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사진=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한경 머니 기고 =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 멋진 국내외 여행 계획을 짜며 기대에 가득 찬 사람들이 적지 않다. 긴 사회적 거리 두기의 터널을 벗어나 ‘진짜 여름휴가’를 과거처럼 즐길 수 있는 ‘포스트 코로나 바캉스’ 시즌이 감격스럽게 찾아왔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감소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초기에는 ‘확진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예를 들면 사회적 거리 두기를 회사에서 제일 철저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기만 확진이 돼 자기 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 보인 탓에 억울하고 사회적 관계에도 자신감이 떨어졌다는 고민이 대표적이다. 지금 임상 현장에서는 확진으로 자신의 이미지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호소는 이전보다 줄어든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진 후 회복돼 상당 기간이 지났는데도 마음에 여러 불편함이 떠나지 않거나 증상이 새롭게 찾아왔다는 호소가 적지 않다. 1만5400명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보면 감염에서 회복된 이후에 1년 사이 마음 건강과 관련해 불편한 증상을 경험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확진자의 경우 불안증을 경험할 위험도가 35%, 우울증은 39% 증가했다고 한다. 수면 문제는 41%, 스트레스 또는 적응 장애 위험도는 38% 증가했다. 코로나19 확진에서 회복한 후에도 마음 건강 관련 후유증이 찾아올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원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대부분의 마음 건강 문제가 심리 요인과 생물학적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하기에 사회적 연결 단절의 트라우마, 경제적 위기 등이 사회심리학적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와 면역 시스템 간 치열한 전투의 잔재로 남겨진 염증 물질 등이 뇌에 영향을 주어 ‘염증성 우울증’ 같은 후유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추정이 존재한다.

심각한 마음 후유증은 아니어도 일상생활에 있어 적응 능력이 이전 같지 않다는 느낌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은데 질환 수준에 이른 것은 아니지만 뇌 기능이 100% 회복되지 않아 기능적인 불편을 느끼는 것일 수 있다. 뇌에 뿌연 안개가 낀 듯한 브레인 포그(brain fog), 즉 건망증, 각성도 저하 등 인지 기능의 불편함이 발생하는 경우도 확진자에서 80% 정도 증가했다.

팬데믹이나 지진 등 큰 재해가 끝난 후 오히려 우울증, 번아웃, 자살율 증가 등 마음 건강 문제가 심화된다는 통계가 있다. 축구 경기 중 부상 투혼을 발휘해 뛰어난 활약을 하다 경기가 끝난 후에 탈진하는 선수의 모습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팬데믹과 싸우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포스트 팬데믹 후 나와 우리의 마음 관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여름 시즌, 마음 힐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코로나19는 끝나 가는데 번아웃은 오히려 증가한다
포스트 코로나 멘탈 바캉스
여름은 힐링을 연상시키는 용어이지만 실제 덥고 무더운 날씨는 ‘뇌’와 ‘마음’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다. 따라서 포스트 코로나 시기, 이번 여름 나기에 있어 마음 관리에 더 관심을 가져줄 필요가 있다.

여름이 주는 심리적인 스트레스 요인들로는 다들 바캉스 여행을 떠나 즐거울 텐데 나만 사무실에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상대적 박탈감, 그리고 자녀의 방학으로 양육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막상 바캉스를 갔더니 인파에 치여 피곤하고, 집에 돌아오니 날라온 바캉스 경비 관련 카드 값에 더 마음이 피곤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여름 바캉스에 대한 기대와 잠시 집을 떠나 휴가지에서 느끼는 자유로움은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친 뇌와 마음을 재충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이다.

바캉스의 어원이 ‘자유’와 연관이 있다고 한다. 휴양지에서 느끼는 물리적 공간의 자유로움을 즐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도, 내 마음에 쉼을 주는 ‘멘탈 바캉스’는 가능하다. 우선 잘 자야 한다. 더운 날씨와 짧아진 밤은 생체시계에 영향을 주어 수면 리듬이 뒤로 밀리는 등 균형이 깨지기 쉽다. 컴퓨터나 방송 시청은 침실 이외에 마루나 다른 공간을 이용하고 잠자리는 빛을 잘 차단해 오직 수면을 위한 포근한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이 뒤로 밀리면 늦잠을 자기 쉬운데 그러면 수면 주기가 전체로 밀릴 수가 있다. 늦게 잠든 경우라도 일어나는 시간을 일정하게 해주는 것이 그날은 약간 피곤해도 수면 리듬에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먹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수분 섭취를 충분히 해주어야 한다. 또 영양정신의학 연구에서 ‘지중해식 식사’라 일컬어지는 신선한 야채와 과일, 생선, 통곡류 등이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우울증 예방 등 마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과가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렸지만 아직 물리적 만남을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려워도 마음의 연결은 가져야 한다. 외로움을 호소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외로움은 무더위만큼이나 마음을 지치게 한다. 소셜미디어나 화상통화 등 비대면을 통해서도 마음은 연결되고 위로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움직여야 한다. 홈트레이닝도 좋고 자신이 편한 공간과 시간대에 가벼운 산책은 뇌를 자극해 지친 마음을 재충전해준다.

글·사진 윤대현 서울대학교병원 강남센터 정신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