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으로 기억한다. 장거리 노선 중심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지향하는 저비용 항공사(Low Cost Carrier, LCC)가 설립된 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이론적으로는 맞는데, 과연 현실성이 있을까?’ 하고 가볍게 흘려들었다. 이후 코로나19로 많은 항공사들이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항공 산업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때마침 에어프레미아에서 제안이 왔다.”
- 당시만 해도 에어프레미아는 첫 취항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또한 여러 내홍을 겪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직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LCC에서 근무하며 아쉬운 부분들이 있었다. LCC가 많아지면서 가격 장벽을 대폭 낮춘 것은 사실이지만, 항공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많이 희석된 부분이 있다. 흔히 해외여행의 시작은 비행기에 오르면서부터라고 하지 않나. 이를테면 고객 입장에서는 기내식에 대한 기대감이라든지, 비행기에서 어떤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것도 여행의 중요한 부분인데, 이런 서비스를 다 빼고 단순 이동수단의 역할만 해 온 것이다. 따라서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에어프레미아의 사업모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이직을 결정했다.”
- 에어프레미아는 하이브리드 항공사(Hybrid Service Carrier, HSC)를 지향한다. ‘하이브리드’라는 표현이 낯선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프리미엄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실용적인 항공사’라고 소개하고 싶다. 한마디로 대형 항공사(Full Service Carrier, FSC)의 장점과 LCC의 장점을 결합한 항공사다. FSC의 비효율성을 없애고 LCC의 고효율성을 채택하면 서비스와 가격 경쟁력을 모두 갖출 수 있다고 자부한다.”
-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어떻게 가격을 낮출 수 있는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FSC에는 비효율성이 존재한다. 우선 다양한 기종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비 부분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또한 FSC는 이코노미와 비즈니스, 퍼스트 클래스 등 다양한 좌석을 운영하는데, 비즈니스와 퍼스트 클래스에서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우리는 보잉 787-9 단일 기종으로 이코노미과 프리미엄 이코노미 클래스만 운영한다. 한 가지 꼭 말하고 싶은 건, ‘프리미엄’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는 좀 제한적이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가장 좋은 프리미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지, 비즈니스와 퍼스트는 우리의 사업모델이 아니다.”
- 에어프레미아가 선택한, 보잉 787-9는 어떤 기종인가.
“비행기 도입 과정에서 보잉 787과 에어버스 A330을 두고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A330의 경우 장거리 운행에 한계가 있어 보잉 787을 최종 낙점했다. 보잉 787-9는 최신 중장거리 기종으로 미국 서부뿐 아니라 보스턴 등 동부까지 운항이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항공 업계 처음으로 탄소 소재를 사용해 연료 효율도 매우 우수한 편이다. 줄어든 연료비만큼 낮은 가격에 항공권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 일부이긴 하지만 국내 LCC 중에도 중장거리 기종을 보유한 곳이 있는데.
“에어프레미아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싶다. 일례로 과거 한 LCC에서 하와이 노선을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고객들의 평이 썩 좋지 못했다. 좌석이 너무 좁고 불편했다. 반면 에어프레미아는 중장거리 노선 고객이 항공권 가격과 함께 편안한 좌석을 중요시한다는 점을 감안해 이코노미와 프리미엄 이코노미의 좌석 간격을 각각 35인치, 42인치로 제공한다. 웬만한 FSC 항공사보다 오히려 3인치(7.6㎝) 정도 더 넓다.”
- 지난 7월, 드디어 첫 취항을 시작했다. 싱가포르 취항 후 고객들의 반응은.
“가장 많은 반응은 역시 좌석이 넓다는 것이었다. 영화 서비스에 대한 칭찬과 기내식도 심플하지만 맛있다는 평이 많았다. 가장 재밌게 본 반응은, ‘이렇게 운영해서 뭐가 남느냐’는 것. 또 ‘처음 보는 항공사라 긴가민가하며 항공권을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좋았다’는 댓글도 기억에 남는다. 부정적인 반응으로는 승무원들이 익숙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금세 해결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승무원들은 코로나19로 입사 후 2년이나 일을 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고생을 했기 때문에 굉장히 적극적이고 긍정적이다. 이 인터뷰가 실릴 때쯤이면 승무원 서비스에 대한 아쉬운 점은 완전히 해결됐을 것이라 자신한다.”
