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예가 MZ(밀레니얼+Z) 세대를 중심으로 부상 중인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다. 건강(health)과 기쁨(pleasure)의 합성어인 헬시플레저는 말 그대로 건강관리의 즐거움을 말한다. 식단을 절제하고 고통을 억지로 견뎌냈던 기존의 건강관리 방식과 달리 최대한 스트레스는 덜 받고, 일상 속에서 즐겁게 꾸준히 실행하는 쪽을 택하는 것이다.
가령, 식단을 하더라도 가능하면 음식을 어떻게 더 건강하고 맛있게 즐길 것인가에 초점을 두는데 이른바 ‘제로칼로리’로 불리는 무설탕 단맛의 공습이 눈길을 끈다. 그중 음료 시장의 제로칼로리 열풍이 심상치 않다. 사실 제로칼로리 음료도 칼로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 ‘식품위생법’상 음료수는 100ml당 4kcal 미만일때 ‘무(無)’열량이라고 표기할 수 있다. 설탕 대신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인공감미료를 넣어 당류가 없고 칼로리가 낮은 음료인 셈이다.
사람들이 단맛을 선호하는 이유는 단 음식을 먹으면 기분을 좋아지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베타엔도르핀, 도파민 등이 분비되는데, 뇌는 그때 느꼈던 쾌락을 기억해, 자꾸 단 음식을 원하게 만든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야 하는 다이어트들에겐 더욱 단맛이 당길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고유의 단맛은 그대로 구현하되, 칼로리는 제로인 음료의 등장은 ‘헬시플레저’란 시대적 흐름과 맞닿아 호응을 얻고 있다.
2년 전부터 꾸준한 달리기로 15kg을 감량한 회사원 A(33)씨는 “운동 직후 갈증이 나면 물을 마시는 게 가장 좋지만, 여름철에는 시원한 맥주나 콜라 같은 음료수도 무척 당긴다”며 “다이어트 목적 외에도 평생 건강하게 살기 위해 뛰는 것이기 때문에 기왕이면 제로칼로리 음료수도 마시면서 즐겁게 운동하는 쪽을 선택했다. 맛도 기존 음료랑 거의 똑같을뿐더러 제로칼로리라 심리적으로 죄책감도 덜해서 종종 마신다”고 말했다.
시장조사 전문 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시장 규모는 2016년 903억 원에서 지난해 2189억 원으로 5년 동안 2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 위메프는 올해 6월 제로칼로리 탄산음료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96% 증가했다고 지난 7월 19일 밝혔다.
위메프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이 인기를 얻고 있다”며 “헬시플레저에 이은 ‘어다행다(어차피 다이어트할 거면 행복하게 다이어트하자)’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로(Low)푸드의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지난해 롯데칠성은 MZ세대의 다이어트와 건강한 식생활을 겨냥해 ‘펩시 제로슈거 라임’과 ‘칠성사이다 제로’를, 최근에는 칼로리를 덜어낸 과일향 탄산음료 ‘탐스 제로’ 3종을 출시, 제로칼로리 탄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선보인 펩시 제로슈거는 올해 6월까지 출시 1년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3.1억만 캔(250ml 환산 기준)을 돌파했으며, 칠성사이다 제로의 경우 출시 100일 만에 250ml 기준 3500만 캔을 판매한 바 있다.
칠성사이다 제로보다 앞서 다이어터들 사이에서 이른바 ‘칠성사이다’ 대체음료로 유명했던 동아오츠카의 ‘나랑드사이다’의 인기도 제로칼로리 바람을 맞아 순항 중이다. 2010년 국내 최초 출시한 제로칼로리 사이다 나랑드사이다는 칼로리, 색소, 설탕, 보존료가 없는 ‘4제로(zero)’의 제로칼로리 사이다다. 동아오츠카는 탄산음료는 마시고 싶지만 칼로리가 걱정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발 빠르게 파악해 제로칼로리 사이다 시장을 선점했다.
여기에 최근 수년째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제로칼로리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나랑드사이다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약 30%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농심이 지난 4월 선보인 제로칼로리 음료 ‘웰치제로’는 출시 석 달 만에 1300만 캔 판매를 넘어섰다. ‘그레이프맛’과 ‘오렌지맛’ 두 종류로 웰치 특유의 상큼한 과일 맛은 그대로이면서 깔끔하고 가볍다’는 평을 받아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제로칼로리 공습이 비단 탄산음료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맥주 등 주류 시장은 물론이고, 에너지드링크도 당류를 덜어내고 있다. 하이트진료음료가 2012년 출시한 ‘하이트제로0.00’은 국내 최초의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로 지난해 2월 알코올 외에 칼로리와 당류까지도 제로인 국내 최초의 ‘올 프리’ 제품으로 재탄생했다.
