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욱 미래에셋생명 GA영업부문 대표

“이제 독립법인보험대리점(GA)은 업계의 대세가 되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미래에셋생명이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통해 제판분리를 추진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한성욱 미래에셋생명 GA영업부문 대표를 직접 만나 지난 1년간의 채널 혁신 발자취를 들여다봤다.
[Interview]“미래에셋생명 제판분리 1년, 소비자 중심으로 상품 혁신”
“트리플 윈윈(win-win).”

한성욱 미래에셋생명 GA영업부문 대표는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제조와 판매의 분리) 첫 1년을 이렇게 평가했다. 자회사형 GA 출범은 금융소비자와 설계사, 보험사가 모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혁신’의 기회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보험 상품 개발과 판매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는 이미 금융 선진국에서는 자리 잡힌 개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선택할 수 있고, 보험사는 상품 개발과 자산 운용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판매 회사 입장에서도 단순한 보험 판매를 넘어 종합자산관리 전문 회사로 도약하는 기회가 된다.

한 대표는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이 업계 최초로 제판분리를 추진했는데, 사실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시대를 앞서가기 위해 처음 시도했던 것인데, 이제는 제판분리가 거의 업계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3월 추진한 제판분리는 보험 시장의 장기적 지각변동을 예고할 만한 중요한 변곡점이 됐다. 미래에셋생명의 제판분리 선언 이후 지난해 4월 한화생명, 올해 푸르덴셜생명 등이 줄줄이 자회사형 GA를 출범하며 제판분리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소비자들이 더욱 다양한 상품 선택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몇 년 내에는 대부분의 보험사가 GA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험 업계에서 GA 설계사들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업계 판매 채널 비중은 GA 29.5%, 전속설계사 26.5%, 방카슈랑스 17.2%, 다이렉트 15.0% 순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생명의 GA 채널 규모는 지사 4000개, 설계사 10만 명으로, 지난 4월 말 마감 기준 월납 초회보험료는 19억 원(보장성 13억 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 추진 이후 첫 1년간 가장 역점을 둔 과제는 △상품 혁신 △고객 서비스 강화 △고객의 평안한 노후 대비 등 크게 세 가지다. 특히 한 대표는 상품 혁신과 제판분리가 큰 틀에서 맥을 같이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는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만들지 않으면 이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한 것도 소비자들이 보다 다양한 상품에 가입할 수 있는 설계를 위해서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한 대표와의 일문일답.
[Interview]“미래에셋생명 제판분리 1년, 소비자 중심으로 상품 혁신”
제판분리를 진행한 지 벌써 1년 3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선 상품 혁신에 중점을 뒀습니다.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판매 중심, 공급자 중심의 상품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소비자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전체 보험 산업은 판매자 위주의 상품을 팔았던 게 사실입니다. 특히 전속채널로 운영하던 시절에는 보험설계사(FC)가 자사 보험 상품만을 팔 수밖에 없었거든요. 반면 GA는 소비자가 다양한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최적의 상품에 가입할 수 있죠. 미래에셋생명이 제판분리를 추진한 이유도 이제는 당사 상품만 취급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고객 서비스 강화 전략에도 역점을 뒀습니다. 기존처럼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아닌, ‘판매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고객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헬스케어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고객의 평안한 노후 대비’도 중점 과제 중 하나였다고 들었습니다.
“저희가 가장 자신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은 다음 세대가 자신을 부양하리라는 기대는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시대입니다. 그만큼 금융소비자들이 스스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죠. 연금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저희는 좀 더 믿을 만한 노후 준비를 위해 자산 운용 부분을 더욱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안정적인 투자 수익률을 제공하고, 고객의 평안한 노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준비해 왔습니다.”

채널 혁신 이후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성과는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의 변화입니다. 현재 업계 내 다른 대형사는 경영인정기보험을 중심으로 외형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중형사는 단기납 저해지 종신보험의 비중이 높죠. 저희 역시 제판분리 초기에는 경영인정기보험 판매 비중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헬스케어 3종, 저해지 종신과 같이 고객 니즈에 맞는 보장성 상품을 개발하는 등 경쟁력 있는 상품 공급에 주력하기 시작했죠. 현재는 변액·종신·정기·순수보장성 보험 등 특정 상품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Interview]“미래에셋생명 제판분리 1년, 소비자 중심으로 상품 혁신”
미래에셋금융서비스는 자사뿐만 아니라 타사 상품의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가며 수익 다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판매 비중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제판분리 초기에는 신계약 기준으로 미래에셋생명 상품 비중이 90% 이상이었습니다.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신계약의 대부분을 차지했죠. 특히 생명보험 상품의 경우 99%가 미래에셋생명 상품에 집중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4월 말 미래에셋생명 상품의 비중은 50% 중반 수준입니다. 타 생명보험사와 타 손해보험사의 상품 비중이 확대된 것이죠. 판매할 수 있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늘어난 만큼 설계사들의 인당 소득도 늘어났습니다. 앞으로도 타사 업적 판매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 비전속 GA로서의 영업 DNA 전환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제판분리 이후 조직 내부적으로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회사 내에서 GA 채널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화됐습니다. 또 제판분리 전에는 전속 FC가 미래에셋생명 내에 있다 보니, 사내 모든 부서가 오로지 전속채널을 지원해야 하는 측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속채널이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한 이후에는 회사의 역량을 디지털 혁신, 상품 경쟁력 강화, 자산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됐죠. 이 과정에서 전사의 업무와 서비스 체계가 한층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제판분리에 맞춰 GA 채널의 영업 지원을 직무별로 재배치하고, 현장 지원을 효율적인 체계로 구축한 것이죠.”

