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4인이 진단하는 암호화폐 시장

[special] “암호화폐 신뢰 깨져” vs “반복된 시장 패턴”
암호화폐 가격 폭락과 코인 관련 업체의 연쇄 파산은 시장을 잇딴 혼란으로 빠뜨렸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암호화폐를 둘러싼 의심과 희망 사이에서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 2인과 블록체인 전문가 2인이 암호화폐 시장의 ‘지금’을 각각의 시각으로 짚어본다.


[special] “암호화폐 신뢰 깨져” vs “반복된 시장 패턴”
현시점 암호화폐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소위 말하는 ‘내재적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내재적 가치를 만들기 위해 스테이블 코인 등을 만들기도 했지만, 암호화폐 자체가 화폐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순간이 오지 않았나 싶다. 변동성이 심하기도 하고, 암호화폐의 가치를 담보해줄 만한 국가 권력이나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여러 사람의 믿음에 기초한 ‘자산’으로서 가치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것 또한 어렵다고 본다. 한 번 신뢰가 깨지고 나면 그다음에 등장하는 암호화폐 또한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통상 암호화폐를 폰지(다단계 금융사기)와 비교하곤 한다. 폰지 구조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다면 자산이 어느 정도 유지되겠지만 참여자가 점점 줄어들고 암호화폐에 대한 의심이 부글부글 섞이기 시작하면 시장을 유지하기 힘들다. 다만 큰 임팩트가 없는 선에서 남아 있을 수는 있겠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게임에서 아이템이 거래되는 것처럼.”

향후 암호화폐 시장을 전망한다면.
“경제학자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화폐 금융론을 굉장히 오랫동안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화폐는 이런 특성을 가져야 한다’는 요소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 생겨나는 수많은 크립토 커런시(crypto currency, 암호통화)는 기술에 기반해 특정한 역할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화폐와 자산으로서의 특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암호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면 매수자는 (거래에) 쓰지 않으려 할 것이고, 가치가 떨어지면 매도자는 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변동한다 해도 상당히 난감한 것이 암호화폐 시장의 상황이다. 또 특정한 자산과 연동하는 스테이블 코인의 경우 기관이 페깅(pegging: 암호화폐 가격을 법정화폐와 연동)을 해줘야 하는데, 이를 유지하는 역할을 국가 외 다른 단체들이 하는 게 가능할 것인지도 문제다. 최근 테라-루나 사태를 보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다해도 유지되지 않았다. 결국 기반이 되는 기초자산이 가치가 없다는 것이 알려지면 그 생태계는 유지되지 않는다.”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암호화폐가 자산이나 화폐로 기능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이미 지난 2~3년 동안 알게 됐다. 아마 제도권의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시장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피해자를 막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본다. 개인들이 사기를 당하도록 놔둘 수는 없지 않겠나. 암호화폐 시장 참여자에 대한 보호 측면에서도 제도권 내 거래소를 통해 책임감 있는 거래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미 암호화폐 거래소는 돈을 엄청나게 벌었는데, 거래소가 수익만 챙겨 가면 되는 것인지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 거래소가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고 보지만, 투자자에 대한 투명성과 책무성을 확보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지금은 기존 법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처벌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테라-루나 사태 또한 기술적 측면에서 어떻게 의율(법규 적용)할지가 분명치 않다. 기술 발전에 따라 입법이나 제도 면에서 다듬어야 할 과제가 있다.”