특히 ‘올 프리’ 콘셉트로 전면 리뉴얼한 이후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78%가 신장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2020년엔 오비맥주 ‘카스 0.0(카스제로)’ 등이 시장에 뛰어들어 꾸준히 제품 리뉴얼을 거치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고열량 음료의 대명사였던 에너지드링크 시장도 제로칼로리 움직임에 뛰어들었다.
LG생활건강은 몬스터에너지 오리지널의 무설탕 버전 ‘몬스터에너지 제로 슈거’를 선보였으며, 동서음료가 수입·판매하는 레드불도 올해 카페인과 당분, 칼로리 등을 낮춘 ‘레드불 슈가프리’를 내놓는 등 관련 시장 경쟁은 앞으로도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제로칼로리 '이것' 주의해야
제로칼로리 음료에는 칼로리, 과당, 설탕은 없다. 달콤한 맛의 비밀은 인공감미료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힌 인공감미료 승인 목록에는 수크랄로스, 사카린,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등이 속한다. 이 밖에 스테비아, 알룰로오스 등을 꼽을 수 있다.
FDA는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음료나 식품에 대해 ‘권고 용량 이상 섭취하지 않는 이상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인공감미료별 권장 섭취량을 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감미료의 권장 섭취량을 살펴보면, 수크랄로스는 체중 1kg당 15mg, 아스파탐은 40mg다. 수크랄로스는 제로 탄산음료에 많이 들어 있는 감미료다. 60kg 성인 기준 일일섭취 허용량은 900mg 정도다. 조사 결과 수크랄로스는 제로탄산음료 1kg당 140mg이 들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355ml 캔을 하루에 18캔 이상 마셔야 하는 수준이다.
같은 무게를 기준으로 아스파탐은 2400mg까지 먹어도 무방하다. 시중에 판매되는 제로 음료에 들어 있는 아스파탐 함량은 58mg으로 41캔 정도 먹어도 ‘허용 범위’ 안에 든다는 것이다.
다만 하루에 18~41캔의 음료를 마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같은 양의 생수라도 전해질 이상이 우려되는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제로 음료를 걱정하는 시각에 대해 ‘우려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이 정도 수준의 인공감미료 함량은 일반인이 마신 뒤 정상적으로 배출될 만큼 극소량인 수준이다. 이에 대해 어경남 대구365mc병원 대표병원장은 “체중 감량의 기본은 열량을 줄이는 것”이라며 “평소 탄산음료의 액상과당을 자주 마시는 사람이 열량이 거의 없는 제로 음료로 대체할 경우 단기적으로 체중 관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단맛을 평생 거부할 게 아니라면 흰 설탕보다 혈당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인공감미료로 대체해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며 “다만 제로 제품을 물 마시듯이, 밥 먹듯이 먹으라는 의미는 아니다. 평소 고단백·저탄수화물 식단을 기본으로 끌고 가되 청량감이 느껴지거나 간식 생각이 절실할 때 기존에 먹던 디저트나 음료를 대체하는 게 권고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인공감미료가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하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령, ‘단맛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인공감미료가 체내로 흡수되지는 않지만, 달콤한 맛은 그대로 느껴진다. 이때 맛을 느끼는 뇌의 영역이 쾌감을 느끼고, ‘단맛을 더 달라’는 보상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한다. 제로 식품을 꾸준히 섭취할수록 시스템은 더 활성화된다.
심지어 식욕이 더 증가하기도 한다. 남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팀이 미국 의학협회 저널 네트워크(JAMA Network)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다이어트 음료에 함유된 감미료가 식욕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35세 사이의 성인 74명을 모집해 저체중, 적정 체중, 과체중 그룹으로 구분해 연구에 나선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특히 여성과 과체중 그룹에서 인공감미료가 든 음료를 섭취한 사람들이 식욕과 관련된 뇌의 영역이 활성화됐다. 포만감을 전달하는 호르몬의 수치도 낮았다.
어 대표병원장은 “체중 관리를 목적으로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식품이나 음료를 택하는 다이어터는 이를 섭취한다고 해서 당장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며 “최근 제로칼로리 음료 등의 소비는 부쩍 늘었지만 이와 관련해 비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이어터에게 가장 좋은 음료는 깨끗한 생수”라며 “아무리 제로칼로리라도 이를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예기치 못한 식욕 증가, 갈증, 단맛 중독에 노출되기 쉽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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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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