- 2년 전부터 싱가포르가 ‘오픈 스카이’로 바뀌면서 인천~싱가포르 구간을 운영하는 항공사가 정말 많아졌다. 그중에서 에어프레미아를 꼭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2~3시간 안에 갈 수 있는 노선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편의성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6시간 반 동안 좁은 좌석에서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 비행기를 굳이 탈 필요가 있을까. 또한 반대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받지만 과연 80만~100만 원의 비용을 지불할 만한 노선일까. 이런 점을 고려해봤을 때 에어프레미아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취항 계획은.
“에어프레미아는 창립 초기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취항을 목표로 해 왔다. 다만 신생 항공사가 미국에 취항하기 위해서는 여러 복잡한 절차들이 필요한데, 이제 거의 모든 과정을 끝마쳤다. LA지점도 설립하고 지점장도 선임했다. 공항 카운터와 슬롯 등을 논의하는 단계로 오는 10월에는 LA 취항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비슷한 시기에 베트남 호찌민과 일본 나리타, 태국 방콕 등으로의 취항도 준비 중이다. 더불어 내년 봄 이후부터는 유럽 취항도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 현재 비행기 1대로만 운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 보잉사에서 2호기와 3호기를 제작 중이다. 또한 제작한 지는 4~5년 정도 됐지만 실제 1년 정도 운항한 중고기 2대에 대한 계약도 마쳤다. 당장 9월 중 신조기 1대와 중고기 1대가 도입된다. 이로써 올해는 총 3대의 비행기로 운항하고 남은 신조기와 중고기는 내년 1분기 또는 2분기에 인도될 예정이다. 나아가 5년 안에 총 10대의 비행기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고객들은 비행 마일리지에도 관심이 많다. 또한 스카이팀이나 스타얼라이언스 등 비행 동맹 가입 계획도 궁금하다.
“현재는 포인트 제도를 운영 중이다. 우리 비행기를 이용하면 5%에서 많게는 9%까지 포인트를 제공하고 그걸 적립해서 다음 번 여행 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비행 동맹은 아직까지는 계획하고 있지 않다. 다만 단기적으로 항공사 간 1대1 협력을 늘려 가려고 한다.”
- 항공 업계는 코로나19로 그 어떤 분야보다 큰 어려움을 겪었다. 베테랑으로서 앞으로의 항공 업계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화물기 비중이 높은 일부 항공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항공사가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제한이 풀리기 시작하자 유가가 폭등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유가가 제자리를 찾았다는 것. 또한 많은 나라들이 ‘위드 코로나’로 돌아서며 오는 11월부터는 항공 업계도 안정화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한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한 의견은.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 7~8월 미주 노선의 비행기 티켓이 300만~400만 원까지 치솟았다. 국제유가가 사상 최고로 올랐던 시점이지만, 정상적인 가격대는 아니었다. 고객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이런 것이 아닐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 아직 승인받지 못했다. 주로 독점에 대한 해결 방법을 요구하고 있는데, 에어프레미아가 일부 장거리 노선에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소비자들이 에어프레미아를 어떤 이미지로 기억하길 원하나.
“가심비 높은 항공사. 한 번 이용한 고객이 다시 선택하는, 여행에 대한 좋은 기억을 주는 항공사가 됐으면 하는 희망이다.”
- 올해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외에 아무도 가지 못했던 미국 LA 취항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그 외 올해 안에 7개 정도의 노선을 운영하려고 한다. 매출은 1000억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첫 취항이 7월이었기 때문에 영업이익은 적자가 예상된다. 내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더 열심히 달릴 것이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비전을 소개한다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병한다면 중장거리에 있어서만큼은 2위의 항공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이코노미 클래스 시장에서만큼은 세계 그 어느 항공사에도 뒤지지 않는 에어프레미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사진설명 | 에어프레미아의 좌석은 프리미엄 이코노미 56석, 이코노미 253석으로 구성됐다. 좌석 간 거리는 각각 42인치와 35인치로 전 세계 항공사 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글 이승률 기자 |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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