시장 참여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주식 시장을 예로 들면, 상장 폐지된 기업의 주식들만 거래되는 상황이다. 지금 (암호화폐의 가격이 낮아진) 기회를 누리는 건 좋은데, 회복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늘 책임감 있는 투자가 전제돼야 한다. 또 최근 법원에서 암호화폐 투자와 관련된 손실을 개인회생 변제금에서 제외하겠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포퓰리즘 성격이 있는 위험한 논의라고 본다. 그렇게 해주면 암호화폐가 갑자기 ‘콜옵션 상품(자산 가격 상승에 베팅하는 파생상품)’이 돼 버린다. 상당히 도박성이 올라가는 방향이다. 결국 투자에 대한 구제는 자기 자신밖에 해줄 수 없다. 국가를 믿기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책임 있는 투자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special] “암호화폐 신뢰 깨져” vs “반복된 시장 패턴”
지난해 암호화폐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시기에도 시장을 회의적으로 봤던 것으로 알고 있다. 현시점 암호화폐에 대해 다시 평가한다면.
“암호화폐의 가격이 올라갈 때는 긍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불과 지난 5월까지만 해도 그런 분위기였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생각해보면 암호화폐는 실체라는 게 없다. 최근 (‘테라’와 같은) 스테이블 코인에서도 판명이 났듯, 실체가 증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믿음만으로 시장이 이어졌다. 암호화폐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믿음, 혹은 스테이블 코인이 안정적(스테이블)일 것이라는 믿음에 의해 유지된 것이다. 모든 버블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투기적 마인드에서 시작된다. 그러다 그 믿음이 깨진 상황이 됐다.”

향후 암호화폐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물론 암호화폐 가격이 다시 반등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반등한다 해도 암호화폐의 가치가 갑자기 조명을 받아서라기보다는,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에 결국 다시 오를 것’이라는 믿음과 ‘지금이 저점이기 때문에 사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향후 가격이 더 떨어진다면 믿음이 계속해서 붕괴한 영향일 것이다. 반대로 가격이 오른다면 (실체 없는) 믿음이 다시 생겨 반등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암호화폐의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가격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크다는 사실만으로도 암호화폐가 투기적 자산이라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을 낙관하는 시각도 여전히 있는데.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특정 산업과 연동해 실제로 가치가 있는 암호화폐가 개발된다면 예외적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게임 아이템이 됐든 또 다른 무언가가 됐든, 암호화폐의 실체가 있다면 ‘가치’라는 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앞으로 어딘가에 쓰일 것이다’라는 근거 없는 믿음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 과세 문제가 모두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개인적으로는 규제를 하고 주의를 주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암호화폐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 (금융 당국의 규제 발언이) 집중포화를 맞았고, 이후 대선 국면이 오면서 2030세대의 표심을 생각하다 보니 암호화폐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공약이 많이 나왔다. 반면 지금은 암호화폐의 위험성이 팽배해진 상황이다. 정부 입장에서 (규제를 논의하기에) 적기라는 생각이 든다. 암호화폐를 확실하게 제도권으로 편입시킬지, 아니면 투기 자산이나 유사 금융 상품으로 규정할지 논의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나 싶다. 암호화폐를 무조건 제도권으로 들어오게 한 뒤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쪽으로 분위기가 쏠린 측면이 있었는데, 이제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기가 됐다.”


[special] “암호화폐 신뢰 깨져” vs “반복된 시장 패턴”
현시점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늘 그랬던 것처럼 상승과 하락의 패턴상에 있는 것 같다. 과거에도 2013년, 2017년, 2021년에 각각 암호화폐 시장이 폭등했고, 그 이후에는 여지없이 최대 80%가 하락했다. 이번에는 유동성이 겹치면서 상승했지만, 흐름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다. 하락이 시작된 지금 이 시간이 시장에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할 것 같다.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써서 운영됐던 업체나 안정성 있게 운영되지 않았던 업체들이 이 기간 동안 많이 정화될 것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기초를 닦은 뒤 또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그 일련의 과정 중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시장 상황을 전망한다면.
“지금이 바닥이고 바로 또 상승을 할 것이냐는 부분은 확실치 않다. 과거 2013~2015년까지는 거시경제와 암호화폐 시장이 맞물리지 않았다. 그러다 2017년부터는 암호화폐 자산이 좀 더 대중화가 되다 보니 거시경제 흐름과 연관성이 커졌다. 금리가 인상되면 아무래도 위험자산인 암호화폐 시장이 다른 시장보다 더 빠른 하락을 맞는다. 아마 앞으로 거시경제 흐름과 반대로 가기는 힘들 것 같다. (암호화폐가 상승으로 돌아서려면) 금리 인상과 양적 긴축 기조가 멈추는 방향이어야 할 텐데, 지금은 무리가 있다. 아마 지금의 흐름대로 한동안 더 갈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도 암호화폐 시장이 한 번 하락을 시작하면 약 12개월 정도는 꾸준히 하락하는 흐름이 있었다.”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비관론이 많은 상황인데.
“지난해 시장의 상승을 일으킨 큰 동력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디파이(DeFi)라고 부르는 탈중앙화 금융,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이었다. 그러다 최근 루나 사태, 암호화폐 운용사 파산 사태 등이 벌어졌다. 이런 연쇄적인 위기는 탈중앙화 금융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위해 과도한 레버리지를 썼다거나 안정성 있게 운영하지 못했던 것이 원인이었다. 한 번은 거치고 가야 할 단계라고 보고 있다. NFT 역시 파산 등의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분위기가 약간 식은 쪽에 가깝다.”