미래에셋생명은 어떤 디지털 혁신을 추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바일 금융 이용자가 늘고,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환경으로 시장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비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우선 페이퍼리스(전자문서) 시스템 도입으로 모든 업무 관련 신청서와 확인서를 대체했습니다. 앞으로 화상상담 시스템을 통해 계약자 변경처럼 서명이 꼭 필요한 업무까지 비대면으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지난 1월에는 사이버창구 개편을 통해 전체 업무의 98%까지 모바일 처리 비율을 높였습니다. 거의 모든 업무를 스마트폰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또 고객프라자 화상부스를 통해 상담직원과 화상으로 상담하면서 대면과 동일한 업무 처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인 디지털 경영을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챗봇 등 디지털 기술 인프라를 강화할 예정입니다.”

제판분리 흐름이 확산될수록 GA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것 같은데요. 향후 시장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GA는 전속설계사와 달리 모든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판매할 수 있다는 강점과 높은 모집수수료를 바탕으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 시행된 ‘모집수수료 상한 규제(1200%룰)’를 비롯해 설계사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 등 각종 규제 환경의 변화로 자금 부담이 커졌습니다. 이에 따라 대형 GA와 중소형 GA 간 양극화 현상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보험사들의 제판분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판분리가 확산될 경우 GA 시장에서의 경쟁은 보다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한편으로는 보험 상품 제조자와 판매자 불완전판매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내부통제 기능이 취약한 중소형 GA의 경우 도태되거나 대형사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시장 개편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자회사형 GA와 대형 GA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Interview]“미래에셋생명 제판분리 1년, 소비자 중심으로 상품 혁신”
말씀처럼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생명은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을까요.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고령화되면서 이미 역삼각형 형태로 되고 있습니다. 생산가능인구와 소비자 수는 점점 줄어들고, 생산 활동은 하지 않는데 장수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보험 산업이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가 헬스케어 상품에 많은 비중을 두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국가의 복지 제도만으로 다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거든요. 실제로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연금과 복지 제도의 혜택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세금으로 충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민영 보험사에서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래에셋그룹은 노후 대비와 연금의 중요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습니다. 특히 우리 미래에셋생명은 ‘행복한 은퇴설계의 명가’로서 이러한 흐름에 맞춘 헬스케어 상품과 연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GA를 통한 불완전판매는 보험 업계의 해묵은 이슈였습니다. GA 시장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시나요.
“판매자가 특정한 의도에 따라 상품을 판매하거나, 금융소비자가 예기치 않게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 종종 빚어진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금융소비자들이 스마트해지고 있습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조금만 검색하면 상품별 수수료까지 비교가 됩니다. 그런 분위기가 부담되는 게 사실이지만,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방향에 따라 보험사는 발을 맞추는 게 맞다고 봅니다. 또한 저희 미래에셋생명 내부적으로도 소비자 보호를 상당히 강조해 왔습니다. 소비자 보호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타사 대비 엄격한 양정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영업하는 입장에서 위축될 정도로 완전판매에 대해 강조를 많이 합니다. 영업을 아무리 잘해도 소비자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미래가 보장이 안 될 정도로 강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정상적으로 판매한다면 걱정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정도(正道) 영업’을 하자는 이야기죠.”

마지막으로 GA 채널의 향후 방향성을 설명해주신다면.
“헬스케어 상품 등 건강관리 맞춤형 상품의 판매 비중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회사 가치를 제고할 계획입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추세에 맞춰 불완전판매 관리와 영업 효율 관리 역량이 우수한 GA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과거 전속 시절에 구축한 영업 지원 시스템이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기존 영업 지원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모바일 청약을 좀 더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바꿀 예정입니다. GA 본사와 현장에서의 디지털 편의를 높여 고객뿐만 아니라 제휴 GA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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