리오피스는 주로 투자·세무·법률 컨설팅에만 초점을 맞추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 유럽의 소위 ‘정통 패밀리오피스’와는 달리 개념과 목적, 그리고 발전 방향에서 큰 차이를 보여 왔다. 그 배경에는 여러 관련 규제가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에 귀속돼 있는 신탁업 규제를 완화해 한국판 패밀리오피스를 키우려는 시도를 했으나 아직까지 눈에 띄는 변화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상훈 트리니티 대표변호사는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인가 기준으로 인해 현재 로펌이 신탁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있다”며 “로펌에 대한 신탁업 인가와 재신탁이 허용돼야 K-패밀리오피스가 더욱 활성화되고, 업계 간 윈윈(win-win)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로펌들이 패밀리오피스 격전에 나선 배경과 특장점, 한계점에 대해 두루두루 이야길 나눠봤다.

트리니티의 패밀리오피스는 어떻게 구성됐나.
“패밀리오피스란 일반적으로 자산가 또는 기업 오너와 그 가족의 자산관리 및 승계 업무를 전담해서 처리하는 전문가 조직을 의미한다. 트리니티의 업무 부문은 크게 △기업의 리걸 이슈를 담당하는 기업 부문과 △기업 오너 또는 자산가의 리걸 이슈를 담당하는 개인자산부문(Private Wealth Law)으로 나뉘어 있다. 개인자산부문의 주요 업무는 상속, 신탁, 가사, 조세, 보험이다. 바로 패밀리오피스의 업무와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 또한 패밀리오피스 업무 중에 가장 중요한 조세 컨설팅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개인자산부문 내 택스센터(tax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국세청 공무원 출신, 대형 회계법인 및 로펌에서 조세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변호사와 회계사, 세무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패밀리오피스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기업 오너 또는 자산가들처럼 자산과 기업을 관리하고 승계를 준비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주 고객층이다.”

자산가들은 본인의 자산관리에 더 철저하고 꼼꼼하다고 들었는데, FO(family officer)들에게 맡기는 이유는.
“자산이 많고 자산 구성이 복잡할수록 자산관리 및 승계에 관한 전문가 집단의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해당 자산가나 그 가족들은 자산을 축적하는 데에는 전문가일 수 있지만, 그것을 관리하고 승계하는 업무의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자산가들의 주된 고민이나 관심사는 무엇인가.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단순히 재산을 누구에게 물려주어야 하는지가 주된 관심사였다면, 요즘은 단순히 물려주는 측면에서 더 나아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후 설계를 하길 원한다. 평생 열심히 모은 재산이 자식 세대에 이르러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하고 소실될 위험을 막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글로벌 자산 분배에도 관심이 많다.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나 위험요소가 있는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든 자산을 국내에만 두는 것은 유사 시 리스크 관리가 안 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글로벌 자산 배분에 관심이 늘어나는 것이다. 트리니티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자산 배분 업무도 지원해주고 있다.”

패밀리오피스에 금융·보험·로펌 업계가 새로운 생존 먹을거리로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로펌만의 강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그에 따라 개인들이 소유한 재산의 규모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그리고 1세대 창업자들이나 자산가들이 노령기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그 자산을 관리하고 승계하는 업무의 중요성이 커졌다. 로펌은 라이선스를 가진 변호사들로 구성된다. 금융업이나 보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비해 고객들의 신뢰가 매우 높은 직역이다. 이러한 신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법적 리스크까지 관리하면서 고객의 자산과 가족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다는 것이 로펌의 강점이다.”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객의 신뢰와 전문성이다. 그리고 고객과 그 가족의 종합적인 니즈를 해결해주고자 하는 전문가의 의지와 프로정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패밀리오피스가 어떻게 운용되고 우리나라와 가장 큰 차이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금융기관이 고객의 자산관리를 주로 담당해 왔다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로펌이 패밀리오피스의 핵심 주체다. 로펌이 가문의 재산을 신탁받아서 그 신탁재산의 관리 및 승계 업무를 주도적으로 처리한다. 그 과정에서 로펌이 자산관리의 전문가인 금융기관에 재신탁(재위임)을 맡기는 것도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높은 인가 기준으로 인해 현재 로펌이 신탁업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돼 있다. 또한 자본시장법에서 재신탁 역시 금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법적 규제들은 조만간 해결될 것으로 예상되고, 또 반드시 그렇게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Big Story]“패밀리 오피스, 전문성 중요...재신탁 허용돼야"
상속·증여와 관련해서 패밀리오피스가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미국이나 영국과 달리 유류분 제도가 존재하기 때문에 원하는 후계자에게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승계시키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류분 제도를 최대한 방어하면서 창업자가 원하는 후계자에게 가업을 승계시키기 위해 유언대용신탁과 보험 제도를 활용해 모 기업 오너의 의지대로 가업승계 자문 업무를 수행한 바 있다.”

아직 초기 단계인 K-패밀리오피스의 현시점에서 자칫 허무한 업계별 치킨싸움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사회적 의식, 제도 변화 등이 필요할까.
“현재는 금융기관과 로펌이 자산가 고객에 대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는 모양새다. 그러나 로펌에 대한 신탁업 인가와 재신탁이 허용된다면 금융기관과 로펌이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도의 전문성과 신용을 가진 로펌이 자산을 신탁받아서 자산관리와 승계에 관한 전체적인 플랜을 짜고, 해당 자산별로 관리에 전문성을 가진 금융기관에 재신탁을 함으로써 고객, 로펌, 금융기관이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본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김상훈 트리니티 대표변호사 제공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