정부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2017년에는 암호화폐 시장을 사기와 비슷하게 규정했기 때문에 제도를 만들어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 반면 지금은 제도를 통해 암호화폐 시장을 뒷받침해주고, 투자자 보호와 함께 산업을 성장시키려는 기조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오히려 규제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암호화폐 산업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를 통해 제대로 된 플레이를 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special] “암호화폐 신뢰 깨져” vs “반복된 시장 패턴”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비관론이 많다. 어떻게 보고 있나.
“전문가들 가운데 암호화폐 시장은 쓰레기가 될 것이다, 제로(0)가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 거기에는 동감하지 않는다. 실제로 암호화폐 시장의 개념은 1982년에 처음 나왔다. 암호화폐가 등장한 이후로 그 시장 전체가 ‘0’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암호화폐를 찾는 사람이 많을 때와 적을 때라는 차이점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암호화폐 시장이 전부 종이조각이 된다는 말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반등을 꾀할 수 있다고 보나.
“우량주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외국은 우량주 위주로 투자를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반짝’ 하는 등수 낮은 알트코인 위주로 투자한다. 그게 우리나라의 특징이기도 한데, 이런 특징 때문에 피해가 더 크다는 문제도 있다. 주식 중에서도 작전 세력이 들어와서 반짝했다가 쓰레기가 돼 버린 종목들이 있지 않나. 그런 종목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한두 가지 케이스를 가지고 일반화하는 건 문제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 규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는 최소한으로 관여를 해야 한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우리 정부의 기조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네거티브 규제로 간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자율 규제가 돼야 한다. 자율 규제라는 것은 비판할 건 비판하고 키워줄 건 키워준다는 얘기다. 그런데 가상자산 사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그런 (비판 작용이) 제대로 안 들어갔다. 암호화폐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 특히 애널리스트들이 제대로 된 분석을 해야 한다. 또 실제로 자정 능력이 돌아가려면 언론이 건전한 비판을 해서 시장에 좋은 정보들이 들어가게 해줘야 된다고 본다.”

투자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지금 암호화폐 시장이 바닥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런데 적어도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려면 투자자들이 기술적 원리와 특징, 장단점을 충분히 이해를 해야 한다. 암호화폐 시장 또한 충분히 공부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명확한 투자 방향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암호화폐 관련 서적의 경우 ‘이게 뜬다’, ‘언제 투자하라’는 내용이 담긴 책이 잘 팔린다. 반면 시장의 원리에 대해 소개한 책은 잘 읽지 않는 경향이 있다. 테라-루나에 대해서도 그 자산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이 많았다. 테라-루나에 관한 수많은 해외 논문이 나왔는데도 그 정보를 못 봤다거나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공부가 덜 됐다면 투자를 하면 안 된다. 어려운 얘기나 낯선 용어가 나오면 두려움을 느껴서 그냥 손을 떼 버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현장에서 강의를 해보면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할 때보다도 공부를 안 한다. 교수나 연구자만큼 공부하라는 게 아니다. 적어도 주식 투자를 할 때 공부하는 정도로는 해야 한다.”

글 정초원 기자 cc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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