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가 파열한 경우 어떻게 손 쓸 겨를도 없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5월 사망한 배우 강수연도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 사인으로 추정된 바 있다. 최근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30대 간호사도 뇌동맥류에 의한 뇌출혈이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
뇌동맥류란 혈관 내벽이 약해지면서 혈관벽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꽈리를 만드는 질환을 말한다. 뇌동맥류는 중년 이상에서 주로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40대 젊은 층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뇌동맥류 그 자체는 증상이 없다. 검진을 하지 않으면 평생 모르고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약해진 혈관 꽈리가 파열될 경우 지주막하 출혈이라는 뇌출혈을 유발한다. 이 경우 예후가 좋지 않다. 환자는 아무 증상 없이 잘 지내다가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갑자기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뇌동맥류를 ‘머릿속 시한폭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이 발생할 경우 사망률이 50%에 육박한다. 30%에서는 의식 저하, 반신마비, 인지장애 등의 심각한 신경학적 후유장애가 남는다. 다만 검진을 통해 뇌동맥류를 사전에 파악했다면 파열 예방을 위한 치료를 해볼 수는 있다.
뇌동맥류 파열되면 ‘골든타임’도 무색
흔히 뇌졸중은 골든타임이 중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에 주로 해당되는 얘기다. 뇌경색은 최대 6시간 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주면 좋은 경과를 기대할 수 있어 ‘골든타임’이란 게 있지만, 뇌출혈은 조금 다르다. 뇌출혈은 출혈량, 출혈 위치 등 다양한 것들이 예후의 기준이 된다. 큰 뇌혈관이 터져 다량의 출혈이 발생하면 즉사할 수도 있다. 또 출혈로 인해 뇌척수액이 내려가는 길을 막으면 수두증이 발생, 뇌압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사망할 수 있다. 뇌동맥류로 인한 뇌출혈의 예후는 환자마다 ‘복불복’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환자마다 전신 혈관 근육의 연축 정도가 달라 뇌동맥류로 출혈이 되면 뇌로 혈액이 가지 않아 사망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깨어나는 사람이 있다. 환자에 따라 재출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재출혈이 발생하면 치명적이다. 여러 요소가 관여하기 때문에 뇌출혈 후 아무리 병원에 빨리 와도 사망하는 환자가 있는 반면, 2~3일 지난 뒤에 와도 생존하는 환자도 있다. 다만 처음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의식이 있으면 좋아질 확률이 50% 이상이지만 의식이 없으면 좋아질 확률이 50% 미만이다.
‘운명’에 맡겨야 하는 질환인 측면이 있지만, 뇌동맥류로 뇌출혈이 발생했다면 여러 경우를 대비해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가야 한다. 뇌동맥류 대표 증상은 극심한 두통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예후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뇌출혈에 골든타임은 없다”고 말한다.
뇌동맥류 치료법은 두 가지
뇌동맥류는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법은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이 있다. 클립 결찰술은 머리를 열어야 하고, 코일 색전술은 대퇴동맥을 통해서 코일을 넣어 뇌혈관을 막는 시술이다.
먼저 클립 결찰술은 두개골을 열고 뇌동맥류가 있는 부위를 클립으로 집는 수술이다. 수술 의사가 뇌혈관을 직접 보고 하는 수술이다 보니 정확하지만 두개골을 열고 하다 보니, 수술 후 뇌 손상 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코일 색전술은 두개골을 절개하지 않고 사타구니 쪽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 내로 코일을 집어넣어 출혈 부위를 막는다. 합병증에 대한 우려가 적고, 노령이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들에게도 효과적일 수 있지만, 코일 색전술 도중 혈전이 발생하면 즉각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뇌동맥류를 완전히 막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 경우 개두술을 통해 클립 결찰술을 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도 코일 색전술에 실패한 뒤 결찰술 등 응급 수술을 해보려 했으나 결국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은 모두 뇌동맥류가 터지기 전, 예방 차원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
뇌동맥류 걱정되면 혈압 관리 필수
뇌동맥류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40대가 넘으면 한번쯤은 뇌 자기공명영상(MRI),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을 통해 뇌혈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다면 검사를 해보자. 뇌출혈의 가장 큰 원인은 고혈압이므로 평소 혈압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고혈압은 혈관에 만성적인 부담을 증가시켜 혈관벽의 퇴행성 변화를 촉진시키고 혈관벽 약화 등을 유발한다. 담배 역시 뇌출혈에 치명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뇌경색은 의심되면
최대한 빨리 병원 찾아야
뇌혈관이 막혀 뇌의 일부가 괴사하는 질환인 뇌경색은 골든타임이 있다. 최대한 빨리 막힌 뇌혈관을 뚫어야 뇌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통상 증상 발생 후 3시간 내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할 수 있고 그보다 늦어지면 혈전제거술 등을 고려한다. 일찍 병원에 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뇌경색 증상을 알아둬야 한다. 5대 증상이 있는데, 꼭 기억하자.
첫째, 한쪽 팔다리 마비(주로 감각이 떨어지는 현상보다는 힘이 빠지는 증상), 둘째, 언어장애(말이 이해가 되지 않거나 술 취한 것처럼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경우), 셋째, 시각장애(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2개로 보이는 경우), 넷째, 어지럼증(걸을 때 술 취한 것처럼 비틀거리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워지는 경우), 다섯째, 심한 두통(발생 시기를 기억할 정도로 갑자기 심한 두통)이다.
외국에서는 뇌졸중의 주요 증상을 기억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FAST 캠페인을 하고 있다. F(Face: 웃을 때 얼굴 좌우 모양이 다른가), A(Arms: 한쪽 팔다리에 힘이 약해지나), S(Speech: 말이 잘 나오지 않나), T(Time to act: 한 가지 증상이라도 의심되면 즉시 응급치료를 받아라)의 의미다. 뇌경색은 원인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질환이므로, 이들 질환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글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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