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실물자산으로 바뀌는 투자지형도
최근 주식과 채권 등 전통 자산 시장에서 실물자산을 중심으로 투자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인플레와 금리 인상으로 현금 가치가 하락하면서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물가 상승이 가팔라지고 미국발 자이언트 스텝에 따른 금리 인상 공포가 전통적 자산 시장의 폭락을 주도하는 가운데 실제 생활에서 활용도가 높은 실물자산들의 몸값은 치솟고 있다.

이처럼 실물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된 배경에는 가팔라진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불안 이슈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체자산 전반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Special] 실물자산으로 바뀌는 투자지형도
대체자산 가격 급등…구조적 변화 주도하나
코로나19 팬데믹 발생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지역 블록화는 각국의 자원 민족주의 심화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대란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팜유 수출을 금지했고, 인도는 밀수출을 제한했다.

러·우 전쟁 발발로 작황이 불안해진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서부 지역은 3년간 라니냐가 지속되면서 남반부는 덥고 북반구는 추운 이상기온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전 세계적인 이상기후로 농산물 작황의 변동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수급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원자재 가격 급등 요인으로 지목된다.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해 원자재 시장이 공급 부족 이슈에 노출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 투자처로 에너지와 곡물 시장을 지목한다. 원자재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비중이 높은 곡물과 에너지 부문의 공급 부족이 나타난 영향 때문이다. 원자재 섹터 내 농산물과 에너지 부문의 가격 상승세도 뚜렷해지고 있다. 석탄과 원유,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와 곡물 내 소맥의 가격 급등세도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원자재 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소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러시아산 에너지 독립을 진행하고 있어 에너지 수급 불안은 장기화될 것”이라며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원자재 공급 불안과 에너지 안보 강화로 다소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의 농산물 공급 감소 규모는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커질 수 있다”며 “식량 안보 강화가 식량위기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Special] 실물자산으로 바뀌는 투자지형도
연기금·개인, 실물자산 투자 관심 UP
에너지 공급망 불안과 식량위기 확산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외 연기금들은 실물자산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해외 주요 연기금들은 지난해부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연초 이후 선진국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서 연기금의 주식 자산 비중 축소가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해외 연기금 가운데 미국의 캘퍼스(CalPERS)는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7월부터 새로운 자산배분안에 맞추기 위해 공모주식의 목표 비중을 50%에서 42%로 줄이고 프라이빗에쿼티(PE) 비중을 8%에서 13%로 늘리는 결정을 했다. 캘퍼스는 2019년 하반기부터 적극적으로 공모주식 비중을 줄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부동산과 인프라 등 실물자산 비중을 11%에서 13%로 늘렸다. 네덜란드의 ABP도 1분기에 주식 비중이 1.2%가 줄었다. 이 가운데 선진국 주식은 1.4% 줄었고, 신흥국 주식은 0.1% 증가했다.

선진국 주식 비중 축소는 선진국 주식 시장의 약세 영향을 받았다. ABP는 2019년 신흥국 주식 비중을 크게 조정한 이후 7%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1분기에는 부동산과 PE 비중이 각각 0.6%, 0.5% 늘어나면서 대체자산 비중은 2% 늘어났다.

국내 대표적 연기금인 국민연금도 오는 2027년까지 대체투자 비중을 15%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말 13.4%에서 2027년 말 1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5년 단위의 기금 운용 전략에서 향후 5년간 목표 수익률을 5.4%로 의결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Special] 실물자산으로 바뀌는 투자지형도
대체자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일반투자자들도 가격 메리트가 큰 대체자산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은 해외 선물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보다 상품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해외 파생상품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 실장은 “국내 선물 투자는 투자자 진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해외 선물 투자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는 흐름”이라고 했다. 이외에 대체투자 플랫폼을 활용한 지분 투자도 적극 활용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에 지분 투자를 하거나 저작권 조각 투자 등 대체 자산에 대한 투자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가 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하반기 원자재 선호도는 산업금속이 가장 높고 곡물, 에너지, 귀금속 순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원자재 시장 수요 둔화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김희원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원자재 시장 전반에서는 수요 확장세 둔화로 가격이 하향될 것”이라며 “하향 속도는 원자재별 이슈로 차별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